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악몽’ 딸 잃은 아빠가 헤매는 슬픈 꿈 이야기

2020-03-09 09:20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제38회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시선을 집중시킨 작품 ‘악몽’이 12일 개봉을 앞뒀다.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작품인 ‘악몽’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두 번은 없다’에 출연한 오지호가 주연을 맡고, 영화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을 제작한 송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무시무시한 영화 제목에 비해 산뜻한 오프닝이다. 영화는 딸 예림(신린아)의 유치원 운동회에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갖는 연우(오지호)의 모습을 담으며 시작된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집에 돌아오는 부녀의 모습은 더없이 가까워 보인다. 직업이 영화 감독인 연우는 늘 집에 머무르며 각본 작업을 하고 예림의 등하교를 담당하지만, 어느날 자신이 살피지 못하는 사이 예림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며 인생이 전환된다.

영화 '악몽' 스틸.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영화 '악몽' 스틸.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연우는 딸의 죽음에도 그동안 준비해온 영화 제작에 돌입하지만, 아내가 함께 일하는 외국인 동료와 외도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비슷한 시기, 영화 여주인공 오디션을 진행하던 연우는 의문의 여인 수를 만난다. 예림을 잃고 나서부터 등에 뱀 문신을 한 여인이 나오는 악몽을 자주 꾸던 그는 수가 꿈 속 여인과 꼭 닮았음을 깨닫고 신경이 쓰이게 된다.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하던 영화는 어느 한 순간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다. 예림과 아내 등 연우의 일상 속 인물들이 전혀 다른 유기적 관계로 바뀌며, 아예 다른 사람의 것인 듯한 인생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화자는 여전히 연우 자기 자신이며, 이는 관객들이 연우가 꿈을 꾸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꿈이 계속 거듭되다 보니, 어떤 것이 진짜 현실인지를 헤아릴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된다.

영화 '악몽' 스틸.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영화 '악몽' 스틸.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악몽’은 연우가 여러 꿈을 헤매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데이비드 린치 작품에 영향을 받은듯한 줄거리는 꿈 속을 배경으로, 현실 속 인물들간의 유기적 관계를 뒤틀어 진실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매 꿈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동일하지만, 역할이 뒤바뀌어 등장하기에 극 중반까지는 진실을 좇기가 상당히 어렵다.

흥미로운 전개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힘은 부족하다. 서로 다른 상황과 시점의 꿈이 연거푸 뒤섞여 나오는 복잡한 구성이 영화를 보는 이들의 집중력을 쉽게 흐트러뜨린다. 영화가 주인공 연우의 혼란에만 집중하다 보니, 연우와 함께 혼란스러워지는 관객은 영화를 계속 이어보려는 열의가 어느 순간 사그라 들 수 있겠다.

오랜 연기 경력을 이어온 오지호만큼은 안정적으로 연우 캐릭터를 연기해낸다. 이와 함께 예림 역을 맡은 아역 배우 신린아는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신린아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릴러와 드라마를 오가는 등 준수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다만 여타 배우들은 한 화면 안에서 어우러지지 못하는 장면이 종종 연출돼 아쉬움을 자아낸다. 주연 배우와 조연 배우들 사이에 연기력 차이가 크게 발생하면서 몰입을 또 한번 크게 저해한다.

영화 '악몽' 스틸.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영화 '악몽' 스틸.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그럼에도 ‘악몽’은 꿈의 특성을 잘 이용한 영화다. 자연스럽지 않게 뚝뚝 끊기는 흐름이 거슬릴 수 있으나, 꿈이라고 생각하면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없다. 꿈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이뤄지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누군가가 다른 인물처럼 나오고는 한다. 그 혼란 속에 거짓은 없으며, 모두가 이리저리 변곡된 진실일 뿐이다. 후반부쯤에야 윤곽을 드러내는듯한 진실은 이 영화가 슬픈 부성애를 이야기하고 있음을 일깨운다.

개봉: 3월 12일/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출연: 오지호, 차지헌, 지성원, 신린아 외/감독: 송정우/제공·제작: ㈜데이드림엔터테인먼트/ 배급: 와이드릴리즈㈜/러닝타임: 100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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