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 인공인간 탄생, 영화가 미리 던진 철학적 사유

2020-01-11 09:00 정찬혁 기자

[맥스무비= 정찬혁 기자] 미래 세상을 앞서 비추던 영화가 조금씩 현실에 따라 잡히고 있다. 과학 기술은 체감보다 빠르게 발전해 어느덧 인간과 유사한 인공지능(AI)을 만드는 수준에 올랐다. AI가 수행자가 아닌 창조자로서 진화하고 자아를 갖게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 미국 연구조직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산하 연구소 스타랩스(STAR Labs)에서 개발한 인공인간 프로젝트 네온(NEON)이 지난 7일(미국 현지시간)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공개됐다. 실체 인간처럼 보이고 행동하는 네온은 디지털로 구현한 가상의 존재다. 날씨를 알려주거나 음악을 틀어주는 인터넷 인터페이스 AI와도 다르다. 네온은 인간과 대화하고 행동하며 기억을 형성하고 학습한다.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하며 개인화되는 ‘인공인간’이다. SRA 전무 겸 스타랩스 CEO 프라니브 미스트리는 “우리는 가상에서 만들어낸 것을 진짜라고 믿을 수 있냐는 물음에서 네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영화 ‘에이 아이’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에이 아이’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날 공개된 네온은 매끄러운 대화를 이어가는 고도화된 성능을 보여주진 못했다. 멀지 않아 네온과 같은 AI가 상용화된다면 우리는 인공인간과 소통하고 나아가 사회적 교류를 맺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인공인간은 가상 뉴스 앵커, 영화 배우, 창구 직원 등 인간의 역할을 대체한다. 인간과 AI의 지위가 전복되진 않겠지만 유사하거나 동일하게 인식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드로이드, ‘아이언맨’ 시리즈의 자비스 등 수많은 SF 영화에서 AI는 인간에게 봉사하는 동반자, 조력자 관계를 형성했다.

인간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는 AI를 통해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 영화들이 있다. ‘에이 아이’(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서는 AI 로봇을 아들 대신 입양한다. 감정을 느끼고 인간처럼 행동하며 아들을 대체했던 AI 로봇 데이빗은 아들이 돌아오며 버림받고, 피노키오처럼 인간이 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그녀(HER)’에선 스스로 진화하는 운영체제와 교류하며 실체가 없는 AI에게 진짜 감정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AI 사만다는 인간 테오로드와 동일하게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겪는다.

‘매트릭스’에도 영향을 미친 일본 사이버펑크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감독 오시이 마모루)는 인간과 컴퓨터를 좀 더 직접적으로 연관시킨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직접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공각기동대’에서 AI 인형사는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무형의 프로그램이지만 생명체로서 정치적 망명을 원한다. 인형사는 인간이 지닌 DNA와 기억을 프로그램, 데이터와 동일시 한다. 주체적으로 사유하고 체험하기에 관념론적 존재인 것이다. 동시에 영화는 물리적 신체와 기억이 가짜인 상황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신할 수 있는지 물음을 던진다.

영화 ‘매트릭스’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매트릭스’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그리는 영화에선 피조물인 AI가 창조주인 인간과의 관계를 전복시킨다. 1984년 개봉한 ‘터미네이터’(감독 제임스 카메론)는 2029년 인류와 기계의 전쟁을 그린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스카이넷은 자신의 발전을 두려워한 인간이 자신을 멈추려 하자 인류를 적으로 간주하고 전쟁을 시작한다. 1999년 ‘매트릭스’(감독 릴리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는 한발 나아가 AI에 사육되는 인류를 그렸다. 영화는 2199년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AI는 인류와 전쟁에서 승리했고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인공 자궁에 갇혀 AI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인간들은 AI에 의해 입력된 매트릭스 프로그램으로 인해 가상의 1999년 세상을 살아간다. 동굴 속에서 불빛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바라보는 죄수처럼 복제된 현실을 진실로 착각한다.

이처럼 영화는 우리가 마주할 상황을 좀 더 극적으로 풀어냈지만 AI의 법인격 이슈, 트랜스 휴머니즘 등은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이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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