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다크 워터스’, 현란한 수사 없어도 울림 남기는 수작

2020-03-17 09:32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영화 ‘다크 워터스’가 개봉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은 그 어떤 현란한 수사 없이 이야기만으로 127분이라는 시간 동안 관객을 영화에 몰입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영화는 주인공이 겪었던 이야기를 담담히 따라가며 모두가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들춰냈다.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 사진 (주)이수C&E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 사진 (주)이수C&E

대기업 변호를 담당하는 대형 로펌 변호사 롭 빌럿(마크 러팔로)에게 한 농부가 찾아온다. 그는 화학기업 듀폰이 독성물질을 유출해 자신의 젖소를 병들게 하고 있다며 고발하길 바란다. 간단한 사건이라 여기며 사건을 수임했던 롭은 점차 밝혀지는 진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듀폰이 독성 폐기물질 PFOA를 유출하고, 그 물질이 프라이팬부터 아기 매트까지 일상 속에 침투했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롭은 가족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세계최대 화학기업 듀폰과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한다.

영화 ‘다크 워터스’(2019, 감독 토드 헤인즈)는 세계최대 화학기업 듀폰이 독성 폐기물질을 유출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듀폰이 PFOA(perfluorooctanoic acid, 또는 C-8)가 심각한 유해물질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출해 인류 대부분을 독성물질 중독에 빠뜨렸다는 폭로를 그렸다. 영화는 마크 러팔로, 앤 해서웨이, 팀 로빈스, 빌 캠프, 빅터 가버, 빌 풀만이 출연한다.

사회적인 이슈를 개인에 집중해 풀어내는 것이 장기인 토드 헤인즈 감독인 만큼, ‘다크 워터스’ 역시 주인공 롭 빌럿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화는 롭 빌럿이 사건의 진실에 점차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신체적, 정신적 압박감을 심도 있게 그렸다. 극중 롭 빌럿은 주변인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내부 고발자라는 주홍글씨와 함께 점차 고립된다.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 사진 (주)이수C&E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 사진 (주)이수C&E

궁지에 몰리는 롭과 달리 거대기업 듀폰은 그 어떤 고발에도 개의치 않는다. 영화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만큼 극중 듀폰의 행태는 우리 사회 현실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와 닮아 탄식을 자아낸다. 영화는 듀폰의 PFOA 유출사건을 통해 환경문제를 넘어 직업윤리를 상실한 천민자본주의, 기업과 정부의 유착, 권력에 굴복한 채 진실을 외면하는 지식인 등을 비판한다.

‘다크 워터스’는 현란한 수사 없이 오롯이 이야기 만으로 깊은 울림을 남긴다. 영화는 지난 사건들에 대해 어떤 특별한 연출도 과장도 없이 그저 담담한 시선을 유지한다. 대단한 카메라 기법이나 예술적 함의가 담긴 미장센은 없지만, 사회 현실을 여과 없이 재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영화는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우리가 바라고 꿈꾸는 동화는 영화 속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렇게 현실적으로 그려낸 영화는 얼핏 네오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작품 ‘자전거 도둑’(1948)을 연상시킨다.

마크 러팔로는 유려한 연기로 영화가 가진 매력을 배가시킨다.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헐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부드럽지만 동시에 강직한 변호사 롭 빌럿을 완벽히 연기했다. 그가 펼친 섬세한 연기는 정적인 구도로 이어지는 영화 흐름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영화 ‘다크 워터스’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로 시작해 ‘인사이더’(1999), ‘스포트라이트’(2015)로 이어지는 사회 고발 영화의 계보를 성공적으로 이었다. 영화는 약자에 대한 폭력과 기만을 들춰내, 몇 해 전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됐던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개봉: 3월 11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출연: 마크 러팔로, 앤 해서웨이, 팀 로빈스, 빌 캠프, 빅터 가버, 빌 풀만/감독: 토드 헤인즈/수입: CJ 엔터테인먼트/ 배급: (주)이수C&E/러닝타임: 127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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