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엑소시스트’ 막스 폰 시도우 타계…익숙했던 그의 영화 속 모습들

2020-03-10 14:26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할리우드 또 하나의 별이 저물었다. ‘엑소시스트’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 배우 막스 폰 시도우가 8일(현지시간) 9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의 아내 캐서린 본 시도우는 막스 폰 시도우가 세상을 떠났음을 알리며 “가슴이 찢어지는, 끝없는 슬픔을 느낀다”고 전했다.

영화 ‘제 7의 봉인’ 스틸. 사진 SF
영화 ‘제 7의 봉인’ 스틸. 사진 SF

막스 폰 시도우는 출연한 작품만 100여개 이상, 보기 드문 다작으로 70여 년 동안의 기나긴 연기 경력을 이어왔다. ‘엑소시스트’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들은 물론, 숨은 진주와 같은 예술 영화에서도 잇단 활약을 펼쳤다.

스웨덴 출신 명감독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산딸기’(1957)에 단역으로 출연한 막스 폰 시도우를 발견해 ‘제 7의 봉인’(1957)에 연달아 출연시킨 것이 화려한 연기 경력의 시작점이었다. 막스 폰 시도우는 ‘제 7의 봉인’에서 신의 존재와 구원의 의미를 찾는 주인공 안토니우스 블로크를 연기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에도 그는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페르소나로서 ‘마술사’(1958) ‘처녀의 샘’(1960) ‘늑대의 시간’(1968) ‘수치’(1968) ‘정열’(1969) 등 총 11개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전세계 시네필들에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각인시키고 위상을 확고히 했다.

큰 키와 중후한 목소리,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막스 폰 시도우는 어느 나라에서나 환영할 만한 스타 그 자체였다. 여기에 스웨덴어뿐만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덴마크어에 능통했던 그는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연기 저변을 넓히는데 열정을 불태웠다. 그가 예수를 연기한 ‘최고의 이야기’(1965), 서부극 ‘현상금’(1965)을 통해 할리우드에서도 주연 배우로서 성공적인 도약을 딛었다. 이 외에도 줄리 앤드류스의 상대역으로 등장한 ‘하와이’(1966)는 미국 관객들에 눈도장을 찍는 작품이 됐다.

영화 '엑소시스트' 스틸. 사진 워너브라더스
영화 '엑소시스트' 스틸. 사진 워너브라더스

막스 폰 시도우를 대중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작품은 단연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고전 걸작 ‘엑소시스트’(1973)다. 마흔 중반에 접어들던 그는 ‘엑소시스트’에서 악령과 사투를 벌이는 랭크스터 메린 신부 역을 맡아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작품은 ‘엑소시즘’이라는 개념을 대중에 널리 알리는 동시에 작품성 역시 인정 받아 평단과 관객들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북미에서만 1억 900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거둬들이는 등 흥행에 성공하며 수십년 동안 다양한 시리즈를 양산하기도 했다.

‘엑소시스트’로 서스펜스 장르에 특화된 연기력을 입증한 것을 계기로, 이후 막스 폰 시도우의 배역은 ‘유럽에서 온 악당’ ‘킬러’와 같은 이미지가 주를 이뤘다. ‘콘돌’(1975)에서 자신의 신념에 따르는 살인청부업자를 연기했고,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1983)에서 제임스 본드에 대적하는 악역으로 등장했다. 톰 크루즈 주연의 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서 살인 관료 역을 맡아 베테랑다운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위)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스틸. 사진 HBO,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드라마 '왕좌의 게임'(위)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스틸. 사진 HBO,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정복자 펠레’(1987)로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2012)로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을 만큼 연기력으로도 정평이 난 배우였다. 노년에 보다 독특한 커리어에 도전한 그는 2014년 영화 ‘심슨 가족’에 목소리 출연을 해 대중을 놀라게 했다. 이후에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 오프닝에서 고어 산 테카 역으로 짧게나마 출연해 존재감 높은 활약을 보였다. 2016년에는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6 3개 에피소드에 선대 ‘세눈박이 까마귀’를 연기하며 시리즈 흐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훌륭히 완수했다.

막스 폰 시도우는 주연작 ‘과거의 메아리’를 유작으로 할리우드의 진정한 별이 되어 떠났다. 비록 해당 작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막스 폰 시도우가 70여년 동안 스크린을 수놓은 수많은 캐릭터들은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유나 기자 /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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