기획 | ‘경주’-‘군산’-‘후쿠오카’로 잇는 장률의 세계관

2019-11-29 11:39 박재은 기자

[맥스무비= 박재은 기자] 장률 감독의 영화 ‘후쿠오카’가 2019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됐다. ‘경주’(2014)와 ‘군산:거위를 노래하다’(2018)로 소도시의 삶과 사랑에 대해 서정적으로 그려냈던 장 감독이 다시 한번 도시 이야기를 전했다. 이전 작품에서 동아시아만의 특별한 정서를 조화롭게 담아냈던 장 감독은 세 번째 도시 시리즈로 ‘장률 유니버스’를 이뤘다. 장 감독의 '경주', '군산:거위를 노래하다', '후쿠오카' 세 작품 속 세계관을 잇는 고리들을 살펴봤다.

#'윤동주 시인'으로 기억하는 일제 강점기의 뼈 아픔

사진 트리플픽쳐스
사진 트리플픽쳐스

‘군산:거위를 노래하다’에서 시인 윤영은 송현과 군산 거리를 거닐며 윤동주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송현은 군산에 대해 “일본 같아서 좋다”고 말하고 이어 윤영은 “윤동주 시인 좋아한다는 사람이 왜 일본을 좋아하냐”고 묻는다. 송현에 말처럼 작품 속에 그려지는 군산은 일본식 가옥과 상수도 시설 등의 모습으로 왜색이 짙다.

장 감독은 “세월이 흘렀어도 우리는 식민지 풍경에서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니며 일상 깊숙한 곳에 침투한 역사의 잔재를 들여다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일제의 잔재가 남은 군산 한 가운데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음을 맞이한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일제 강점기의 아픔을 기억하게 했다. 후쿠오카와 윤동주 시인이라는 고리는 장 감독의 신작 ‘후쿠오카’와의 연장선이다.

‘후쿠오카’에선 후쿠오카에 위치한 해효의 술집에 모인 인물들이 윤동주 시인의 ‘사랑의 전당’을 읊는다. 이 장면은 작품의 감성을 더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윤동주 시인이 생을 마감한 도시가 후쿠오카임을 상기시키며 장 감독의 세계관을 잇는 다리가 됐다.

#'조선족' 재중 동포들의 삶

사진 트리플픽쳐스
사진 트리플픽쳐스

중국 길림 출신의 장 감독은 작품 속에서 ‘조선족’ 재중 동포들을 등장시키며 우리 사회 속 재중 동포들의 삶을 그려냈다.

‘경주’에선 북경대 교수인 현이 윤희를 따라 모임에 갔다가 북경에 살고 중국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조선족이냐”는 무례한 어투의 질문을 받는다. ‘군산:거위를 노래하다’에선 동포법 개정에 대해 시위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 차별받는 재중 동포 출신 가사도우미 등의 인물을 등장시켜 본격적으로 재중 동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경주’의 윤희와 ‘군산:거위를 노래하다’의 송현도 두 인물 다 집안의 뿌리를 중국에 두고 있다는 설정으로 재중 동포들은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음 표현했다. 장 감독은 꾸준히 재중 동포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며 우리 사회 속 재중 동포들이 겪는 고충과 편견들에 대해 꼬집었다. 동시에 작품의 세계관을 연결하는 고리로 삼았다.

#'촛불'과 인연

사진 인벤트 디
사진 인벤트 디

‘경주’에서 현은 윤희와 마지막을 예상하고 윤희네 집 식탁에 있는 초에 불을 붙였다. 입으로 바람을 힘껏 불어보지만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후쿠오카’에서도 지나간 날에 대해 이야기 하던 인물들이 별안간 자신의 앞에 놓인 촛불을 분다. 서로 돌아가며 세차게 바람을 불어봐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장 감독 작품에 나타나는 촛불은 인연을 상징한다. 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벽화의 이끌림 때문에 다시 경주를 방문했던 '경주' 속 현과 28년 전 첫사랑 문제로 절교했어도 결국은 다시 만나게 된 '후쿠오카' 속 해효와 제문처럼 인위적으로 끊어내려 애를 써도 끊어지지 않는 질긴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촛불로 나타냈다. 장 감독이 작품에 담은 세밀한 설정으로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더하는 동시에 세계관을 연결짓는 특별함을 선사했다.

박재은 기자 / jeunny@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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