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기생충’ 1위 독주 막은 ‘후쿠시마 50’, 도쿄올림픽 앞두고 원전 사고 미화하나

2020-03-10 15:59 정찬혁 기자

[맥스무비= 정찬혁 기자]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일본 영화 ‘후쿠시마 50’이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도쿄올림픽을 앞둔 시점에 개봉해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미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영화 ‘후쿠시마 50(Fukushima 50)’ 포스터. 사진 쇼치쿠, KADOKAWA
영화 ‘후쿠시마 50(Fukushima 50)’ 포스터. 사진 쇼치쿠, KADOKAWA

일본 에이가닷컴에 따르면 ‘기생충’(감독 봉준호)은 지난 8일 일본 흥행 수익 40억 엔을 돌파했다. 이전까지 일본에 개봉한 국내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은 2005년 ‘내 머리 속의 지우개’(30억 엔)으로 ‘기생충’이 15년 만에 경신했다. ‘기생충’은 지난해 12월 27일 3개관에서 선개봉했고, 지난 1월 10일부터 전국 개봉으로 관객을 만났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오르며 흥행에 박차를 가한 ‘기생충’은 일본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3주 연속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기생충’은 지난 주말 신작들에게 밀려 박스오피스 3위로 내려왔다. 새롭게 정상에 오른 작품은 ‘후쿠시마 50(Fukushima 50)’(감독 와카마츠 세츠로)으로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소 사태 이후 최후까지 남아 참사를 막으려고 했던 ‘후쿠시마 50인’ 이야기를 담았다. ‘배트맨 비긴즈’, ‘인셉션’ 등으로 국내에도 친숙한 와타나베 켄과 사토 코이치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덮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침수로 모든 전원이 상실된 스테이지 블랙 아웃이 발생하고, 냉각 기능이 손상돼 원자로 노심부가 녹는 멜트다운 위기에 닥친다. 작업자들은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원자로 내에 직접 들어가 수작업을 실시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후쿠시마 50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 사태 수습을 위해 남은 50여명의 근로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실제로 이들은 고농도 방사능에 피폭되는 악조건 속에서 냉각수를 주입하고 원자로 압력을 낮추는 등 피해를 막기 위한 작업을 이어갔다. 영화에서 이들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희생한 영웅들로 묘사된다.

전대미문의 재난이 발생하고 영웅들의 희생으로 이를 극복하는 내용의 영화는 이전에도 수 차례 제작됐다. 하지만 방사능 오염수 방출을 계획하고 도쿄올림픽까지 앞둔 시기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안전하게 지켜냈다는 메시지가 담긴 영화를 개봉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 최대 곡창지대인 후쿠시마현의 경제부흥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내년 9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그전까지 후쿠시마와 방사능이란 이미지를 완전히 떼어놓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먹어서 응원하자는 소비 촉진 캠페인도 진행했던 아베 정부에게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분쟁 패소는 타격이 컸다. 아베 정부가 후쿠시마 부활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이벤트는 2020 도쿄올림픽이다. 도쿄올림픽을 순조롭게 개최한다면 경제 부흥과 후쿠시마 재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도쿄올림픽 일부 경기장과 시설은 후쿠시마 원전과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올림픽 선수촌에는 후쿠시마산 식자재가 공급될 예정이다.

영화 ‘후쿠시마 50(Fukushima 50)’ 스틸. 사진 쇼치쿠, KADOKAWA
영화 ‘후쿠시마 50(Fukushima 50)’ 스틸. 사진 쇼치쿠, KADOKAWA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의 바람과 달리 후쿠시마는 여전히 방사능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에는 태풍과 폭우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생긴 방사성 폐기물이 유실됐다.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 재팬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 13일부터 14일까지 도쿄올림픽 관련 시설인 J빌리지에 대해 방사선량을 측정 조사한 결과, 방사선량이 주변 평균보다 몇 배 높은 핫스폿(Hot Spot)이 다수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까지 겹치며 올림픽 성화 도착 행사가 무관중으로 진행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여전히 후쿠시마와 일본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보이지 않는 방사능에 오염된 대형 사고의 경우, 회복까지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방사능은 곧바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세대를 이어 피해가 발생한다. 일본 정부의 무모한 후쿠오카 부흥 시도, 성과 만들기는 향후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물론 후쿠시마 50인의 희생은 안타까운 일이다. 당시 많은 이들이 사망했고 피폭으로 고통 받고 있다. 하지만 당시 원전 사고는 완벽하게 수습되지 않았고, 후쿠시마는 안전하지 않다. 과거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돌아올 연료가 없는 전투기에 가미카제 특공대를 태워 희생시키고 애국자, 군국주의 정신으로 포장했다. 국민의 희생을 미화해 도쿄올림픽 개최와 후쿠시마 재건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써선 안 된다.

6일 개봉한 ‘후쿠시마 50’에 관해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에는 현재까지 300여개의 리뷰가 올라왔다. 리뷰에는 “뭔가 일본인은 대단하다.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 “선전의 측면이 있다고 해도 현장에서 죽음을 각오하면서 싸운 많은 이들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뉴스만으로 전해지지 않는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왜 피해자의 상처도 치유되지 않은 시기에 불편한 사실을 은폐한 영화를 만든 것인가?” 등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정찬혁 기자 / hyuck2777@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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