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두 교황’ 이데올로기적 대립의 해답을 찾다

2019-12-05 10:47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하늘 아래 두 명의 교황이 살아 숨쉬는 일이 600년만에 벌어졌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즉위 8년만에 자진 사임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리를 물려받으면서 이 같은 역사가 성사됐다.

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사상 가장 사랑 받는 교황이다. 넷플릭스 ‘두 교황’(감독 페르난두 메이렐리스)은 현 교황과 전임 교황의 첨예한 신학적 대립과 그 속에서 미묘하게 피어난 우정을 그린 극영화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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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순교한 2005년, 베르고글리오 추기경(현 프란시스코 교황)은 교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개혁 옹호자로, 남미 출신 추기경 중 가장 높은 신임과 인기를 얻었다. 당시 개혁을 추구하기 보다 전통을 지키길 원했던 교회는 베르고글리오가 아닌 보수적인 전통파 라칭거 추기경을 교황 베네딕토 16세로 추대했다.

이후 7년 동안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교구는 숱한 스캔들을 뿌리며 논쟁의 중심에 섰다. 이 가운데 신앙활동에 무력함을 느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끝끝내 답이 없는 교황을 결국 직접 찾아가기에 이르렀다. 이윽고 교황의 여름 별장에서 재회한 교황과 베르고글리오 사이에 첨예한 논쟁이 발발한다.

별장의 아름다운 정원을 배경으로 현 교황과 전임 교황의 이데올로기가 강렬히 대립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교회가 전통을 유지해야 함을 피력하는 베네딕토 16세와 다르게,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변화의 흐름에 거스르는 교회의 아집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이상을 좇고 있는 것인지를 설득한다. 상반된 신념을 가진 두 교황의 논쟁은 세상에 알려진 두 사람의 신념과 발언 등을 바탕으로 창작됐다. 촘촘하게 긴 호흡으로 구성된 대사는 사실적이며, 두 이념의 괴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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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대립이 무색하게도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따스한 영화다. 두 교황의 논쟁과 만담은 이후에도 거듭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유머와 농담이 날아들며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해소시킨다. 특히 베네딕토 16세 역의 앤서니 홉킨스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역의 조너선 프라이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극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지탱해준다.

영화 제작 단계에서부터 싱크로율 높은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던 배우 조너선 프라이스의 재발견이다. 국내에서 HBO 시리즈 ‘왕좌의 게임’으로 얼굴을 알렸던 그는 실제 프란치스코 교황과 흡사한 외모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관찰력으로 교황의 걸음걸이나 말투, 말을 잠시 끊어가는 정적까지도 그대로 복사해냈다.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를 연기해 전설적인 배우로 거듭났던 앤서니 홉킨스의 기량 역시 만만치 않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비해 존재감이 없었던 베네딕토 16세를 연기하면서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미해 호감도를 높였다.

결국 그리스도 안에선 모두가 형제인 법이다. 신념뿐만 아니라 음악 취향, 식성까지 모두 판이한 두 교황은 거듭된 대화 끝에 서로를 이해하고 합의점을 찾아낸다. 이와 함께 영화는 전통과 개혁의 대립에 대한 돌파구는 ‘사랑’이라고 답한다. 두 교황이 서로를 껴안는 장면에서 비틀즈의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가 잔잔하게 흐르며 그 메시지를 뒷받침 한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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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간중간 극과는 어울리지 않는 팝송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오히려 그 가벼운 분위기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영화의 배경을 쉬이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 초반,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교회의 성스러운 의식인 콘클라베 장면에선 아바의 ‘댄싱퀸(Dancing Queen)’이 어우러져 흔치 않은 광경이 연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이후 다소 온건해진 교회가 이 장면 역시 쉽게 용인해줄 것이라 믿는다.

카톨릭, 비카톨릭 모두에게 사랑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이지만, 그럼에도 1970년대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난 ‘더러운 전쟁’ 당시의 행보로 아직까지 비판 받고 있다. 당시 수많은 예수회 신부들이 핍박 받았음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면에 나서 이들을 보호하려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플래시백으로 등장하는 교황의 암울한 과거 이야기는 다각도에서 꽤 사실적으로 다뤄졌지만, 영화는 결국 교황이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얼마나 변화됐는지, 그렇기에 그가 세상에 베풀고자 하는 사랑이 얼마나 진실된지를 호소한다.

개봉: 12월 11일(넷플릭스 공개 12월 20일) /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 출연: 앤서니 홉킨스, 조너선 프라이스 / 감독: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 제작: 넷플릭스 / 배급: 판씨네마 / 러닝타임: 126분 /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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