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사랑하고 있습니까’ 소소하게 감성 적시는 청춘 로맨스

2020-03-18 09:03 정찬혁 기자

[맥스무비= 정찬혁 기자] 사랑도 일도, 현실의 모든 것이 버거울 때 문득 누군가 답을 줬으면 싶을 때가 있다.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돌아보면 알게 된다. 답은 이미 자신에게 있었다는 걸. 필요한 건 행복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약간의 용기다.

‘사랑하고 있습니까’에서 소정(김소은)은 치매를 앓고 있는 아픈 홀어머니를 모시고 매일을 버티듯 살아가는 인물이다. 카페에서 디저트를 만드는 소정은 남몰래 카페 오너 승재(성훈)를 좋아하지만 그는 소정에게 까칠하기만 하다. 어느 밤 홀로 남아 카페를 정리하던 중 한 할머니가 우연히 카페에 들어오고, 소정은 할머니를 위해 따뜻한 빵과 수프를 대접한다. 할머니는 답례로 신비로운 책 한 권을 빌려주고 사라진다.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 스틸. 사진 블루필름웍스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 스틸. 사진 블루필름웍스

영화는 사랑의 해답을 알려주는 기묘한 책을 만난 후, 마법처럼 뒤바뀌기 시작한 두 남녀의 특별한 사랑을 그린다. 카페 오너를 좋아하지만 쉽게 다가갈 용기가 없는 알바생 소정은 시험 삼아 책에게 질문하고 해답을 얻는다. 책에서 알려준 대로 이뤄지는 것을 본 소정은 조금씩 책에 의존하고 승재와 가까워진다.

‘동감’, ‘바보’, ‘설해’ 등을 연출한 김정권 감독은 판타지 요소는 가져가되 현실적인 기조를 잃지 않고 극의 중심에 뒀다. 덕분에 영화는 큰 갈등을 유발하는 악인이나 사건 없이 일상의 소중함을 수필집처럼 그린다. 감독은 현실과 동떨어진 전개가 아닌, 꿈과 연애, 결혼까지 포기한 청춘들의 현실적 고민들을 스토리에 녹였다. 해답을 주는 책은 대단한 결정을 이끌거나 비현실적인 일이 발생시키는 것이 아닌 조금의 용기를 보태는 정도다.

영화 속 현실적인 상황과 대사는 마음을 적신다.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카페 오너와 연애하는 것이 소정의 꿈이라면, 치매 걸린 어머니는 그녀가 더 넓고 높은 곳으로 갈 수 없게 붙잡는 현실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자신이 더 초라하게 느껴진다는 대사는 사랑을 하며 누구나 겪어봤을 감정으로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 스틸. 사진 블루필름웍스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 스틸. 사진 블루필름웍스

다만 소소하게 흘러가는 전개는 다소 전형적이라 다음 내용이 쉽게 예상된다. 영화에 나온 복선들도 기존 멜로에서 자주 쓰인 것들로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책을 읽듯 차분히 이야기를 따라간다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정이 잘 스며들겠지만, 판타지 요소나 빠른 전개를 바란다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김소은은 소심한 듯 강단 있는 소정을 통해 꿈과 열정이 있지만 매번 실패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는 청춘의 모습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았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대중의 사랑을 얻은 성훈은 ‘돌아와요 부산항애(愛)’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성훈은 감정 표현에 서툴러 매번 마음과는 반대로 행동하는 승재로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실제 감정과 다른 행동, 소심한 밀당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간질인다.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 스틸. 사진 블루필름웍스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 스틸. 사진 블루필름웍스

주변 인물들도 적절한 완급조절로 제 몫을 한다. 병오(김선웅), 기혁(판도)은 훈훈한 외모를 내세워 카페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두 캐릭터는 승재와 소정을 양쪽에서 도우며 힘이 돼준다. 안나(김소혜)는 소정과는 전혀 다른 화려한 외모와 적극적인 태도로 소정을 위축시키고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故 전미선은 소정의 치매 걸린 어머니 역으로 별다른 대사 없이 표정 만으로 뭉클함을 자아낸다. 스크린에서 그녀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우리는 일과 사랑,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끊임 없이 고민하고 좌절한다. 그 과정에서 포기할 때도, 욕심을 부려 쟁취할 때도 있다.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발자국 나아가고,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봉: 3월 25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출연: 김소은, 성훈/감독: 김정권/제작: 강철필름/ 배급: 블루필름웍스/러닝타임: 107분/별점: ★★★

정찬혁 기자 / hyuck2777@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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