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트럼프 美 대통령, 오스카 저격에 담긴 의도…‘기생충’은 화제성 재점화

2020-02-24 13:50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내 영화 ‘기생충’이 수상한 것을 저격해 연일 화제다. 트럼프의 발언에 한층 잠잠해졌던 ‘기생충’의 화제성 역시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영화 '기생충' 제작진. 사진 맥스무비DB
영화 '기생충' 제작진. 사진 맥스무비DB

지난 2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콜로라도주에서의 유세 중 ‘가짜 언론’을 비판하다가 돌연 지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언급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봤느냐”고 청중에게 질문을 던진 그는 “수상자는 한국에서 온 영화”라며 오스카 시상자를 우스꽝스럽게 흉내냈다. 이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기생충’에 작품상을 준 것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는 “한국과는 무역으로 이미 충분한 문제를 겪고 있는데, 여기에 작품상까지 얹어주는 게 잘하는 짓인지 난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차라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되살리면 안 되나. ‘선셋 대로’는 어떤가. 좋은 (미국)영화가 얼마나 많은데…”라며 아쉬워했다. 국제장편영화상이 아닌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다른 나라 영화에 준 것이 못마땅하다는 듯 “한국영화가 외국영화상을 받은 줄 알았다. 이런 적이 또 있었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트럼프의 ‘기생충’ 언급은 네바다주에서의 유세 활동에서도 계속됐다. 트럼프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한국은 무역과 관련해 우리를 죽이고 있다. 무역에서 우리에 타격을 입히고, 빌어먹을 영화로는 아카데미 상까지 탄 거다"며 분노했다. 이와 함께 "누구도 우리가 하는 걸 따라 하지 못한다. 누구도 우리처럼 할 수는 없다"며 미국 우월주의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해당 발언이 화제가 되자 미국 언론은 즉시 강력한 비판에 나섰다. 특히 CNN은 “다양성을 비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야말로 미국이 어떻게 생겨난 나라인지를 모르는 반 미국적인 생각”이라고 말한 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선셋 대로’를 언급한 것을 두고 “여성과 흑인이 차별 받던 시대로 돌아가고 싶냐”며 일침을 날렸다.

'기생충' 미국 배급사 네온의 트럼프를 향한 반격. 사진 네온 트위터 계정 캡쳐
'기생충' 미국 배급사 네온의 트럼프를 향한 반격. 사진 네온 트위터 계정 캡쳐

유명인사들도 비판을 거들었다. 미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트위터 공식 계정에 “‘기생충’은 최상류층이 노동계층의 절박한 몸부림에 얼마나 무신경한지를 말하는 영화”라며 “2시간 동안 자막을 읽어야 하는 영화니까 트럼프는 싫어할 거다”라고 올렸다. ‘기생충’ 현지 배급사 네온 역시 트위터에 관련 영상을 리트윗하며 “알 만해. (자막을) 못 읽겠지”라고 덧붙였다.

그래미와 골든글로브 수상에 빛나는 배우 베트 미들러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비판했지만, 나는 백악관에 기생충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더 분노한다”고 적어 화제를 모았다.

트럼프가 유세 현장에서 국내 영화 ‘기생충’을 수차례 걸고 넘어지는 이유는 다양한 의미로 풀이된다. 먼저 자신의 지지자들에 한국을 비롯, 외국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움으로써 보수층 결집을 유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와 최근 몇 년 동안 앙숙관계인 아카데미 시상식과 ‘안티 트럼프’의 온상으로 여겨지는 할리우드를 비판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할리우드는 지난 2017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을 기점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해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자, “역사상 가장 낮은 시청률의 오스카라니. 우리에게 더는 스타들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당신의 대통령 말고는(농담이다)”라는 트위터 글을 올려 아카데미 시상식을 저격하기도 했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출연한 브래드 피트. 사진 소니 픽처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출연한 브래드 피트. 사진 소니 픽처스

올해 개최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서도 국내 영화 ‘기생충’과 함께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를 돌연 저격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브래드 피트에 “나는 절대 그의 열렬한 팬이 아니다. 그는 일어나서 잘난 체하는 말들을 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브래드 피트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 당시 “수상소감 할 시간으로 45초가 주어진다고 하는데, 이는 미 상원이 존 볼턴에 줬던 시간보다 많은 것”이라며 상원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탄핵심판에 증언할 기회를 주지 않은 사실을 비판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의 저격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의 인기는 날개 돋힌듯 상승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북미 시장에서 4849만달러(5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로써 기생충은 북미 개봉 외국어영화 중 2016년 작품인 ‘사랑해 매기’(4450만달러)를 제치고 역대 흥행 4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기생충’은 금주 IMDb 인기 차트에서 지난주보다 3단계 오른 1위로 자리매김하며 북미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기생충’은 지난 주말부터 북미 시장 상영관을 2001개로 늘렸으며, 아이맥스관을 통해서도 현지 관객들을 만날 전망이다.

이유나 기자 /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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