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정승오 감독이 말하는 #패치아담스 #토니에드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2020-03-24 08:00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개봉작이 많지 않은 3월,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영화 ‘이장’이 곧 극장가를 찾는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이장’은 한 가족이 아버지의 이장을 계기로 고향에 모이고, 오랫동안 집안에 뿌리박힌 가부장제와 작별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어느 가족에게나 있을 법한 불평등한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속 시원하게 디스하며 세기말적 관습에 작별을 고하는 작품이다.

'이장' 정승오 감독. 사진
'이장' 정승오 감독. 사진

정승오 감독은 지난 2016년 단편 ‘새들이 돌아오는 시간’으로 독립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새들이 돌아오는 시간’에 이어지는 격인 영화 ‘이장’은 더욱 확장된 형태의 가족을 선보인다. ‘이장’은 정승오 감독의 신념이 깃든 풍자극이다. 따스하고 유머러스한 영화의 색채가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혜성 같은 신인 감독은 자신을 영화의 세계로 이끈 작품으로 ‘패치 아담스’(1999)를 꼽았다. 영화 ‘패치 아담스’(1999)는 ‘힐링’을 얘기하는 작품이다.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자살 미수로 정신병원에 수용된 주인공 헌터 아담스(로빈 윌리엄스)가 사람들의 정신적 상처를 치료해주는 의사가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상처를 치유하다’라는 의미의 ‘패치(PATCH)’라는 별명을 얻은 아담스는 언제나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와 장난기로 환자들에 웃음을 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을 보살핀다. 그렇게 그는 과거의 상흔을 이겨내며 진정한 의사로 거듭난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예상치 못한 상처를 얻게 된다. 이때 등장하는 힐링 영화는 지친 마음에 위안을 주고, 또 인생을 바꿔놓기도 한다. 정승오 감독이 영화 ‘패치 아담스’를 접한 시기는 마음을 굳게 닫고 세상과 소통하지 않을 무렵이었다. 그는 ‘패치 아담스’를 통해 영화라는 존재를 만났고, 영화가 다친 이들에 줄 수 있는 힘을 깨달았다.

영화 '패치 아담스' 스틸. 사진 유니버설 스튜디오
영화 '패치 아담스' 스틸. 사진 유니버설 스튜디오

“어릴 적부터 되고 싶은 게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대에 갔고, 전역하고 나서도 대충 돈이나 벌 요량으로 작은 회사에 들어가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유일한 낙은 동네 친구와 만나 시덥지 않은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릴없이 지내던 어느 날,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매일 만났던 그 친구가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충격을 받은 나머지 모든 걸 내팽개치고 1년 정도 집에만 있었다. 그 1년의 끝 무렵에 ‘패치아담스’를 봤고, 굉장한 위로와 힘을 받았다. 신기했다. 영화 한 편의 위력이라는 게… 그제서야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힘에 매료됐고, 영화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렇게 수능을 다시 봐서 영화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최근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으로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에드만’을 꼽았다. 제69회 칸 영화제 비평가상 수상을 시작으로 해외 비평가협회상의 외국어 영화상을 휩쓴 독일 영화는 잭 니콜슨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로도 재탄생될 전망이다. ‘토니 에드만’은 워커홀릭 딸의 집에 괴짜 아버지가 불쑥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을 그렸다.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녀 갈등이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표현되고 행복에 대한 통찰을 전한다는 점에서, 정승오 감독의 ‘이장’과도 많이 닮아있다.

영화 '토니 에드만'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토니 에드만' 스틸.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토니 에드만’은 가장 일반적인 가족, 즉 부녀의 이야기를 통해 굉장히 다층적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부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일 사회가 보이고, 세대가 보이고, 젠더가 보이며, 시대가 보인다. 가장 사적인 두 부녀의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확장되면서 다양한 층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연출이 영리했다.”

확실히 정승오 감독은 가족이라는 소재가 자아내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듯하다. 감독이 직접 한국적인 해학으로 가족을 표현한 영화 ‘이장’은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들과 비교되기도 했다. 비슷한 점이 여러 겹 겹치다 보니, 어느새 정승오 감독이 ‘한국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라고 불리고 있기도 했다. 정승오 감독은 이 수식어에 굉장히 부끄러워하면서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정말 좋아한다”라며 속내를 고백했다.

“가족 이야기에 주로 매력을 느끼기도 하지만, 다양한 인간 관계를 그린 영화에 더욱 관심이 간다. 서로를 보듬으면서도 밀쳐내기도 하고, 각자가 갖고 있는 상황과 고민, 욕망들이 타인한테 어떻게 전가되는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유지해나가는지에 더욱 흥미를 느낀다. 저 또한 이러한 관계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이런 내밀한 감정들을 안고 사는 관계가 바로 가족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이유나 기자 /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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