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코로나 19 여파로 극장가가 얼어붙은 요즘, 영화계 고질병이던 스크린 독과점이 완화되는 현상이 있어 눈길을 끈다. 평시 박스오피스 1위 작품은 상영점유율 50%를 넘겼던 반면, 최근 극장가 박스오피스 상위권 작품들은 15% 내외 비율로 상영관을 균등하게 나누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은 국내 영화계가 가진 뿌리 깊은 고질병이다. 이는 대형 배급사가 유통하고 큰 규모 자본이 투입된 소수 영화가 대다수 상영관을 차지하는 현상으로, 일반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해 문제가 됐다.
지난해는 천만 관객 영화가 다섯 편이나 등장하는 풍년이었지만, 그만큼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많은 논란이 일었다. CJ엔터테인먼트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등 대형 배급사가 유통한 영화들이 상영점유율 50%를 넘기는 일이 흔했던 것이다. 2019년 천만 영화 중 CJ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영화 ‘극한직업’과 ‘기생충’은 각각 상영점유율 54.7%(이하 영진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53.1%에 달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가 배급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58%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영화계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 2월 27일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은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한 영화가 40%를 초과해 스크린을 독점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일 2020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유통 공정성 강화를 위해 6개 관 이상 상영관을 지닌 극장을 대상으로 관객이 집중되는 시간대에 같은 영화의 상영횟수가 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스크린 독점을 일순간이나마 완화된 양상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코로나 19다. 코로나 19 여파로 전국 극장가가 얼어붙은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박스오피스 상위 3 작품은 비슷한 상영점유율 수준을 보이고 있다. 1위인 ‘인비저블맨’은 16.9%, 2위 ‘다크 워터스’는 15.4%, 3위 ‘1917’은 13.4%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상업 영화로만 채워졌던 극장가 라인업 역시 변화 바람이 불었다. 코로나로 인해 역대 최저 수준 관객을 모으고 있는 극장가는 상업영화와 독립·예술 영화를 막론하고 다양한 기획전과 재개봉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J CGV는 5일부터 ‘누군가의 인생영화 기획전’을 시작해 ‘싱 스트리트’, ‘스타 이즈 본’, ‘쉰들러 리스트’ 등을 재개봉했으며, 롯데시네마는 5일부터 ‘힐링무비 상영전’을 기획해 ‘리틀 포레스트’, ‘레미제라블’, ‘노팅 힐’ 등을 상영했다.

재개봉 작품은 물론 다양한 독립·예술 영화 역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상영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월 개봉한 상업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정직한 후보’가 6%대 상영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은 아씨들’, ‘스타 이즈 본’ 등과 같은 예술영화와 재개봉 작품들 역시 4.8%, 3.6%에 달하는 상영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백두산’과 함께 개봉했던 예술영화 ‘미안해요, 리키’가 최고 상영점유율이 0.6%였던 것 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다양한 영화들이 고른 기회를 갖게 됐지만, 지금 같은 상황을 그저 반길 수 만은 없다. 코로나 19 여파로 극도로 위축된 멀티플렉스가 상영관과 상영횟수 등을 최소화해 나온 현상인 이유다.
독립·예술 영화를 상영하고, 지난 작품들을 재개봉하는 기획전은 ‘일반 관객이 영화관을 찾지 않으니, 꾸준히 영화관을 찾는 ‘시네필’(Cinephile, 영화광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들 만이라도 붙잡기으려는 방안’이라는 말이 들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독과점이 해소되고, 다양성 영화들이 다수 개봉하는 현재 현상은 작은 희망을 품게 만든다. 현 상태를 유지한 채 관객들이 전과 같이 영화관을 찾아준다면, 이상적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코로나 19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다양한 영화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과거로 돌아가 다시금 스크린 독과점이 성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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