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 이병헌 “순발력 있는 애드리브, '백두산'이 가진 힘”

2019-12-25 09:00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영화 ‘백두산’은 화려한 CG와 배우들이 펼친 열연이 인상적인 영화다. 특히 이병헌은 다양한 감정선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 리준평을 연기하며 유려하면서도 선이 굵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유연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면,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적다. 옛날엔 ‘내 말이 맞다’는 힘으로 살았다면, 이제는 내가 나를 제대로 못 본다는 것을 더 믿는다. 어느 순간 살면서 내 고집이 약해졌다. 남들이 나를 연기적인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봐주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촬영 현장에서 요구되는 연기가 생기면 거절하지 않고 일단 시도한다.”

영화 '백두산'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 사진 BH 엔터테인먼트
영화 '백두산'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 사진 BH 엔터테인먼트

이병헌은 그에게 주어지는 요구에 최선을 다해 멋진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는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를 통해 카리스마와 유머를 자유롭게 오갔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극중 다양한 언어를 구사했는데, 그 자연스러움은 감탄을 부른다.

“이 영화에서 나는 여러 가지 말을 해야 했다. 목포 사투리부터 시작해서, 중국말과 러시아말, 북한 사투리까지 해야 했다. 물론 이에 대해서 많은 걱정이 있었다. 특히 유독 북한 사투리를 많이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처음 촬영 시작할 때는 북한 사투리에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을 시작했을 때는, 중국말이 가장 힘들었다. 촬영도 힘들었고, 개인적으로 제일 반복연습을 많이 해야 했다.”

그는 언어뿐 아니라, 영화를 촬영하며 있었던 많은 노력과 여려움에 대해 이야기 했다. ‘백두산’은 여러 장면이CG(컴퓨터 그래픽)로 이루어져 있어, 배우들은 많은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다. 이병헌은 장갑차 안에서 격렬하게 벌어지는 육탄전을 촬영이 어려웠던 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CG가 많은 장면의 경우, 눈 앞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촬영장이 허허벌판 아니면 세트장이었다. 항상 감독들이 '저 앞에 뭐가 있다'고 말하면, 그걸 상상하면서 연기에 몰입해야 했다. 장갑차는 그 안에서 눕는 것도 힘들다. 전부 딱딱한 쇠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안에서 뒹굴고 싸울 때 약간의 아슬아슬함을 느끼면서 장면을 찍었다. 자칫하면 다치겠구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영화 '백두산'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 사진 BH 엔터테인먼트
영화 '백두산'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 사진 BH 엔터테인먼트

이병헌은 당시 촬영은 힘들었지만, 유쾌하고 멋진 장면으로 나와 만족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같이 호흡을 맞춘 아역 배우가 보여준 연기력에 놀라움을 표했다. 리준평의 딸로 출연한 아역배우 김시아는 극중 짧은 출연 시간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표출했다.

“딸과의 장면은 촬영에서 유독 길었다. 그 장면에서 현장에 있는 모든 스태프들이 울거나 박수를 쳤다. 감독이 시아에게 주문한 연기도 어려웠는데, 아무 말 없이 그걸 표현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충격으로 말을 잃은 아이가 표정과 눈빛 만으로 그 장면을 압도했다. 다만 이 장면이 너무 강렬한 인상이다 보니,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균형이 맞지 않은 듯 하다. 그래서인지 완성본에는 장면이 많이 편집됐다.”

이병헌은 “편집실에 있던 사람들도 아쉬워한 장면이다. 나중에 어떤 방식으로든 관객들에게 보여지지 않을까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백두산’ 촬영 현장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많은 의견이 오고 갔다. 대사나 상황을 변형시키기도 하고, 애드리브도 많이 나왔다. 어쩌면 이런 순발력이 우리 영화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유연함이 재미를 만든다.”

영화 '백두산'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 사진 BH 엔터테인먼트
영화 '백두산'에 출연한 배우 이병헌. 사진 BH 엔터테인먼트

그는 재난영화임에도 가벼운 장면이 많아 걱정되지 않았냐는 물음에 “영화가 가진 매력이 다양한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백두산’이 재난영화가 갖는 장르적 특성에, 오락요소까지 가미된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병헌은 “감독이 두 사람인 영화는 처음이었다. 두 감독은 매일 같이 있었다. 불편함은 없었다. 색다르긴 했다”며 감독이 두 명이어서 배우가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감독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촬영이 끝난지 한참 됐는데, 얼마 전에야 모든 작업을 마쳤다고 연락을 받았다. CG에 시간이 많이 들어갔다고 한다.”며 이해준, 김병서 감독이 영화를 위해 들인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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