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 ‘최초’의 연속, 2019년 영화계 키워드…천만·‘기생충’·디즈니·여성

2019-12-23 16:39 정찬혁 기자

[맥스무비= 정찬혁 기자] 1919년 ‘의리적 구토’로 시작된 국내 영화 역사가 2019년 100년을 맞이했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이한 올해 극장가는 최초 기록들이 넘쳐나는 풍성한 한 해였다. 최초로 천만영화가 다섯 편 나왔고, 최초로 상반기 관객수 1억 명을 돌파했다. 국내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이제 아카데미를 노린다.

눈부신 성과에도 고질적인 문제점은 여전했다. 대박 영화 밀어주기로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발생했고 중박 영화는 실종됐다. 올해는 해외 배급사에 관객 점유율 1위도 뺏겼다.

영화 ‘극한직업’ 스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극한직업’ 스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천만영화 다섯 편, 대박은 늘었지만 실종된 중박 영화

2019년에는 천만영화가 무려 다섯 편 탄생했다. 2003년 개봉한 영화 ‘실미도’(감독 강우석)가 최초로 관객수 천만 명을 돌파한 이래 관객수 천만을 돌파한 작품은 ‘겨울왕국 2’까지 총 27편이다. 올해 첫 천만 영화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이다. 지난 1월 23일 개봉한 ‘극한직업’은 1626만 명 관객(이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모으며 ‘명량’(감독 김한민)에 이어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했다. 4월 24일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은 1393만 명을 동원하며 시리즈 최초 3편 연속 천만영화에 등극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11일 만에 관객수 천만 명을 달성하며 역대 최단 천만 돌파 타이틀을 얻었다. 5월 23일 개봉한 ‘알라딘’(감독 가이 치리)은 입소문을 타고 관객몰이에 성공, 개봉 53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5월 30일 개봉한 ‘기생충’(감독 봉준호)은 제72회 칸영화제 최고상 황금종려상과 천만 영화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며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사랑 받았다. ‘기생충’은 올해 북미 외국어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했으며, 내년 열리는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유력 후보로 점쳐진다. 11월 21일 개봉한 ‘겨울왕국 2’(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는 애니메이션 최초로 시리즈 쌍 천만을 이룩했다. 12월 22일 누적 관객수 1273만 명을 돌파한 ‘겨울왕국 2’는 ‘알라딘’ 기록을 넘어서며 역대 외화 흥행 3위에 등극했다.

설 연휴를 노린 ‘극한직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천만영화는 극장가 비수기에 개봉했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모호해지며 혼란이 가중됐다. 성수기 기대작이 오히려 흥행에 실패하고 중박 작품들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12월 23일 기준 2019년 작품 중 관객수 900만 이상 1000만 이하는 ‘엑시트’ 1편, 800~900만 구간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1편뿐이다. 600만~800만 구간은 한 편도 없다.

영화 ‘기생충’ 스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스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전 세계 휩쓴 ‘기생충’, 칸 넘어 아카데미로

한국영화 100년에 봉준호 감독이 기념비적 작품을 탄생시켰다.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이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국내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며,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건 2012년 김기덕 감독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2006년 감독 주간)로 처음 칸 초청을 받았으며,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부문)에 이어 ‘기생충’으로 다섯 번째 칸에 진출했다. 경쟁부문에 오른 건 ‘옥자’에 이은 두 번째다.

이후 ‘기생충’은 제66회 시드니영화제 최고상 시드니 필름 프라이즈, 2019 토론토 국제 영화제 관객상(Second Runner-Up), 2019 제72회 로카르노 영화제 엑설런스 어워드, 2019 밴쿠버 국제영화제 최고관객상을 비롯해 북미 4대 비평가 협회상으로 불리는 전미 비평가위원회상, 뉴욕 비평가협회상, LA 비평가협회상, 시카고 비평가협회상에서 모두 수상했다.

