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크롤’ ‘언더워터’ ‘47미터’ 포식자vs여성 서바이벌 스릴러의 매력

2019-12-03 11:24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영화 '크롤'이 주말 사이 관객들에게 호평 받으며 박스오피스 순항에 나섰다.

사진 파라마운트 픽처스, 콜롬비아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스
사진 파라마운트 픽처스, 콜롬비아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스

‘크롤’(감독 알렉산드르 아야, 2019)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포식자와의 혈투를 그린 영화는 대부분 저예산으로 제작되지만, 대형 영화 못지않은 강렬한 서스펜스를 선사하며 인기 높은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에서도 신작 ‘크롤’과 함께 ‘언더워터’(감독 자움 콜렛 세라, 2016) ‘47미터’(조하네스 로버츠, 2017) 등 여성 캐릭터가 극을 이끄는 작품들이 특히나 큰 인기를 얻었다. 해당 영화들을 바탕으로, 포식자vs여성 캐릭터 대결을 다룬 서바이벌 스릴러 영화의 특성과 매력을 짚어봤다.

‘크롤’ ‘언더워터’ ‘47미터’ 세 작품 모두 젊은 여성이 좁고 제한된 공간에서 포식자를 맞닥트리는 내용으로 펼쳐지는 서바이벌 스릴러다. ‘언더워터’는 서핑을 하던 주인공이 암초 위에 표류하며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상어 떼와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고, ‘47미터’는 상어 구경을 하던 중 케이지에 갇힌 채 수면 47미터 밑까지 추락한 두 여성의 공포스러운 순간을 담았다.

‘크롤’은 허리케인으로 인해 집이 초토화된 가운데 지하실에 갇힌 딸과 아버지가 어디선가 밀려온 악어 떼를 뚫고 구조요청에 나서는 내용의 영화다. 앞선 두 영화가 살 떨리는 상어의 위협을 체감케 했다면, ‘크롤’은 그동안 영화에서 숱하게 등장해온 상어 대신 플로리다의 식인 악어 떼를 내세우며 색다른 공포감을 조성했다.

사진 파라마운트 픽처스
사진 파라마운트 픽처스

세 작품 모두 저예산 영화인만큼 제한된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오히려 넓고 개방된 공간이나 다양한 배경을 둔 작품들보다 더 살 떨리는 공포감을 선사했다. 한 순간도 안심할 수 없는 위험지대에서 한 시라도 빨리 벗어나야 하는 가운데,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포식자와의 끝없는 대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생생한 압박감을 체감케 한다.

이 가운데 다양한 장애물들이 등장하며 관객들의 손에 땀이 쥐어진다. 세 영화 속 공통의 적은 시간이다. ‘언더워터’의 낸시는 백상아리를 피해 암초로 올라가지만, 암초가 잠기는 만조가 되기 전에 빠져나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였다. ‘47미터’의 리사는 깊은 물 속에서 잔여 산소량에 따른 질소중독으로 인해 환각과 맞부딪힌다. ‘크롤’의 헤일리는 허리케인이 마을을 덮쳐 집이 물에 잠긴 와중 득실거리는 악어 떼로부터 도망쳐야 한다.

이들은 생존의 갈림길에 놓인 극한의 상황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활용해 가장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언더워터'의 낸시는 의과대생으로 가장 뛰어난 지략을 선보이는 캐릭터다. 극중 낸시가 초시계를 이용해 백상아리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탈출 계획을 짜는 심리전은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해당 장면은 “OK, 이제 네 패턴 다 파악했어”라는 명대사를 남기기도 했다.

사진 콜롬비아픽처스
사진 콜롬비아픽처스

과거의 할리우드 재난 영화들에서 여성은 주로 대상화되는 존재로 등장했지만, 최근에는 여성 주연의 서바이벌 스릴러 장르가 트렌드의 한 축을 형성하면서 큰 변화가 일었다. 이제 여성 캐릭터가 극을 이끄는 만큼, 관객들의 깊은 몰입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뒷받침 되는 것은 필수다.

‘크롤’ ‘언더워터’ ‘47미터’ 모두 기존의 유명 배우들이 재난 스릴러라는 장르에 도전하며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연기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됐다. 먼저 국내에서 미국 드라마 ‘가십걸’로 이름을 알린 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언더워터’를 통해 과거의 ‘발연기’ 논란을 딛고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한때 청춘스타로 이름을 알렸으나 배우로서의 행보는 아쉬움을 남겼던 맨디 무어 역시 ‘47미터’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을 얻었다. 두 배우의 열연 덕에 ‘언더워터’와 ‘47미터’ 모두 흥행에 성공했으며, 각 배우가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영국 드라마 ‘스킨스’, 디스토피아 시리즈 ‘메이즈러너’ 등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카야 스코델라리오는 신작 ‘크롤’에서 극한의 연기를 펼치며 평단의 호평을 얻었다. 국내에서 꽤 인지도가 있음에도 연기력으로는 존재감이 미미한 축에 속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온몸을 던지는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이며 배우로서 한뼘 성장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카야 스코라델리오의 열연이 빛난 ‘크롤’은 북미에서만 제작비 6배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국내에서는 개봉 5일만에 11만 명 이상의 관객수를 달성했다. ‘크롤’은 현재 전국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이유나 기자 /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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