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재일 동포 조명한 영화들…’용길이네 곱창집’·’우토로’·’고’

2020-03-11 10:00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자이니치’, 재일(在日) 한국인과 북한인 등을 지칭하는 일본 말이다. 일제강점기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거나 강제 징용에 의해 끌려간 한반도 출신자들이다. 우리 사회는 해방 이후 이들을 잊고 살아왔다. 일제 강점기 우리 사회가 겪어야 했던 아픔을 그린 작품은 있었지만, 재일 동포를 직접 조명한 것은 많지 않았다.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 포스터. 사진 (주)퍼스트런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 포스터. 사진 (주)퍼스트런

재일 동포이자 연극 연출가인 정의신 감독은 직접 재일 동포들이 겪었던 아픔을 알리기 위해 메가폰을 들었다. 그는 본인이 연출한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2008)을 원작으로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2018)을 연출했다. 영화는 1969년 고도 성장기 일본에서 곱창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용길이네 가족을 통해 재일 동포 가족이 겪는 삶의 희로애락과 희망을 담는다. 김상호, 이정은을 비롯 마키 요코, 오오즈미 요 등이 출연한다.

정의신 감독은 재일 동포가 일본 사회에서 마주해야 했던 비참한 현실을 여과 없이 재현했다. 극중 용길(김상호)는 일제 강점기 당시 전쟁에 징용돼 한쪽 팔을 잃고, 제주 4·3 사건으로 돌아갈 고향까지 잃는다. 아들 도키오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등교를 거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따뜻한 인상을 남긴다. 용길 가족이 어떤 비극적 사건에도 서로에 대한 사랑과 웃음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나가는 이유다. 영화는 용길 가족을 통해 재일 동포의 아픔 뿐만 아니라 가족간의 사랑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그린다.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2008)은 초연 당시 한일 양국에서 호평을 받아 한국에서 두 차례, 일본에서 세 차례에 걸쳐 무대에 올랐다. 정의신 감독은 이 작품으로 일본 연극계 최고 권위 희곡상인 기시다 희곡상을 수상했으며, 영화 ‘피와 뼈’(2005, 최양일 감독) 각본을 집필해 일본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은 오는 12일 국내 개봉한다.

영화 '고' 포스터. 사진 필름뱅크(주)
영화 '고' 포스터. 사진 필름뱅크(주)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은 마을 바로 옆을 지나는 공항과 마을 사람들의 대화 등으로 재일 동포 마을 우토로를 연상시킨다. 우토로는 1941년 일본이 교토 군비행장을 건설하면서 형성된 재일 동포 마을로, 당시 재일 동포들은 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징용 됐지만,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자 어떤 보상도 없이 방치됐다.

다케다 도모카즈 감독은 영화 ‘우토로’(2002)를 통해 우토로 마을에 남겨진 재일 동포들의 삶을 들여다 봤다. 극중재일 동포들은 일본 정부는 물론 한국 정부로부터도 외면 받는다. 그들은 공사판 막노동으로 끼니를 이어가면서도, 학교를 스스로 설립하는 등 불모지에 불과했던 우토로를 조금씩 바꿔나간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작품 ‘고’(GO, 2002)는 재일 동포 3세 고등학생 소년의 사랑과 성장기를 통해 재일 동포가 겪었던 차별과 편견을 그렸다. 가네시로 가즈키가 집필한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주인공 스기하라(쿠보즈카 요스케)를 중심으로 재일 동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무겁지 않은 소재로 녹여냈다. 영화는 쿠보즈카 요스케, 시바사키 코우, 오타케 시노부, 야마자키 츠토무가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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