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신문기자’ 심은경 “그저 지금처럼 즐겁게”…꾸준함이 가져 온 성과

2020-03-14 09:00 정찬혁 기자

[맥스무비= 정찬혁 기자] 심은경이 지난 6일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신문기자’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가 이 상을 받은 건 1978년 일본 아카데미상이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이날 시상식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에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놀란 표정을 지은 심은경은 무대 위에 올라 곧바로 눈물을 흘렸다.

2014년 제5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한 그녀’로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던 때가 묘하게 겹쳐졌다. 당시 심은경은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아이처럼 울었고, 선배 배우들의 흐뭇한 미소를 유발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보는 이를 흐뭇하게 만드는 심은경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문기자’가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에 작품상까지 받았다. 모두 많이 놀라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 기분이었다기보다 축하한다는 말만 다들 되풀이하며 놀란 상태로 자리가 마무리됐다. 다시 만나게 되면 제대로 축하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배우 심은경. 사진 매니지먼트AND
배우 심은경. 사진 매니지먼트AND

‘신문기자’(감독 후지이 미치히토)는 일본 정권에서 벌어진 정치 스캔들을 통해 국가와 저널리즘 이면을 비판한 영화다. 도쿄신문 사회부 소속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동명 논픽션이 원작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을 담고 있어 일본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심은경은 극 중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를 둔 신문사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 역을 맡았다. 정부의 지시로 날조된 정보가 형성되는 과정 속에서 요시오카는 기자 정신을 발휘하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심은경은 드러나는 표현보다 내면에 쌓인 감정과 메시지에 집중해 섬세하게 캐릭터를 다듬었다.

“요시오카 에리카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인물이 진실과 마주했을 때, 그것과 부딪혀나가는 과정에서의 고독이라든지, 인물이 가지고 있는 묵직함이 영화의 주제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들을 계속 생각해나가면서 연기했다.”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은 이전 작업과 비슷했지만 이를 일본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은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했다. 단순히 언어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넣고 미세한 뉘앙스를 표현해야 의도했던 이야기가 전달된다. 심은경이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건 이를 온전히 해냈다는 증거다. 심은경은 수년 전부터 일본어를 익히며 차근차근 일본 진출을 준비했다.

“당연한 과정이지만 우선 일본어를 배웠다. 감사하게도 원어민들과 일명 네이티브 스피킹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다. 직접 일본어로 소통하려 했고 틀리더라도 계속 일본어로 말하려고 했던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일본어 뉘앙스라든지, 억양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다. 일본어 소통이 가능하다고 해도 연기는 또 다르다. 대사에 쓰여있는 단어 하나하나의 억양과 발음을 주의해가며 계속 소리 내 연습했고, 거기에 연기를 다시 얹는 과정이 필요했다. 아주 어려웠고 세심한 과정이었다.”

배우 심은경. 사진 매니지먼트AND
배우 심은경. 사진 매니지먼트AND

아역으로 데뷔해 꾸준히 연기 경험을 쌓은 심은경은 ‘써니’, ‘광해, 왕이 된 남자’, ‘수상한 그녀’로 연이어 흥행에 성공해 비슷한 나이 배우들 중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이후에도 그는 ‘널 기다리며’, ‘서울역’, ‘걷기왕’, ‘특별시민’, ‘염력’ 등 장르, 비중, 형태와 상관 없이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다. 이처럼 남다른 필모그래피를 쌓을 수 있던 건 편향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려는 변함없는 마음 덕분이다.

“연기자는 결국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평소 내가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와 닿는 이야기의 작품에 더 끌리게 되는 것 같다. 어떤 한가지 이야기, 캐릭터에만 치중되는 것보다 할 수 있을 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부분이다.”

최근 ‘기생충’, ‘도망친 여자’ 등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낸 작품들이 많았다. 특히 ‘기생충’은 일본에서 매출 40억 엔을 돌파하는 등 국내 영화 중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심은경은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정말 높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일본에서 제가 나온 ‘써니’를 아직도 많이 좋아하고 한국 영화 안에서 톱을 꼽기도 한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신문기자’에 이어 심은경은 지난달 일본에서 개봉한 ‘가공 OL일기’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촬영을 마친 일본영화 ‘동백정원’ 개봉도 예정하고 있다. 최근 tvN 드라마 ‘머니게임’에 출연한 심은경은 현재 일본에 체류하며 일본에서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심은경은 들뜨지 않았다. 앞으로의 심은경을 예상해본다면 어떨 것 같은지 묻는 말에 그는 “그저 지금처럼 즐겁게, 제 자신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 하지 않았으면 싶다. 묵묵히 내 길을 가고 싶다”라고 답했다.

정찬혁 기자 / hyuck2777@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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