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봉준호 이전에 이창동·임권택, 청와대 초청 감독·대통령이 좋아한 영화

2020-02-23 09:00 정찬혁 기자

[맥스무비= 정찬혁 기자]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 제작진이 청와대에 초청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전 세계가 주목한 성과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격려하고 향후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기생충’ 배우, 제작진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문 대통령은 ‘기생충’이 이룬 성과를 축하하며 영화가 담은 사회의식에 공감했다. “국정목표인 불평등 해소에 속 시원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애가 탄다”고 털어놓은 문 대통령은 “한국 영화산업 융성을 위해 확실히 지원하겠다. 다만 간섭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전부터 대통령이 주목한 영화에는 당시 정치 철학이 반영된 작품들이 많다. 앞서 문 대통령은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 ‘1987’(감독 장준환),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 등을 관람했다. 광주민주화 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 관람에는 군부의 참혹한 진압 장면을 기록해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과 영화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 유해진, 장훈 감독 등이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영화가 다 풀리지 않은 광주의 진실을 밝히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 말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6월 민주항쟁까지를 그린 ‘1987’은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1987년 당시 문 대통령은 부산에서 6월 민주항쟁에 적극 참여했으며 박종철 열사 국민추도회를 주도하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기생충’ 청와대 초청의 경우 K문화 세계화와 함께 계층 갈등, 빈부 격차 해소에 대한 현 정부 정책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영화 ‘서편제’ 스틸. 사진 태흥영화(주)
영화 ‘서편제’ 스틸. 사진 태흥영화(주)

대통령이 영화를 관람하고 관계자를 초청한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기부터 활용됐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서편제’(감독 임권택)를 관람했다. 이 자리에는 임권택 감독과 배우 김명곤, 오정해 등이 참석했다. ‘서편제’는 이청준의 연작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판소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서구 문화 개방화 세계화로 전통 문화가 무시 받던 시기에 가장 한국적인 정서와 아름다운 화면으로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영화를 관람하고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큰 감명을 받았다. 이 정도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되겠다. 문화대국으로 가는 것도 신한국 건설의 하나”라며 극찬했다. ‘서편제’는 그해 청룡영화제 6개 부문 수상을 기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가장 다양한 영화들을 관람했다. ‘왕의 남자’(감독 이준익), ‘맨발의 기봉이’(감독 권수경), ‘괴물’(감독 봉준호), ‘밀양’(감독 이창동),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 등을 봤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화려한 휴가’ 관람 후에는 “가슴이 꽉 막혀서 영화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화 ‘밀양’ 포스터. 사진 시네마서비스
영화 ‘밀양’ 포스터. 사진 시네마서비스

2007년 노 전 대통령은 ‘밀양’의 칸 영화제 수상을 격려하기 위해 이창동 감독, 배우 전도연, 송강호 등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이창동 감독은 참여정부의 첫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돼 1년 4개월동안 재직했다. ‘밀양’은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연출한 첫 작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도연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 서울 명동 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이창동 감독과 배우들을 만난 노 전 대통령은 “전날 일로 잠을 못 자고 봤는데 안 졸고 다 봤다”고 말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노 전 대통령에게 영화 불법복제 대책을 요청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불법복제 행위가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심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단속 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역경을 극복하거나 감동을 자아내는 작품들에 주목했다. 2008년 당선인 시절 이 전 대통령은 비인기 종목 설움을 딛고 은메달을 딴 아테네올림픽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실화를 그린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감독 임순례)을 관람했다. 당시 영화 실제 인물인 전 국가대표를 비롯해 다수 체육인들도 함께 했다. 영화 관람을 마치고는 임순례 감독과 배우 엄태웅, 김정은, 김지영 등을 만났다.

영화 ‘워낭소리’ 포스터. 사진 인디스토리
영화 ‘워낭소리’ 포스터. 사진 인디스토리

2009년에는 ‘워낭소리’(감독 이충렬)를 봤다. 노인과 오래된 소 이야기를 담은 ‘워낭소리’는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3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이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충렬 감독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으며 이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우리 삶에 부딪쳐 오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격려했다. 이충렬 감독은 이 전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독립영화 제도적 지원을 요청했고, 이 전 대통령은 전용관 확충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다룬 ‘도가니’(감독 황동혁, 2011)를 관람한 후에는 “이런 유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법적,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지만 전반적 사회의식 개혁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후 2011년 10월 28일 아동, 장애인 성폭력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별칭 ‘도가니 법’)이 국회를 통과해 11월 시행됐다.

영화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화 콘텐츠 산업 발전, 창조경제를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감독 박영균)을 취임 후 첫 영화로 선택했다. 2013년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뽀로로 탄생 10년이 지났는데 110개국 이상에 수출돼 누적 매출이 1조 원이 넘었다고 들었다”며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 산업, 문화 산업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게 된다”고 말했다. 문화가 있는 날 첫 시행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은 애니메이션 ‘넛잡 땅콩도둑’을 관람했다.

이 외에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명량’(감독 김한민),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 등 애국심을 고취시킬 작품들을 관람했다. ‘국제시장’ 관람 후에는 “부모 세대가 겪은 생활을 토대로 그분들의 희생정신을 잘 그리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줬다”고 밝혔다.

정찬혁 기자 / hyuck2777@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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