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 ‘남산의 부장들’ 이희준, 식을 줄 모르는 연기 열정

2020-01-20 08:10 박재은 기자

[맥스무비= 박재은 기자] 이희준은 도전하는 배우다. 그 동안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온 그는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 연기 세계를 보여줬다.

이희준은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22일 개봉 예정)로 다시 한 번 극장가를 찾는다. 이 작품은 김충식 작가가 26개월간 동아일보에 연재한 원작을 바탕으로 국내 근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10.26 사태를 풀어냈다. 이희준은 이번 작품에서 박통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맡아 연기 변신에 도전, 보다 풍성한 필모그래피를 예고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사진 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사진 쇼박스

이희준이 연기한 곽상천은 박통을 향한 맹목적 충성을 보여준다. 이희준의 내면연기가 두드러지던 기존 캐릭터들과 달리 곽상천은 내뱉는 말이 곧 그의 심리상태를 대변, 직설적이고 솔직한 인물이다. 이희준은 곽상천에 대해 “통나무”라고 표현했다. 캐릭터가 가진 우직하고 거친 이미지에 걸맞은 단어였다.

“다른 캐릭터들이 예리한 칼날이라면 곽상천은 통나무다. 그는 심플한 인물이다. 곽상천에게는 서브텍스트랄지, 레이어가 전혀 없다. 그 동안 내가 배우로서 맡아온 캐릭터는 겉에 드러나는 모습과 내면이 다른 인물들이었다. 반면 곽상천은 그런 레이어가 거세된 인물이다. 초반에 직설적 연기에 대한 어색함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곽상천이 이런 인물이기에 오히려 영화 속 시대상에 녹아들 수 있었다.”

이희준은 ‘남산의 부장들’ 속 곽상천이 자신과 상반된 성격을 가진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에서 만났다면 분명 그와 성격이 잘 맞지 않았을 거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배역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곽상천이라는 인물이 가진 독특한 성격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결국은 사람”이었다. 배역을 통해 새로운 세계와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행복하다고 밝힌 이희준은 배우라는 직업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배역을 맡을 때마다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미세혈관 속에 퍼지는 느낌이다. 이런 게 배우라는 직업의 장점인 거 같다. 새로운 작품을 들어갈 때마다 또 세상을 보는 눈이 얼마나 달라질까 기대한다. 나보다 더 오래 연기한 선배들은 얼마나 넓은 견문을 가졌을까 궁금하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배우 이희준. 사진 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배우 이희준. 사진 쇼박스

꾸준히 영화에 대한 열정을 이어온 이희준은 지난 2018년 단편영화 ‘병훈의 하루’로 첫 연출과 각본에 도전, 다재다능한 매력을 뽐냈다. 강박증을 가진 남자의 고군분투와 성장을 그린 이 영화는 이희준이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작품이라 밝힌 바 있다. 이희준은 앞으로 연출가로서 가능성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더욱이 작품을 만들어본 경험이 현장에서 감독을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병훈의 하루’는 내가 보고 싶어서 만든 작품이다. 언제든지 보고 싶은 작품이 생기면 연출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다만 우민호 감독처럼 좋은 연출가들을 보면 나는 저렇게는 못 하겠다 싶을 때도 있다. 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작품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장기간 집중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언제 닥칠지 모를 변수에 빠르고 효과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거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배우 이희준. 사진 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한 배우 이희준. 사진 쇼박스

이희준은 오랜 시간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연기 영역을 넓혀 갔다. 그 동안 맡아온 배역을 통해 세상에 숨겨진 면을 바라보고 배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영화는 매번 색다른 기쁨을 주는 일이었다. 풍성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그에게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묻자 이희준은 지난 출연작들을 떠올렸다. 하나같이 소중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친한 감독으로부터 내 작품 선택 기준을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영화 ‘해무’, ‘최악의 하루’, ‘미쓰백’ 등 공통된 캐릭터가 아니지만 다 내가 좋아서 참여한 영화들이다. 돌이켜보면 모두 행복한 경험이었다. 내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대본을 보고 심장이 뛰는 것을 쫓아간다. 이런 기준이 좋은 거 같다. 타인이 선호하는 내 모습을 따라가는 것보다 내 가슴이 이끄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

폭 넓은 연기 덕분에 감독들로부터 다양한 캐릭터를 제안 받게 됐다는 이희준은 그것에도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편식하지 않는 그의 필모그래피는 이희준을 도전하는 배우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남들이 보기에 중구난방의 선택을 하다 보니 제안을 받는 캐릭터도 항상 새롭다. ‘남산의 부장들’ 곽상천이 나에겐 그랬다. 처음에는 나에게 과연 곽상천이라는 캐릭터가 어울릴까 생각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또 다시 심장이 뛰었다. 매번 다른 캐릭터를 시도하다 보니 내 스스로도 다음 작품에 어떤 연기를 하게 될지 궁금하다.”

박재은 기자 / jeunny@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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