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 이희준이 바라본 ‘남산의 부장들’…그리고 인간 곽상천

2020-01-20 10:17 박재은 기자

[맥스무비= 박재은 기자] 여러 작품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 이희준이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1월 22일 개봉)로 과감한 이미지 변신에 도전한다. 이 작품은 18년간 청와대 일인자로 군림한 박통을 중심으로 지지세력과 반대세력 사이 첨예한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감각적인 연출과 배우들 조합이 더해져 세련된 누아르를 완성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배우 이희준. 사진 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배우 이희준. 사진 쇼박스

이희준은 ‘남산의 부장들’에서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맡았다. 그가 연기한 곽상천은 독재자 박통을 신념으로 받드는 인물이다. 박통을 향한 그의 충심이 어쩐지 애처롭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박통 반대세력에게 시종일관 이를 드러내는 거친 인물이다.

이희준은 ‘남산의 부장들’ 시나리오를 건네 받은 당시를 설명했다. 신작에 대한 흥분도 있었지만 곧이어 곽상천이라는 인물에 의아한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인간 이희준이 바라본 곽상천은 신념에 대해 많은 물음을 낳는 캐릭터였다.

“나는 캐릭터가 이해가 돼야 연기할 수 있다. 곽상천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배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가 어떻게 자라왔고 박통을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 시점에서 그가 박통을 향한 강한 신념을 구축하게 됐을지 이해하려 애를 먹기도 했다. 점차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저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결국 그도 그냥 사람이려니 했다. 관객이 그를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내 목표였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제작, 인물 감정선은 픽션을 가미했다. 실존 인물 조사는 가능했지만 내면을 묘사하는 것은 오롯이 배우 몫이었다. 이희준은 작중 김규평을 경계하며 그와 대립하는 곽상천의 모습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해석했다.

“곽상천 입장에서는 김규평 행동이 답답했을 거다. ‘당신 제2의 권력자라면서 왜 각하를 보필하지 않아?’ 단지 그 뿐이다. 김규평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도 자기 딴에는 기강을 잡는 행동이다. 곽상천과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당신 일인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물론 그는 일인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고 대답할 거 같다. 그저 박통을 보필하는 것만이 그의 목표였을 거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사진 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사진 쇼박스

이희준은 이번 영화에서 25kg 증량한 모습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정확한 캐릭터를 구현해내고자 자발적으로 시도한 일이었지만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신체에 눈에 띄는 변화를 주는 일이 결코 쉽지 만은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다 보니 이 캐릭터는 몸집이 커야 된다고 느껴졌다. 평소 배가 나오면 안 된다는 강박 탓에 증량 초반에는 음식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나중에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희준아 괜찮아. 먹어도 돼. 찌워도 돼’ 했다. 전작들은 심리적 가면에 집중 했다면 이번 작품은 신체적 가면을 쓴 느낌이다. 증량 후 움직임도 커지고 목소리도 낮아짐을 느꼈다. 평소와 다른 느낌이 신선했다.”

이희준은 2017년 개봉된 ‘마약왕’ 이후 우민호 감독과 두 번째 협업에 나섰다. 이희준이 바라본 우 감독은 작품에 맞는 온도를 유지하는 섬세한 연출가였다. 이희준은 ‘남산의 부장들’ 촬영에 임하며 우 감독이 보여준 결단력과 집중력에 존경을 표했다. 배우들이 배역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던 건 우 감독이 보여준 섬세한 디렉팅 덕분이었다.

“’마약왕’ 때는 말 그대로 뜨거웠다. 다들 현장에서 적절한 애드리브를 찾으면서 촬영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정반대였다. 우 감독은 이 영화만의 온도와 색깔을 지키려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 우 감독이 생각한 의도와, 연출, 방향, 색깔, 온도가 모두 느껴졌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배우 이희준. 사진 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배우 이희준. 사진 쇼박스

이번 영화는 출연진 전원 애드리브가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희준은 시나리오에 입각해 대본에 점 하나까지 그대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실존 인물을 구현한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다.

“애드리브를 자제하고 대본에 적힌 점 하나까지 그대로 연기했다. 누구 하나 ‘그렇게 하자’고 약속을 한 건 아니었지만 출연진 모두가 그런 식으로 촬영에 임했다.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만큼 역사를 왜곡시키지 않으려 모두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희준의 섬세한 노력이 깃든 ‘남산의 부장들’은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는 또 한번 좋은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는 것에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이희준은 예비 관객에게 “’남산의 부장들’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영화다. 그 부분이 다양한 세대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거 같다. 해당 시기를 겪은 세대, 조금 알고 있는 세대, 아주 모르는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다. 설 연휴 가족이 함께 관람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며 영화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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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은 기자 / jeunny@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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