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용길이네 곱창집’ 정의신 감독…“먼 나라 아닌, 우리 이야기로 봐주길”

2020-03-13 16:37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이 지난 12일 개봉했다. 재일 동포 정의신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그가 직접 제작했던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을 원작으로, 해방 이후 남한과 북한, 일본 그 어디에서도 환영 받지 못한 채 수십 년을 견뎌야 했던 재일 동포 가족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 정의신 감독. 사진 (주)영화사 그램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 정의신 감독. 사진 (주)영화사 그램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2018)은 1969년 고도 성장기 일본에서 곱창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용길이네 가족을 통해 재일 동포 가족이 겪는 삶의 희로애락과 희망을 담았다. 일제강점기 우리 사회가  겪었던 아픔을 그린 영화는 많았으나, 재일 동포의 삶을 조명했던 영화는 드물었기에, ‘용길이네 곱창집’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남겼다.

재일 동포이자 연극 연출가인 정의신 감독은 재일 동포가 겪었던 아픔과 상처를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직접 메가폰을 들었다. 그는 “재일 동포로서 이들의 역사를 남기고 싶었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영화를 만들게 됐다”며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이야기”라고 영화를 제작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는 마을 바로 옆을 지나는 공항과 마을 사람들의 대화 등으로 우리 사회에도 알려진 재일 동포 마을 우토로를 연상시킨다. 우토로는 1941년 일본이 교토 군비행장을 건설하면서 형성된 재일 동포 마을로, 당시 재일 동포들은 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징용 됐지만,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자 어떤 보상도 없이 방치됐다. 정의신 감독은 실제 그가 자랐던 재일 동포 마을을 모티브로 원작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 예고편 캡쳐. 사진 (주)영화사 그램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 예고편 캡쳐. 사진 (주)영화사 그램

“내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은 히메지성 돌담을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이 판자집을 짓고 살았던 곳이다. 많은 재일 동포와 가난한 일본인들이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살았었다. 그 마을과 간사이 공항 바로 옆에 있던 나카무라 지구 이야기를 섞어 영화를 만들었다. 내가 살았던 그 마을은 지금 철거돼 공원이 됐다.”

그가 실제로 나고 자랐던 마을을 모티브로 제작한 만큼, 영화는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의신 감독은 극중 용길(김상호)과 그 가족이 겪었던 아픔과 상처는 당시 재일 동포 가족에게는 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극중) 국유지임에도 땅을 샀다고 주장하는 용길의 이야기는 내 아버지가 실제 겪었던 일이다”고 말하며, 결말에 이르러 용길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장면에 대해 “당시 재일 동포 가족의 이산 이야기는 드문 것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정의신 감독은 재일 동포가 일본 사회에서 마주해야 했던 비참한 현실을 여과 없이 스크린에 재현했다. 용길은 전쟁에 징용돼 한쪽 팔을 잃고, 제주 4·3 사건으로 돌아갈 고향까지 잃는다. 아들 도키오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등교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렇게 용길 가족은 모두가 각자가 가진 사연과 함께 굴곡진 인생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따뜻하다는 감상을 남겼다. 용길 가족이 어떤 비극적인 사건에도 서로에 대한 사랑과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나가는 이유다. 그들은 어렵고 힘든 와중에도 서로의 삶을 지탱해주며 하루를 살아간다. 이에 대해 정의신 감독은 “내가 자란 환경 속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며 “내일을 믿고 살아가기 때문에 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 사진 (주)영화사 그램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 사진 (주)영화사 그램

‘용길이네 곱창집’의 원작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2008)은 초연 당시 한일 양국에서 호평을 받았다. ‘야키니쿠 드래곤’은 일본 양대 연극상인 제8회 아사히 공연예술상 대상과 제16회 요미우리 연극상 대상 등 일본 유수 연극 시상식을 휩쓸었다. 현재 정의신 감독은 일본에서 왕성하게 연극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코로나 19로 공연이 취소된 상태지만, 일본 간사이 지방을 배경으로 야쿠자와 깡패들의 전쟁을 그린 ‘우는 로미오와 분노하는 줄리엣’을 공연하고 있었다. 올해는 홋카이도 탄광 이야기와 일본 세토나이카이의 작은 섬에 있었던 조선학교 이야기, 2인 오페라 등 신작 공연도 예정돼 있다.”

마지막으로 정의신 감독은 국내 관객들이 영화를 단순히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바라봐 주길 희망했다.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가족들에게, 내일에 대한 희망을 찾아 주길 바란다”며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아버지, 어머니, 가족,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영화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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