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 ‘해치지 않아’ 손재곤 감독, 관록 묻어나는 코미디 철학

2020-01-11 09:00 박재은 기자

[맥스무비= 박재은 기자] 전작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이층의 악당’(2010)으로 코미디 영화계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손재곤 감독이 10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영화 ‘해치지 않아’(감독 손재곤, 1월 15일 개봉)는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동물 없는 동물원이라는 특이한 소재가 개봉 전부터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묵직한 사연을 가지고 동물원 갱생 프로젝트에 동참한 다섯 인물들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고군분투 속에 청춘을 향한 뜻 깊은 메시지를 담아 보낸다.

영화 '해치지 않아' 감독 손재곤. 사진
영화 '해치지 않아' 감독 손재곤. 사진

한 편의 영화가 개발단계에서 2, 3년 시간이 걸리는 것은 흔한 일이다. 손 감독에게 10년은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신중함을 표하는 시간이었다. 손 감독은 복귀에 앞서 초심으로 돌아가는 자세를 가졌다. 그는 설레는 듯 조금 경직된 기색이 역력한, 처음 관객에게 영화를 선보이던 그 마음 그대로였다.

“소감이라고 하기에는 좀 쑥스럽다. 10년만에 돌아온 느낌보다는 오히려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 그것과 비슷하다. 지난번과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마음이다.”

전작이 신선함으로 주목 받았던 만큼 손 감독은 이번 영화도 실험적인 소재를 채택했다. 동명 웹툰은 제작사 추천으로 알게 된 작품이지만, 동물 없는 동물원과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투입된 직원들이라는 이색적인 설정이 손 감독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실사화 한다는 점에서 다소 난항을 겪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원작이 품은 따뜻한 메시지에 손 감독은 제작을 결심했다.

“제작사로부터 처음 영화의 설정을 들었을 때 ‘관객이 과연 이 작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막상 원작을 읽어보니 그런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전반적으로 흐르는 따뜻한 정서에 반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 '해치지 않아' 감독 손재곤. 사진
영화 '해치지 않아' 감독 손재곤. 사진

귀여운 동물 탈과 아기자기 매력 발산하는 캐릭터들이 한 데 모인 이 영화는 벌써 예비 관객들로부터 ‘착한 영화’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작품이 무해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는 이유였다. 어린 시절부터 명랑만화를 좋아해 코미디 장르에 푹 빠지게 됐다는 손 감독은 ‘착한 영화’라는 표현에 앞서 자신이 가진 코미디 소신을 밝혔다.

“동물원이라는 공간에 단지 동심과 추억이라는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키는 것이 오히려 우려됐다. 원치 않는 이유로 속박당한 동물들과 그들이 느끼는 불안을 모른 척 넘어갈 수 없었다. 작중 북극곰 까만 코 캐릭터를 통해 그런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하고 싶었다. 사실 착한 영화를 계획하고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코미디는 그런 것이다.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을 굳이 포함하지 않아도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

손 감독 작품이 가진 매력은 담담하게 던진 대사 속 터지는 잔재미에 있다. 손 감독은 이에 내추럴한 재미를 추구하고자 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과장된 캐릭터가 실패한 장면으로 이어진 적도 있다는 과거 경험을 털어놨다. 수수한 인물들을 구성해 일상에서 벌어지는 상황처럼 연출하는 것이 더 큰 재미를 유발한다는 연출가적 견해였다.

“배우에게 과장된 연기를 요구하는 것이 캐릭터의 일관성을 깨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경험상 작품이 단지 웃기려는 의도만 다분하면 관객에게 실패했다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물론 코미디 영화는 장르 특성상 과장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느슨하게 풀어가는 강약조절이 필요한 장르다.”

영화 '해치지 않아' 예고편 캡쳐.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해치지 않아' 예고편 캡쳐.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해치지 않아’는 주,조연 배우들의 알찬 구성을 자랑한다. 매력적인 캐릭터 중에도 유독 신스틸러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특히 작중 고 대표 역을 맡은 배우 김기천은 “됩니다”라는 대사를 동반, 짧지만 폭소를 유발하는 명장면을 완성했다. 김기천은 손 감독 전작에서도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온 배우인 만큼 손 감독은 그에 대한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연출가로서 새로운 배우와 작업을 하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 믿을만한 배우에게 맡기고 싶은 역할들이 있다. 그게 바로 김기천이다. 고 대표처럼 짧은 시간에 인상을 남겨야 하는 캐릭터는 사실 배우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제안이 더 조심스러웠다. 김기천은 흔쾌히 승낙했고 만족스러운 장면을 이끌어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극장가는 코미디 대격돌이 예상된다. 과연 어떤 영화가 승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개봉을 앞둔 손 감독 역시 긴장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예비 관객에게 “연초에 많은 작품들이 개봉을 하는 만큼 부담감도 가지고 있다. 이번 영화가 많은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박재은 기자 / jeunny@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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