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1917’만 있는 게 아냐…롱 테이크 돋보이는 영화들

2020-02-27 14:08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샘 멘데스 감독 작품 ‘1917’이 모든 장면을 하나로 잇는 원 컨티뉴어스숏(one continuous shot)으로 찬사를 받고 있지만, 이러한 영상 실험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롱 테이크(long take)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꾸준히 존재해 왔다.

영화 '로프', '1917' 스틸. 사진 삼화프로덕션, (주)스마일이엔티
영화 '로프', '1917' 스틸. 사진 삼화프로덕션, (주)스마일이엔티

‘1917’은 로저 디킨스 촬영 감독의 정교한 촬영을 바탕으로 영화 전체를 부드럽게 이어 붙였다. 이렇게 완성된 샘 멘데스 감독의 영상 실험은 미학적인 성취를 보임과 함께 관객들에게 전에는 만날 수 없었던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샘 멘데스 감독의 남다른 결과물은 지난 영화 역사에 있었던 수많은 감독들의 선행 실험이 바탕이 됐다. 원 컨티뉴어스 숏은 엄밀히 말해 롱 테이크로 촬영한 여러 장면을 세밀한 편집을 통해 하나의 장면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을 의미하는데, 롱 테이크는 알프레드 히치콕부터 마틴 스코세이지, 박찬욱에 이르기까지 거장 감독들이 사랑하는 표현 기법이다.

먼저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감독 중 하나로 꼽히는 알프레드 히치콕은 영화 ‘로프’(1948)을 통해 롱 테이크 실험을 선도했다. 그는 당시 영화촬영 기술상 10분 넘게 연속으로 촬영하는 것이 불가능했음에도, 영화의 처음에서 끝까지 모든 장면을 한번에 촬영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히치콕은 촬영 중 인물이 카메라로 다가오게 하거나, 장애물 등을 활용해 암전시켜 장면 사이 이음새가 보이지 않도록 연결했다.

샘 멘데스 감독은 1948년에 제작된 선배 감독의 실험을 본인 작품에서 다시금 활용했다. 그는 영화 ‘007 스펙터’(2015) 오프닝 시퀀스와 ‘1917’에서 인물이 지형지물과 어둠에 가리는 순간 등을 이용해 장면을 이어갔다.

영화 '버드맨'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영화 '버드맨'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히치콕의 롱 테이크는 오늘날까지도 후배 영화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 감독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 작품 ‘칠드런 오브 맨’(2006)의 자동차 추격 신과 ‘그래비티’(2013)의 우주 유영 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작품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자’(2015)에서 유려한 롱 테이크를 그려내며 스크린을 압도했다.

특히 엠마누엘 루베즈키는 알레한드로 감독의 또 다른 작품 ‘버드맨’(2014)에서 단조로운 롱 테이크가 아닌 온갖 장소를 넘나드는 현란한 카메라 움직임을 보여줘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그래비티’와 ‘버드맨’, ‘레버넌트’로 제8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부터 88회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3년 연속으로 촬영상을 거머쥐었다.

영화 '올드보이' 스틸. 사진 쇼이스트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올드보이' 스틸. 사진 쇼이스트 , CJ 엔터테인먼트

우리에게 친숙한 거장 감독 봉준호와 박찬욱 역시 롱 테이크를 사랑하는 감독들이다. 봉준호는 영화 ‘살인의 추억’(2003) 중 사체가 발견된 논두렁 신에서 3분 가량의 롱 테이크를 활용해 관객들을 80년대 살인 사건 현장으로 초대했다. 박찬욱은 영화 ‘올드보이’(2003)에서 3분이 넘는 격투 신을 롱 테이크로 구성해 오대수(최민식)의 처절함과 고독, 피로를 여실히 그려냈다. ‘올드보이’는 제57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1917’과 같이 영화 전체를 롱 테이크로 구성하는 시도 역시 국내에서 있었다. 송일곤 감독은 ‘마법사들’(2005)을 96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롱 테이크로 촬영했다. 영화는 숲 속과 카페 내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와중에도 컷이 끊기지 않는다. 특히 ‘마법사들’은 끊어진 장면을 편집으로 이은 것이 아닌 ‘원 테이크 원 컷’으로 영화 전체를 한번에 촬영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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