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천문: 하늘에 묻는다’ 허진호 감독이 조명한 진정한 우정

2019-12-24 09:00 정지은 기자

[맥스무비= 정지은 기자] 역사 속 세종은 백성들을 사랑했던 성군이었다. 한글 창제, 천문 사업 발전을 비롯해 노비에게 휴가를 100일 주는 법까지 제정했다. 그럼에도 세종은 고독한 왕이었다. 명나라가 압박을 던지고 간신들이 배신을 거듭하는 가운데, 장영실은 세종을 믿고 따랐던 충신이었다. 세종과 장영실은 서로에게 같은 꿈을 발견했던 소중한 존재였다.

오는 26일 개봉 예정인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 이하 ‘천문')은 조선을 다스리는 성군 세종(한석규)과 천재 발명가 장영실(최민식)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허진호 감독은 조선에 시간과 하늘을 선물하고자 했던 두 천재가 쌓아올린 진정한 우정을 작품에 담았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허진호 감독. 사진 롯데 엔터테인먼트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허진호 감독. 사진 롯데 엔터테인먼트

허진호 감독은 전작 ‘덕혜옹주’(2016)에 이어 빛나는 업적을 남겼던 위인들을 재현했다. 허진호 감독은 역사 속 자료들을 찾아보며 세종이 존경받는 왕이 됐던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 역사 속 위인들에게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는 작업은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세종은 백성들을 아꼈던 성군이다. 천문 사업은 한글 개발만큼이나 대단한 성과였다. ‘천문’은 세종이 높은 업적을 쌓았던 장영실을 내쳤던 배경에 대한 추측과 상상력에서 시작됐던 작품이다. 세종이 장영실을 내관처럼 가깝게 뒀다는 기록, 자격루를 만들었을 때 기뻐했다는 기록을 읽었다. 두 천재가 만나 신분을 초월하는 신뢰를 가지게 된 과정을 궁금해하며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갔다.”

‘천문’ 속 세종은 쇠약한 임금이다. 명나라와 간신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강대국에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갖가지 정치적인 상황에 휘말리는 현재 대한민국과 닮았다.

“역사 속 조선과 명나라 관계를 가져왔다. 당시 천문의기는 핵무기와 같았다. 힘을 가진 강대국 황제만이 천문 의기를 개발할 수 있었고, 황제가 아닌 관료들이 천문 연구를 했을 때는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세종은 홀로 서는 조선을 꿈꿨던 인물이다. 그 꿈은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허진호 감독. 사진 롯데 엔터테인먼트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허진호 감독. 사진 롯데 엔터테인먼트

허진호 감독은 ‘천문’에서 세종과 장영실 사이를 애틋하게 연출했다. 그는 세종과 영실 사이를 설명하며 정철이 썼던 서정 가사 ‘사미인곡’을 예로 들었다.

“'사미인곡'에는 임금이 신하에게 보내는 절절한 사랑이 담겨있다. 장영실과 세종은 '사미인곡'같은 관계였다. 장영실에게 세종은 노비였지만 꿈을 이루게 해줬던 왕이었고 세종에게는 장영실이 친구처럼 가까웠던 관계였다. 서로를 이해해주고 꿈을 실현시키는 사이였다.”

허진호 감독은 애틋한 이야기를 완벽하게 완성하기 위해 단단한 연기 내공을 자랑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그는 ‘8월의 크리스마스’(1998)에서 부자 지간으로 호흡을 맞췄던 신구와 한석규뿐만 아니라, 연극 ‘에쿠스’에서 처음 만났던 최민식을 섭외했다. 신구는 미리 잡혀있던 연극도 미루고 ‘천문’ 촬영에 동참했다. 허준호는 작은 역할임에도 흔쾌히 작품 출연을 수락했다.

허진호 감독은 베테랑 배우들 이외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젊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오랜 경력을 쌓아왔던 배우들은 신선한 해석을 시도하는 젊은 배우들과 만나 환상적인 시너지를 발휘했다. 허진호 감독은 장영실이 아끼는 노비인 사임 역을 맡았던 전여빈을 언급했다.

“영화 ‘죄 많은 소녀’(감독 김의석)를 통해 전여빈을 알아봤다.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편집됐던 장면들이 많다. 전여빈을 비롯한 젊은 배우들이 신구와 연기로 부딪히는 장면들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꼈다. 김태우나 전여빈이 존경하는 대상들과 연기로 부딪혀 냈던 시너지가 좋았다. 마치 제자와 스승이 칼싸움을 하는 듯한 긴장감 넘치는 순간이었다.”

‘천문’은 훌륭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 외에도 심금을 울리는 명대사들이 빛나는 작품이다. 허진호 감독은 전작 ‘봄날이 간다’(2001)에서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대표적인 명대사를 탄생시켰던 바 있다. 그는 '천문'을 촬영하며 기억에 남았던 명대사를 꼽았다.

“첫 촬영 현장에서 나왔던 ’우리 전하’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라는 표현이 주는 특별한 느낌이 있다. 세종이 ‘무엇이 보이느냐’라고 묻자 장영실이 ‘전하의 나라가 보입니다’라고 답변했던 장면도 꼽고 싶다. 지도자 세종과 그를 따르는 장영실 사이에 존재하는 무한한 신뢰가 드러났던 대사다."

'천문'은 세종과 장영실이 쌓았던 진정한 우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허진호 감독은 '천문'을 맞이할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역사 속 인물인 세종과 장영실을 다룬 이야기지만 현재와 비슷하다. 두 인물이 신하와 임금이라는 신분을 넘어 우정을 쌓는 과정을 관객들이 흥미롭게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정지은 기자 / jea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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