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 가깝고도 먼 중국-일본, 2019년 최고 흥행작은 자국 애니메이션

2019-12-31 11:20 정찬혁 기자

[맥스무비= 정찬혁 기자] 올해 국내 극장가에는 한국 영화 100년에 걸맞은 의미 있는 성과들이 있었다. 천만 영화 5편이 탄생했고, 최초로 총 관객수 2억 2000만 명을 돌파했다.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한국영화 최초 아카데미를 노리고 있다.

국내 영화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이웃나라 중국도 올해 역대 최고 수익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은 자국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3D 애니메이션 ‘너자’가 1억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하며 중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일본 역시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가 2019년 흥행 1위를 차지하며 국내 영화 시장과는 다른 분위기를 이어갔다. 국내는 상업성 강한 범죄 오락 액션이 강세라면 중국은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대작이, 일본은 감수성을 자극하는 애니메이션이 강세다. 가깝고도 먼 이웃 한중일은 극장가에서도 이처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상망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올해 영화 흥행 순위는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겨울왕국 2’, ‘알라딘’, ‘기생충’, ‘엑시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백두산’, ‘조커’ 순이다. 흥행 10편 중 국내 영화는 총 4편이다. 매년 성장을 거듭한 국내 영화는 올해 코미디, 재난,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가 성공을 거뒀다. 상업적 성과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요 시상식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미국 CNN 18일(미국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2019년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 누적 수입이 613억 2000만 위안(약 10조 2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해 중국 흥행 1위는 애니메이션 ‘너자(Ne Zha)’로 흥행 수익 7억 달러(이하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를 기록했다. 이로써 ‘너자’는 ‘특수부대 전랑2’(2017)에 이어 중국 역대 흥행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올해 중국 흥행작 10편 중 중국 자국 영화는 8편이다. 3위 ‘어벤져스: 엔드게임’, 10위 ‘분노의 질주: 홉스&쇼’를 제외하고 중국 영화 ‘유랑지구’가 2위, 4위부터 9위까지 ‘나와 나의 조국’, ‘중국기장’, ‘미친 외계인’, ‘비치인생’, ‘열화영웅’, ‘베터 데이즈’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영화 ‘너자’ 포스터. 사진 WGUSA
영화 ‘너자’ 포스터. 사진 WGUSA

중국 영화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할리우드를 위협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PWC는 지난 6월 발표한 자료를 통해 중국 영화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9.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8년에는 중국 투자자들이 투자한 영화가 미국 박스오피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에 육박했다.

북미에 이어 세계 영화시장 규모 2위인 중국은 통상 한해 34편의 외국영화만 개봉을 허용하며 자국 영화를 보호했다. ‘기생충’은 개봉을 앞두고 갑자기 상영이 취소되기도 했다. 자국 영화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온 중국은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자국 영화들이 애국 코드와 맞물려 흥행에 성공했다. 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10월 1일) 시즌에는 신중국 건국 후 70년간 역사적 순간을 그린 ‘나와 나의 조국’, 조종석 유리창이 깨진 상황에서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킨 실화를 재현한 ‘중국기장’ 등이 개봉했다. 이처럼 당국 검열이 강화되고 사회주의 윤리의식을 내포한 작품들이 만들어지면서 다수 작품들이 자국 내에서만 흥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중국 영화가 지닌 한계성이기도 하다.

영화 ‘날씨의 아이’ 포스터. 사진 (주)미디어캐슬
영화 ‘날씨의 아이’ 포스터. 사진 (주)미디어캐슬

2019년 중국이 자국 애니메이션으로 극장가를 휩쓸었다면 일본은 오랜 기간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인 국가다. 재패니메이션, 아니메 등으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일본 애니메이션 열기는 극장가에서도 여전했다. 올해 일본 최고 흥행작은'날씨의 아이'다.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애니메이션이다. ‘날씨의 아이’는 지난 7월 개봉해 1억 2500만 달러 흥행 수익을 거뒀다.

‘날씨의 아이’에 이어서 ‘알라딘’, ‘토이 스토리4’,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 ‘겨울왕국 2’, ‘라이언 킹’, ‘어벤져스: 엔드게임’, ‘킹덤’, ‘원피스: 스탬피드’, ‘조커’가 흥행 TOP10을 차지했다. 일본은 10편 중 4편이 자국 작품이며 ‘날씨의 아이’를 제외한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 ‘원피스: 스탬피드’는 TV판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며, ‘킹덤’은 원작 만화를 실사화한 작품이다. 지난해에도 일본은 할리우드 작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애니메이션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일본은 전세계 영화 시장 3위, 2018년 기준 23억 달러 규모로 4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연간 총 관객수는 2억 명이 넘지 않아 2013년 이래 지금까지 매년 2억 명을 넘은 국내보다 적다. 1인당 관람 횟수가 낮은 대신 표가 비싸고 VOD 시장이 크다. 독특한 문화와 시장 성격상 자국에서 제작되는 다수 작품이 애니메이션이나 실사화 영화다. 역대 흥행 순위를 봐도 1위는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며 ‘겨울왕국’, ‘너의 이름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모노노케 히메’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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