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김용훈 감독이 선사하는 "차별화된 서민 누아르"

2020-02-12 15:50 박재은 기자

[맥스무비= 박재은 기자] 김용훈 감독이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상업영화 데뷔전에 나선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절박한 상황 속 한탕주의를 꿈꾸는 인물들의 쫓고 쫓기는 돈가방 쟁탈전을 다뤘다.

영화는 총 여섯 개 플롯 안에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렸다. 돈가방을 권위에 비유하며 물질만능주의를 외치는 세상을 향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쟁쟁한 출연진 조합으로 일찍이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이 작품은 김 감독이 선보이는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이 어우러져 세련된 웰메이드 범죄극으로 완성됐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연출한 김용훈 감독.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연출한 김용훈 감독.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김 감독은 지난 1일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해당작품으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영화는 정식 개봉 전부터 견고한 스토리와 연출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김 감독은 데뷔작이 해외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낸 것에 대해 “의도한 바가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들뜬 기색을 드러냈다.

“좋은 기회로 해외 관객을 먼저 만나게 됐다. 당시에는 해외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다. ‘한국적인 정서가 녹아있는 이 영화를 그들이 어떻게 볼까?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해외 관객의 반응이 내가 생각한 일반 관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그 부분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정식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그들이 보내준 호응이 힘이 됐다. 로테르담에서 좋은 기운을 얻고 돌아온 것 같다.”

영화는 소네 케이스케 작가의 동명 소설을 각색했다. 김 감독은 원작의 영화화를 결심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원작은 ‘돈가방 쟁탈전’이라는 범죄 장르 클리셰를 신선한 시각으로 지루할 틈 없이 유려하게 풀어냈다. 자본주의 사회 이면을 가감없이 드러낸 스토리는 김 감독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김 감독이 원작을 선택한 이유였다.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서민 누아르’다. 이런 부분이 기존 범죄극들과 차별화 될 것 같았다. 원작에서 흥미를 느꼈던 것은 남을 짓눌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 구조와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이었다. 기존 범죄 장르들이 기득권층이나 범죄 세계에 몸담고 있는 인물들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면 이 작품은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들이 마주한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좀 더 밀접하게 그 폐해들이 느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득권 세계에서 벌어지던 일들을 일반적인 서민들이 겪게 됐을 때 그 비극이 더 와닿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호화 캐스팅으로도 화제를 모은다. 극의 전반적인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연들부터 짧은 시간 시선을 사로잡는 신스틸러들까지, ‘충무로 종합 선물세트’ 같은 이 영화는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 조합으로 화려한 볼거리가 예고됐다.

김 감독은 극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 중 특히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냐는 질문에 “누구를 지목할 수 없이 다 애착이 간다”며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더불어 출연을 결정해준 배우들에 대한 칭찬과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캐릭터를 설명하며 디렉팅을 하기보다는 배우들과 스토리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출연진 전원이 스타 플레이어였다. 이들에게 ‘패스를 어떻게 해라’는 디테일한 요구를 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이 경기의 흐름, 전술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도 전체를 파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각자 맡은 역할을 명확하게 구현해내서 내 입장에선 오히려 편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내가 배우들을 관망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작품을 잘 살려준 출연진에게 무척 감사하다. 감독 입장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김 감독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배경을 평택으로 설정했다. 기존 많은 범죄영화들이 항구도시를 극의 배경으로 표현해왔으나 부산이나 인천과 같은 대표적인 바다도시가 아닌, 평택은 다소 생소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었다. 김 감독에게 평택을 촬영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바로 그런 점을 고려해서 평택을 선택한 것이다”고 답했다. 이질적인 구조가 뒤섞인 신비한 도시 평택은 김 감독에게 큰 영감으로 다가왔다.

“평택이라는 도시가 주는 생소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평택은 분명 항구가 있음에도 바닷가는 아니다. 내륙도시에 위치한 항구이며 주변에는 논과 밭이 있고, 좀 더 나가보면 미군부대와 유흥가들이 보인다. 내 눈엔 그 풍경이 이질적으로 보였다. 다채로운 것들이 섞여 흥미를 주는 도시였다. 이 작품 역시 이질적인 것들이 얽히고설킨, 다양한 캐릭터들이 혼합된 콘셉트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도시가 영화의 배경으로 생각했던 것과 맞은 것 같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연출한 김용훈 감독.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연출한 김용훈 감독.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김 감독은 이번 영화를 위해 3년 남짓한 제작기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영화 제작이란 그에게 희열을 안겨주는 일이 분명했지만, 때로는 버거운 짐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나 이번 작품이 감독으로서 관객에게 선보이는 첫 번째 상업영화인 만큼 후반작업에 신중을 기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첫 상업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이 영화는 3년 정도 제작기간을 두고 작업했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버거운 시간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영화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제작 기간이 감독으로서 성장의 자양분이 된 것 같다. 이 영화가 신선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이 좋은 시기에, 좋은 환경에서 관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어 김 감독은 극장가를 찾을 예비 관객에게 “훌륭한 배우들의 앙상블을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색적인 도전을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영화를 추천했다.

박재은 기자 / jeunny@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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