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② | 국내 영화에 재현된 여성과 가족

2019-12-12 15:36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영화는 대중문화를 대표함과 동시에, 대중문화를 발전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영화 안에는 사회가 재현되고, 사람들이 사는 삶이 그려진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공감하고, 삶을 반추한다. 즉, 영화는 관객에게 감동을 전달 할 뿐 아니라, 대중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성장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영화는 현재에 머무르는 것을 넘어,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지향점을 담아낼 책임이 있다.

다양한 소재들이 우리 사회를 영화 속에서 반영하지만, 여성과 가족은 그 중에서도 특별하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가부장제와 가족으로부터 출발했으며, 여성은 그러한 장애요소를 극복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영화 속 여성과 가족이 변화하는 과정은 우리 사회를 대변하기도 하고, 지향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스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스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 시기 영화에서 여성은 모성애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그들에게 주체적인 삶은 찾아볼 수 없다. 1980년대 역시 복장은 보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여성은 섹스심볼로만 기능하며 성애화 됐을 뿐이다. 민주화와 함께 다양한 이들이 가진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나서야 영화 속 여성은 주체적 활동을 꿈꾸며 가부장제를 극복하길 바랐다. 특히 영화 ‘내 아내가 결혼했다’(2008)에서 여성은 일처다부제를 이뤄내며 전통적 질서로부터 완전히 탈피하고자 했다.

최근 국내 영화는 여성과 가족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영화 ‘걸캅스’(2019)는 여성의 성장과 주체적 삶에 대해 그렸다. 작중 주인공 박미영(라미란)은 많은 여성이 그러하듯 결혼과 출산을 겪은 뒤 육아와 병행하는 직업을 구하지만, 영화는 박미영을 독립적인 개인으로 바라본다. 그는 아내나 엄마로 불리지 않는다. 가족에 대해 걱정하고 염려하지만, 헌신과 희생을 당연하듯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여성이 더 이상 사회가 요구하는 불편한 짐들을 감내하지 않겠다는 의지표명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82년생 김지영’(2019)은 여전히 우리 사회 전반에 남아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가부장적 뉘앙스를 여실히 보여준다. 극중 아이를 낳은 여성에게 당연하듯 요구되는 희생은 여러 젠더 이슈에도 진실된 공감과 현실적인 대안이 부족한 우리 사회 일면을 꼬집었다. 영화는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희망과 함께 나아갈 지향점을 그리기도 했다. 육아휴직을 신청해 아이를 돌보는 남편과 정신적 고통을 딛고 일어나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아내는 현실 속 가족이 변화해야 하는 청사진이다.

‘감쪽같은 그녀’(2019)는 대중문화 콘텐츠에 재현되는 가족 양상을 비튼다. 많은 영화 속에서 가족은 어머니, 아버지와 자식들로 구성된 4인가족 이미지로 등장하지만, ‘감쪽같은 그녀’는 할머니와 손녀 두 사람만이 가족 구성원이다. 영화는 현실 속 가족이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가족에 대해 갖고 있던 통념적 시선이 변화했다는 의미다. 작중 노쇠한 할머니와 어린 손녀는 그들 자체만으로 온전히 화목한 가족을 그린다. 비록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내일을 살아갈 희망이 부족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영화는 할머니와 손녀만으로 가족이 갖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영화 '감쪽같은 그녀' 스틸.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감쪽같은 그녀' 스틸.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제 우리 사회 속 여성과 가족은 성장했다. 더 이상 가부장적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각자가 원하는 삶을 개척해 나간다. 영화 역시 이러한 변화를 담아냈다. 가족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관객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여성은 더 이상 객체에 머물지 않고 주체적인 개인으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 속엔 전통적 질서에 의해 규정된 많은 한계점이 존재한다. 여전히 확고한 유리천장이나, 다문화 가정과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극복해야 할 대상들이다. 앞으로 등장할 영화들에, 이와 같은 문제를 반영한 소재들이 어떻게 그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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