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창조한 환상과 공포의 크리처들

2020-03-21 09:00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20대부터 30년 가까이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와 스토리를 노트에 기록해왔다. 이 노트는 작품들에 청사진 역할을 했고, 기예르모 델 토로는 독특함으로 승부하는 판타지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그가 영화를 통해 선보인 각양각색의 크리처들은 스토리텔링에 걸맞는 특유의 기괴함과 세심한 디테일로 감탄을 자아냈다.

영화 ‘판의 미로’ 속 판. 사진 워너브라더스
영화 ‘판의 미로’ 속 판. 사진 워너브라더스

멕시코 출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미국 코믹스와 영국 해머영화사의 공포영화에 흠뻑 빠져 청소년기를 지냈다. 이후 전설적인 특수분장가 딕 스미스에게 분장과 특수효과를 배우고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영화계에 입문했다. 1993년 장편영화 데뷔작 ‘크로노스’가 칸 영화제 비평가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멕시코와 할리우드를 오가며 열띤 활동을 펼쳤다. 이후 오스카 수상에 빛나는 ‘판의 미로’와 ‘셰이프 오브 워터’를 배출한 것은 물론 ‘블레이드2’, ‘악마의 등뼈’, ‘헬보이’ 시리즈, ‘미믹’, ‘퍼시픽 림’ 등에서 메가폰을 잡았다.

‘판의 미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만의 음울하면서도 환상적인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판타지 영화다. 그가 창조한 독특한 크리처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1940년대 스페인 내전이라는 슬픈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녀에게 펼쳐지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냉혹함을 그렸다. 극에 등장하는 숲의 정령 판은 주인공 오필리아가 인간 세계를 떠나 지하 왕국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돕는 존재로, 사람과 염소를 합쳐놓은 듯한 반인반수의 형태가 관객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 ‘판의 미로’ 속 아이들을 잡아먹는 괴물. 사진 워너브라더스
영화 ‘판의 미로’ 속 아이들을 잡아먹는 괴물. 사진 워너브라더스

‘판의 미로’ 속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이야말로 영화에서 가장 이목을 집중시키는 존재다.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을 앞에 두고 잠든 괴물은 괴상한 얼굴과 얇은 피부 가죽뿐이지만, 허락 없이 음식을 먹은 아이들을 잡아먹어 응징한다는 설정으로 공포감을 자아냈다. 한때 특수분장 감독으로 일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자신이 창조한 ‘판의 미로’ 속 괴생명체들을 CG로 표현하는 대신 특수분장만으로 완성시켰다. 곡예사 출신의 괴생명체 전문 배우 더그 존스가 판과 식탁 괴물로 특수분장 해 훌륭한 연기력으로 크리처들을 표현해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수많은 작품에 등장하는 크리처들은 감독의 상상력과 더그 존스의 표현력이 컬래버레이션을 이뤄 많은 팬들을 양산시켰다. 더그 존스는 ‘미믹’의 바퀴벌레 인간, ‘헬 보이’의 양서인간, ‘셰이프 오브 워터’의 괴생명체 등을 연달아 도맡으며 기예르모 델 토로의 크리처 페르소나(?)로서 활약을 펼쳤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속 괴생명체.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속 괴생명체.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특히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오스카 4관왕을 달성한 판타지 작품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더그 존스는 극중 목소리를 잃은 청소부 엘라이자와 만나 경이로운 사랑에 빠지는, 역대 가장 로맨틱한 괴생물체를 연기해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처음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괴생명체를 떠올린 후, 최정예 팀을 꾸려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크리처 디자인을 완성시켰다. 억대의 비용과 9개월이 넘는 시간을 공들여 크리처를 완성시킨 감독은 “지금까지 만든 것 중 가장 어려웠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직접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 역시 감독의 특색이 묻어나는 크리처들이 다수 등장한다. 불쾌하게 생긴 허수아비 ‘헤롤드’, 사방이 시뻘건 공간 저 멀리서 걸어오는 ‘창백한 여인’, 스튜에 빠진 자신의 발가락을 찾아다니는 ‘거대한 발가락’ 등…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오늘날까지 선보여온 것 중 가장 무서운 크리처들이다.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속 투덜대는 남자(위) 투덜대는 남자를 연기한 트로이 제임스 (아래).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스케어리 스토리' 속 투덜대는 남자(위) 투덜대는 남자를 연기한 트로이 제임스 (아래).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해당 크리처들은 일러스트가 너무 무섭다는 이유로 금지도서로 지정됐던 원작을 최대한 반영해 끔찍하고 압도적인 비주얼을 구현했다. 이 외에도 영화를 위해 온 몸이 기괴하게 뒤틀린 채 몸의 마디마디가 분리되고 또 합체되면서 타깃을 빠르게 쫓는 ‘투덜대는 남자’ 캐릭터가 새롭게 추가됐다.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인간 거미처럼 기어다니는 퍼포먼스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트로이 제임스가 직접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연기로 투덜대는 남자를 소화했다.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은 오는 25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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