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배우 라미란, 그가 여성 서사 중심에 서있는 이유

2020-02-20 16:11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젠더 이슈가 우리 사회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이후, 영화계 역시 시대 흐름에 발맞춘 다양한 시도가 존재했다. 기존 질서에서 자주 만날 수 없었던 여성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남성 위주로만 그려지던 액션과 코미디 장르에도 여성 주인공이 등장했다. 배우 라미란은 이러한 변화 중심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공감, 위로를 전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스틸. 배우 라미란.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친절한 금자씨' 스틸. 배우 라미란.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라미란은 데뷔에서부터 기존에 유약하게 그려지던 여성과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남다른 존재감을 발했다. 그는 박찬욱 감독 작품 ‘친절한 금자씨’(2005)에서 오수희 역으로 데뷔했다. 오수희는 교도소 내에서 금자(이영애)에게 도움을 받아, 출소한 금자의 복수를 적극적으로 돕는 인물이다.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관객과 평단에 깊은 인상을 남겼던 라미란은 특색 있는 이미지를 무기로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꾸준히 연기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라미란은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쌍문동 아줌마 라미란 여사를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극중 라미란 여사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이 당연했던 세대임에도 당당함과 카리스마를 무기로 쌍문동을 휘어잡은 대장부다. 라미란은 캐릭터가 가진 호탕한 성격과 함께 당시 어머니 세대가 겪어야 했던 아픔까지 여실히 표현해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했다.

이와 같은 캐릭터들은 라미란에게 이른바 ‘걸크러쉬’라는 매력 부여했다. 어떤 대단한 사투나 사회 운동을 이어온 것은 아니지만, 그가 꾸준히 그려낸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캐릭터가 ‘주체적인 삶을 위해 노력하는 당찬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형성한 것. 이에 더해 라미란은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과 KBS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출연해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솔직 담백한 큰 언니로 활약하기도 했다.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 배우 라미란. 사진 (주)NEW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 배우 라미란. 사진 (주)NEW

영화 ‘걸캅스’(2019, 감독 정다원)에서 라미란이 가진 이미지는 빛을 발했다. 그가 쌓아온 호탕하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는 영화 속 주인공 박미영(라미란)과 꼭 닮아있었다. 극중 박미영은 섹스 심볼이나 가부장제를 위해 희생하는 여성이 아닌 독립적인 삶을 적극적으로 꾸려나가는 인물이다. 그는 아내나 엄마가 아닌 박미영으로 불리며, 가족에 대해 걱정과 염려는 표하지만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라미란은 이 작품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짐들을 더 이상 감내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정직한 후보’(2020, 감독 장유정)는 ‘걸캅스’에 이어 그가 가진 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또 다른 무대다. 극중 라미란은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된 국회의원 주상숙을 연기한다. 그는 남성이 중심인 정치계에서도 3선에 이르는 유력 정치인이다. 라미란은 답답한 속을 뚫어줄 만큼 솔직하고 파격적인 입담으로 관객들에게 통쾌한 웃음을 전한다. 동시에 그는 남편, 아들, 시댁이라는 소재와 함께 여성이기에 있을 법한 이야기 역시 여과 없이 그려낸다.

라미란은 믿고 볼 수 있는 확실한 여성 캐릭터를 구축했다. 그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대체불가 매력을 가졌다. ‘정직한 후보’를 연출한 장유정 감독은 “라미란을 캐스팅 하기 위해 캐릭터 성별을 바꿨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연으로 시작해 이제는 당당한 원톱 주연 배우로 성장한 라미란. 앞으로 공개될 또 다른 작품에서도 그의 거침없는 활약을 기대해 본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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