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항일' 기획① | ‘말모이’부터 ‘봉오동 전투’까지…2019년 항일 영화 열풍이 전한 메시지

2020-01-01 13:00 박재은 기자

[맥스무비= 박재은 기자] 한일 외교 갈등은 올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다. 2018년 10월 국내 대법원이 내렸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일본 정부는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개발 소재 수출 규제의사를 밝혔다. 일본이 행한 보복 조치로 인해 국민들은 분노를 표출하며 불매운동에 참여했다. 경제 대립으로 이어진 한일 무역 분쟁은 외교적,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켰다.

한일 갈등이 장기화된 후 항일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들이 화제를 모았다. 한일 관계에 대한 민감한 소재와 항일 정신이 깃든 작품들은 극장가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이 지닌 오랜 역사를 조명하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영화 '말모이', '봉오동 전투' 포스터(왼쪽부터). 사진 '말모이', '봉오동 전투' 포스터(왼쪽부터).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영화 '말모이', '봉오동 전투' 포스터(왼쪽부터). 사진 '말모이', '봉오동 전투' 포스터(왼쪽부터).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019년에 개봉된 항일 영화들 중 처음 관객들에게 찾아온 작품은 ‘말모이’(감독 엄유나)다. 일제 탄압 아래 우리말 사전 ‘말모이’를 편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조선어 편찬위원회 이야기를 다뤘다. 엄유나 감독은 “이름 없는 이들의 활약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뜻을 밝히며 우리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역사 속 숨은 위인들을 조명했다.

근현대사 속 역사적 사건들을 소재로 삼은 작품들에서 열연을 펼쳤던 유해진은 ‘말모이’에서 까막눈 판수를 연기했다. 그는 평범한 시민이 우리말을 되찾겠다는 사명을 갖게 되기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역사적인 감동을 전했다. ‘말모이’는 총 관객수 286만 6453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달성했다.

유해진은 지난 8월 개봉된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에서도 독립군 해철 역을 맡았다. 총 관객수 478만 7538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한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봉오동 일대에서 일본군들을 무찌른 무장 독립투사 이야기를 다뤘다. “어제 농사짓던 사람이 오늘 독립군이 될 수 있다”는 해철(유해진)이 던진 대사처럼, 평범한 소시민들이 독립운동에 가담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 '에움길', '김복동', '주전장' 포스터(왼쪽부터). 사진 영화사 그램, 엣나인필름, 시네마달
영화 '에움길', '김복동', '주전장' 포스터(왼쪽부터). 사진 영화사 그램, 엣나인필름, 시네마달

한일 갈등이 심화된 지난 여름, 다큐멘터리 항일 영화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화두를 던졌다. 지난 7월 개봉된 ‘에움길’(감독 이승현)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진술을 통해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전쟁 범죄를 비판했다. 지난 8월 개봉된 ‘김복동’(감독 송원근) 역시 일본에게 사죄를 받기 위해 27년동안 목소리를 낸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모습을 담아 총 관객수 8만 9011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했다. 두 영화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돌아보며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동시에 고난을 딛고 현재를 살아가는 피해자들을 지닌 따뜻한 연대를 조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도 있다. 지난 7월 개봉된 ‘주전장’(감독 미키 데자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보는 상반된 입장을 담았다. 미국계 일본인인 미키 데자키 감독은 “진실을 판단하는 일은 역사를 바라보는 이들의 몫이다”고 다음 세대에 당부했다. 정치적인 요소들을 배제한 냉철한 분석으로 호평을 받았던 이 작품은 총 관객수 3만 9980명을 기록했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1919 유관순' 포스터(왼쪽부터).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마운틴픽쳐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1919 유관순' 포스터(왼쪽부터).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마운틴픽쳐스

일본군 위안부 이슈에 이어 일제에 맞서 만세를 외쳤던 여성 독립운동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들도 있었다. 지난 2월 개봉된 ‘항거: 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 이하 ‘항거’)와 3월 개봉된 ‘1919 유관순’(감독 신상민)은 만세운동에 가담했던 유관순 열사와 역사 속에 가려졌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담았다.

'항거'는 서대문 형무소 8호실에서 벌어졌던 사건들과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겪었던 핍박을 그렸다. 독립을 향한 연대가 애국심과 민족의식을 북돋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독립영화지만 총 관객수 115만 7949명을 동원하는 쾌거를 이뤘다.

영화 '봉오동 전투', '항거: 유관순 이야기' 스틸(위쪽부터). 사진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봉오동 전투', '항거: 유관순 이야기' 스틸(위쪽부터). 사진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객수에 상관없이 항일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깊은 의미를 전했다. ‘에움길’, ‘김복동’, ‘주전장’은 적은 상영관으로 인해 높은 관객수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생생한 증언들을 토대로 역사 속 진실을 알렸다. ‘말모이’와 ‘봉오동 전투’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시대를 일궈온 항일 운동가들을 기리며 경의를 표했다. ‘항거’와 ‘1919 유관순’은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운동가들이 펼친 의지를 통해 진정한 애국심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처럼, 역사를 조명한 영화들은 다음 세대에게 귀감이 된다. 2019년은 부정적인 한일 관계를 담고 비난하려는 목적이 아닌, 과거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되돌아보고 교훈을 전하는 영화들이 개봉돼 의미 있는 한 해였다. 2020년에도 뜻 깊은 역사를 보여주며 다음 세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항일 영화가 등장할지 기대를 모은다.

박재은 기자 / jeunny@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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