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 진부 서사 압도하는 크리처의 공포

2020-03-20 12:00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기묘한 이야기’와 ‘그것’의 성공으로 비슷하고 흥미로운,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건 의심할 여지 없는 행운이다. 여기에 ‘판의 미로’ ‘헬보이’ ‘셰이프 오브 워터’ 등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타지스러우면서도 공포스러운 크리쳐 역시 좋아한다면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이하 스케어리 스토리)은 인생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오스카 수상에 빛나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직접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스케어리 스토리’가 봄을 앞두고 서늘한 공포의 감각을 선사한다. 작품은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나 ‘그것’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대적 배경에 미성숙한 아이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호러 어드벤처를 그렸다. 과거의 대중문화를 접목한 호러 작품은 선연한 공포감을 자아내는 동시에 정겨운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려준다.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스틸.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스틸.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스케어리 스토리’는 닉슨 대통령과 험프리가 대선을 펼치고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을 배경으로 한다. 유사 장르의 작품들을 많이 봐온 관객들이라면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극을 이끄는 주인공 무리는 어린 너드들이다. 스텔라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호러 마니아며, 단 둘뿐인 친구 척과 어기도 잘 나가는 부류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무전기를 이용해 수시로 연락한다. 마을 근처에 ‘유령의 집’이라 불리는 폐가도 있다. 새롭지는 않지만, 어김없이 흥미롭고 친근한 소재다.

핼러윈 밤, 불량배 토미 일행에 쫓기던 스텔라와 친구들은 자동차 극장에 숨어들던 중 새로운 친구 라몬과 만난다. 나이도 더 많고 인종도 다르지만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좋아하는 라몬에게 스텔라는 친밀감을 느낀다. 할로윈 밤을 즐기고 싶었던 이들은 함께 유령의 집으로 향한다. 19세기에 제지공장을 운영하던 가문이 살았다는 흉가는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는 여인 사라’에 대한 소문이 구전설화처럼 내려져 오고 있었다. 호기심에 흉가를 찾아간 아이들이 사라가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어느샌가 하나둘씩 실종된다는 내용이다.

스텔라와 라몬은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흉가에서 지하실로 내려가는 비밀 경로를 찾아내고, 그 안에서 사라의 무서운 이야기가 빼곡히 적힌 책을 발견한다. 호러 마니아인 스텔라는 평생 동경해온 책을 슬쩍 훔쳐 오지만, 어느 날 펼쳐본 책의 빈 페이지에 채 마르지도 않은 피로 쓰인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고 심상치 않은 일에 휘말렸음을 깨닫는다.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스틸.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스틸.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스케어리 스토리’는 사라가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 여러 편을 액자식 구성으로 보여준다. 특이한 점은 책에 새롭게 적히는 무서운 이야기가 현실 세계에서도 실제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소설책을 보듯 읽었다면 살짝 오싹한 수준에 불과했을 이야기들이 기예르모 델 토로 특유의 기괴한 크리처들과 어우러지며 예상 밖의 공포감을 자아낸다. 불쾌하게 생긴 허수아비 ‘헤롤드’, 사방이 시뻘건 공간 저 멀리서 걸어오는 ‘창백한 여인’, 스튜에 빠진 자신의 발가락을 찾아다니는 ‘거대한 발가락’, 거미들이 얼굴을 뚫고 나오는 ‘붉은 점’ 등이 현실과 동일시되는 무서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다. 해당 크리처들은 미국에서 출간 당시 일러스트가 너무 무섭다는 이유로 금지도서로 지정됐다는 80년대 원작 일러스트를 적극 반영해 상당히 그로테스크하게 그려졌다. 이 외에도 영화를 위해 새롭게 추가된 크리처 ‘투덜거리는 남자’는 몸의 마디마디가 분리되고 합체되며 빠르게 목표물을 쫓는 설정이 돋보인다.

기예르모 델 토로가 ‘제인 도’를 본 후 직접 감독 자리를 제안했다는 안드레 외브레달 감독이 압도적이고 기이한 연출로 크리처들이 자아내는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창백한 여인이 레드룸에 갇힌 척을 향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장면은 관객들 역시 빠져나갈 수 없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어기가 거대한 발가락을 피해 방안으로 숨어드는 장면 역시 유달리 긴 호흡으로 전개돼 숨 막히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스틸.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스틸.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괴물들의 그로테스크한 형상을 극대화하는 연출은 훌륭하다. 다만 용감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대중적인 스토리에 악몽 같은 크리처들의 흉상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양새는 아니다. 어른의 시선에서는 제법 유치할 수 있는 줄거리지만 심각하게 공포스러운 장면들이 점철돼 영화의 타겟층이 불분명해 보이기도 한다. 폐가에 얽힌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은 예상 가능한 흐름 안에 갇혀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낳는다. 그럼에도 흡인력 있는 연출과 독특한 크리처들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흥미를 배가시킨다.

낯설지만 신선한 얼굴의 배우들도 영화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막중한 역할인 스텔라 역을 맡은 조 마가렛 콜렛티와 제법 능청스럽게 척 캐릭터를 소화하는 오스틴 자주르의 활약이 돋보이며, AMC 미드 ‘워킹데드’와 HBO 미드 ‘유포리아’에 출연한 오스틴 에이브럼스의 새로운 면도 확인할 수 있다.

개봉: 3월 25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출연: 조 마가렛 콜렛티, 마이클 가르자, 가브리엘 러쉬, 딘 노리스/감독: 안드레 외브레달/수입: 조이앤시네마/ 배급: 제이앤씨미디어그룹/러닝타임: 108분/별점: ★★★

이유나 기자 /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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