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 참사, 그 날을 기억하는 작품들

2019-12-20 09:26 정지은 기자

[맥스무비= 정지은 기자] 떠난 사람들은 말이 없다. 원망하는 일도, 기억하는 일도 모두 남겨진 사람들에게 주어진 몫이다. 지난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는 모든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미흡했던 안전대책과 지체됐던 구조 시간으로 인해 희생자들은 끝내 어두운 바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 트라우마로 자리 잡았던 세월호 참사는 봄을 잔인한 계절로 만들었다.

영화 '부재의 기억' 스틸. 사진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영화 '부재의 기억' 스틸. 사진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영화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했다. 지난 17일 제92회 아카데미상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예비후보로 선정됐던 ‘부재의 기억’(감독 이승준)을 비롯해 '악질경찰'(감독 이정범)과 '생일'(감독 이종언) 등에서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감독과 배우들은 참사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다큐멘터리 영화 ‘부재의 기억’은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 당시 부재했던 국가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작품은 현장 영상과 통화 기록으로 구성돼 지켜주지 못했던 피해자들을 재조명했다. 신속한 구조가 이뤄지지 않았던 상황 속에서 대규모 참사가 벌어졌던 상황을 보여주며 국민들이 믿었던 나라와 정의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영화 '악질경찰'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악질경찰'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은 비리 경찰 조필호(이선균)가 경찰 압수창고 폭발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후 불법 비자금 조성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이다. 이정범 감독은 단원고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충격을 계기로 이 작품을 제작했다. 영화 속에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다양한 설정들이 등장했다.

주인공과 투닥거리며 가까워지는 장미나(전소니)는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소녀다. 친구가 평소에 입고 다녔던 체육복을 자신이 입고 다니며 추억을 기렸다. 겉으로는 어른들에게 대들며 가시 돋친 말을 뱉는 비행 청소년 같지만 속은 따뜻한 인물이다. 절도를 저질렀던 이유도 친구 시신을 수습했던 민간 잠수사 치료를 돕기 위해서였다. 그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같은 피해자면서 약자를 보호하는 행동을 보여줬다. 어린 나이에 친구를 떠나보낸 학생들이 겪었던 혼란과 상실감이 투영됐다.

영화 '생일' 스틸. 사진 NEW
영화 '생일' 스틸. 사진 NEW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유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았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 정일(설경구)과 어머니 순남(전도연)이 아들 생일에 지인들과 모여 추억을 되새기는 이야기다. 영화는 관찰자 입장으로 가족들이 보내는 평범한 일상을 쫓았다.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가는 아버지, 갯벌에 들어가지 못하는 여동생, 아들 옷을 쓰다듬으며 공허함을 느끼는 어머니는 위태롭고 허약한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일상에서 마주했던 소외감과 상처를 부각했다. 함께 자랐던 형제자매가 세상을 떠난 후 느꼈던 슬픔, 생전에 친했던 친구들이 가지는 죄책감과 상실감을 작품 곳곳에 심었다. 이종언 감독은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아 최근 2019 여성 영화인 축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영화 '악질경찰', '생일' 포스터.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NEW
영화 '악질경찰', '생일' 포스터.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NEW

좋은 의도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려 했던 작품들도 부정적인 여론을 피할 수 없었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라는 민감한 소재를 영화에 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질타 받는 대상이 됐다. ‘악질경찰’은 잔인한 장면들이 넘쳐나는 액션범죄물에서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다룰 필요성은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난과 질타가 쏟아졌지만 순탄치 않은 과정 속에서도 꾸준히 세월호 참사를 스크린에 담았던 영화인들도 있다. 김진열 감독은 유가족이 마주한 무능한 국가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투쟁을 조명했던 '나쁜 나라'에 이어 '나쁜 나라2' 촬영 소식을 알렸다. 쏟아지는 비판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그들은 같은 일념하에 움직였다. '누군가를 그리는 일은 절대 지겨워질 수 없다'는 이유였다.

 

정지은 기자 / jea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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