국내영화 최초 기록을 쓰고 있는 ‘기생충’은 내년 열리는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외국어영화상, 각본상, 감독상 3개 부문 노미네이트됐다. 이 같은 기록 역시 국내영화 최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국제극영화상, 주제가상 예비 후보에 올랐다. 앞서 ‘버닝’(감독 이창동)이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부문 예비 후보에 올랐으나 최종 후보에는 들지 못했다. 국제극영화상 최종 후보는 2020년 1월 13일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과 함께 발표된다. ‘기생충’은 국제극영화상뿐만 아니라 주요 부문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영화 ‘겨울왕국 2’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겨울왕국 2’ 스틸.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더욱 거세진 디즈니 공습, 스크린 독과점 우려도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2019년 11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관객 5502만 명을 동원해 관객 점유율 26.9%로 전체 배급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08년 전국 단위 배급사별 점유율을 발표한 이래 외국 투자배급사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디즈니는 올해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겨울왕국 2’가 관객수 천만을 넘어섰다. 올해 천만영화 다섯 편 중 세 편이 디즈니 작품이다. 거대한 세계관을 갖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실사화로 다시 태어난 명작, 새 시대를 끌고 갈 애니메이션 시리즈까지 모든 작품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쓴 디즈니는 영화사 최초로 연간 흥행 수익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폭발적인 흥행과 함께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11월 22일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원회(반독과점영대위) 긴급 기자회견에서 ‘블랙머니’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은 “현재 법 제도하에서는 불공정한 시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도 이런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2월 1일에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겨울왕국 2’가 독점금지법(독점금지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수입·배급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겨울왕국 2’는 개봉 첫 날 2343개 스크린수를 확보했으며 개봉 첫 주 일요일인 24일에는 스크린수가 2648개까지 올랐다. ‘어벤져스: 엔드게임’는 개봉 첫 주말 2835개 스크린을 확보했다. 이 같은 독과점 문제는 해외영화에서만 벌어지진 않는다. 올해 ‘극한직업’, ‘기생충’이 최다 스크린수 2003개, 1948개를 기록했다. 현재 상영 중인 ‘백두산’도 개봉 첫 날인 19일 1970개 스크린을 확보했다. 단순한 배척과 비난이 아닌 공생을 위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여성영화 약진

올해는 여성 캐릭터 변화와 여배우, 여성 감독 약진이 돋보였다. 몇 년 전부터 높아졌던 자정의 목소리는 조금씩 여성을 스크린 중심으로 옮겨왔다. 조남주 작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은 최근 우리사회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젠더 이슈를 과감히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는 보편적인 여성이 겪고 있는 근원적 차별과 상처를 고스란히 보여주며 차별과 혐오가 아닌 공감과 회복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캡틴 마블’, ‘알라딘’, ‘겨울왕국 2’ 등 올해 개봉한 디즈니 작품 속 여성 캐릭터도 좀 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인물들로 그려졌다.

이런 캐릭터의 변화는 좀 더 많은 여배우가 스크린 전면에 나설 수 있게 했다. ‘걸캅스’(감독 정다원), ‘항거: 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 ‘윤희에게’(감독 임대형),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 등 여배우 주연 작품들도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내년에는 라미란 주연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 박신혜, 전종서 주연 ‘콜’(감독 이충현) 등이 관객을 만난다.

여성 감독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감독, ‘벌새’ 김보라 감독, ‘우리집’ 윤가은 감독, ‘생일’ 이종언 감독, ‘메기’ 이옥섭 감독, ‘가장 보통의 연애’ 김한결 감독 등 독립영화, 상업영화를 가리지 않고 실력발휘했다. 특히 김보라 감독은 ‘벌새’로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45회 시애틀국제영화제, 제9회 베이징국제영화제, 제25회 아테네국제영화제, 제40회 청룡영화상, 제20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등 국내외 시상식을 휩쓸며 40여개 트로피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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