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이 던진 질문, 그들은 과연 어땠을까

2020-01-21 09:00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그 사람들의 감정은 과연 어땠을까?”

‘달콤한 인생’으로 느와르의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던 이병헌이 두 번째 느와르 ‘남산의 부장들’로 돌아온다. 설 연휴에 느와르 순풍을 이끌 ‘남산의 부장들’은 근현대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역사로 남은 10.26 궁정동 사건을 풀어낸 또 하나의 작품이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이병헌.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이병헌. 사진 BH엔터테인먼트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은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10.26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40일을 그린다. 18년 독재가 종말을 맞는 이야기는 소설, 영화, 드라마 소재로 여러 차례 쓰여왔다. 이번에 또 한 편의 영화가 더 공개된다고 해서 얼마나 관심 받을지는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이병헌은 작품의 가치만큼은 “시나리오에 다 나타났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영화는 느와르에 가깝다. 10.26 사건을 다룬 또 다른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은 한쪽 시각에 입각한 블랙코미디에 가까웠다. 반면 ‘남산의 부장들’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느와르로 풀어낸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 속에서 ‘과연 그 인물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카메라로 그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와 감정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듯하다. 그게 우리 영화와 이전 작품들의 차이점 아닐까 싶다.”

이병헌은 극중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연기한다. 실존 인물 김재규를 모티브로, 위태로운 권력 끝에 대통령을 암살하는 2인자를 표현했다. ‘남산의 부장들’이 김규평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가는 작품인 만큼 유달리 대사가 적었고 클로즈업 기법이 많이 쓰였다. 이병헌은 바짝 당긴 카메라 화면 안에서, 김규평이라는 인물이 민주주의를 해치는 지도자 처단 결심을 세우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세심히 연기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이병헌.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이병헌. 사진 BH엔터테인먼트

“대사 없이 리액션을 취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극중 감정이 폭발되는 듯한 장면이 두세 번 정도 나오지만, 그 외에는 계속 감정을 꾹꾹 누르고 자제하는 모습을 표현해야 했다. 배우로서 정말 하고 싶은 작업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느와르는 클로즈업이 많다. 클로즈업을 할 때마다 극중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내가 충분히 갖고만 있다면, 관객들에 내 감정이 잘 전달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조금이라도 왜곡되거나, 내가 의도하지 않은 감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게끔 신경을 많이 썼다.”

개봉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전작 ‘백두산’에서는 애드리브를 많이 활용했다.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대본과 시나리오에 충실했고, 이로 인해 어려움이 잇따르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듯하다. 데보라 심처럼 가공된 인물이 등장하고, 사실 선후배 관계였다는 김부장과 박 부장이 친구로 그려지는 등 영화적인 픽션이 가미되기도 했다. 이 외에는 대부분 고증을 통해 사실을 왜곡하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배우들 역시 시나리오에 쓰인 감정 안에서 이해하고 정확하게 보여주려 신경 썼다. 물론 영화는 작가 머릿속에서 1차 창작이, 그다음에 감독과 배우를 통해 2차 창작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달랐다. 다만 그 인물의 틀이 너무 작기 때문에 연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얽매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이병헌.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이병헌.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캐릭터를 자신의 생각대로 해석하기보다는 실존 인물과 관련된 축적 자료들을 면밀히 살피고, 당시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토대로 캐릭터를 쌓아나갔다. 이병헌은 특히 “법정 영상에서 김제규가 포마드를 하지 않은 머리카락을 계속 쓸어 넘기는 등 헤어스타일에 민감한 면모를 캐치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영화 곳곳에서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이마에 흘러내리면 예민하게 쓸어 넘기는 연기를 여러 차례 선보이며 꼼꼼하게 캐릭터에 접근했다.

캐릭터 형성을 위해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과 수없이 논의하기도 했다.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김재규의 행실을 직접 연기하기에 앞서 헤아리고 싶었지만, 의논 끝에 깨달은 건 이 영화가 지켜야 할 ‘모호함’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질문을 많이 던졌다. 대체 왜 그랬을까? 무슨 마음에서 그랬던 걸까? 대의에 의한 건지, 욱해서 그런 건지…사회에서도 여전히 다양한 의견들이 혼재한다. 결국 우리는 대중의 의문에 영화가 명확한 답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결론 지었다. 정말 조심해야 할 부분 같았고, 영화를 끝까지 본 후에도 관객들이 ‘왜 그랬을까’라는 물음표를 띄우기를 바랐다.”

이유나 기자 / lyn@maxmovie.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 maxpress@maxmovie.com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0/ 500
      사업자등록번호 211-88-91225 l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제2016-서울강남-02630호 l 대표이사 정이은
      ㈜맥스무비 l 06099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25길 8, 301호(논현동, 유진빌딩)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 02730 | 등록일자 2013년 7월 11일 | 제호 맥스무비 닷컴 | 발행인 : 정이은ㅣ편집인 : 이은지

      Copyright ⓒ Asiatribune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