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은희 작가가 예고한 ‘킹덤’ 시즌3…전지현의 깊은 아픔, 그리고 한(恨)

2020-03-21 09:00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김은희 작가의 말을 인용한다면 ‘킹덤’에 등장하는 한국형 좀비를 “인간미 있는, 배고프고 슬픈 좀비”라고 표현할 수 있다. ‘킹덤’ 속 좀비, 즉 생사역들은 서구 문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그저 빠르게 쫓아오기만 하는 좀비와는 다르다. 불운한 시대상과 계급차이의 폐해로 탄생한 K-좀비는 한국적인 정서와 특색을 떨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킹덤' 시즌2 김은희 작가. 사진 넷플릭스
'킹덤' 시즌2 김은희 작가. 사진 넷플릭스

모두가 고대했던 ‘킹덤’ 시즌2가 공개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전 회차가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됐고 아직까지 국내외 모두 반응이 뜨겁다. 시즌제 드라마가 국내 시장에서도 꽤 생겨났지만 김은희 작가는 ‘킹덤’으로 비로소 시즌제 드라마 데뷔를 치렀다. 뜨거운 인기를 얻은 김은희 작가의 전작 ‘시그널’도 시즌2 요청이 쇄도하면서 구체적으로 논의가 이뤄진 적은 있으나, 시즌2가 실제로 제작된 건 ‘킹덤’이 처음이다. 김은희 작가는 처음 경험해본 시즌제에 대해 “제게 굉장히 잘 맞았던 것 같다”며 호감을 드러냈다.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이나 스태프들과 시즌1부터 합을 이어올 수 있다는 점이 시즌제의 장점 같다. 척하면 척, 이야기를 맞출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킹덤’ 이후에도 기회만 된다면 시즌제 드라마를 많이 도전해보고 싶다.”

한 작품으로 두 감독과 협업하는 건 어땠을까. 김은희 작가가 쓴 각본을 두 명의 감독이 에피소드를 나눠 연출을 맡았다. 시즌1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김성훈 감독이 1화를 연출하고, 박인제 감독이 이어지는 다섯 개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김은희 작가는 “두 감독 모두 글을 쓰는 분들이라 같은 작가로서 얘기가 잘 통해 함께 작업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특히 시나리오를 쓰면서 연출이 기대됐던 장면들이 믿고 의지하는 감독들의 손을 거쳐 놀라운 결과물로 탄생했다. 김은희 작가는 시즌2에서 특히 두 장면이 생각 이상의 연출로 완성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킹덤' 시즌2 김혜준 스틸.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킹덤' 시즌2 김혜준 스틸. 사진 넷플릭스

“생사역들이 계비(김혜준)가 앉은 옥좌를 덮쳐 무너지는 장면이 있다. 옥좌는 왕만이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인데, 마치 그 공간을 전복시키는 듯한 장면이다. 박인제 감독님이 이 장면을 ‘킹덤’의 상징적인 장면이라 생각하고 잘 표현해주신 것 같다. 얼음이 깨져 생사역들이 수장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외국에서도 CG로 만들어진 적 없는 장면을 규모감 있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도 CG팀과 배우들이 고생한 끝에 멋진 장면이 나온 것 같아 뿌듯하다.”

사극 작품은 처음이다 보니 조선시대 역사, 생활상과 관련된 공부가 요구됐다. 특히 한옥에 대한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면서 궁궐이나 한옥을 활용한 장면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사극을 쓰려면 왕족에 대해 잘 알아야 하기에 책들을 많이 읽었고, 역사학자 분들께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2에서도 궁궐 시퀀스가 5, 6부에 집중적으로 나온다. 시나리오를 쓰기에 앞서 궁을 자주 갔던 기억이 난다. 경복궁이나 창덕궁을 걷다 보면 장소를 활용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랐다. 갈 때마다 아이디어를 얻어온 것 같다. 극중 내시가 화장실에 갇힌 장면도 궁을 구경하던 중 ‘옛날에는 화장실 가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떠오른 장면이다(웃음).”

시나리오를 쓰면서 가장 막중하게 여긴 임무는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의 퇴장 시퀀스를 그 인물다운 마지막처럼 보이게 쓰는 것이었다. 김은희 작가는 특히 진선규가 연기한 덕성 캐릭터와 허준호가 연기한 안현 캐릭터를 일찍 퇴장시켜 미안하고 아쉽다면서도, 안현의 퇴장 시퀀스만큼은 “200% 만족했다”고 밝혔다.

'킹덤' 시즌2 허준호 스틸. 사진 넷플릭스
'킹덤' 시즌2 허준호 스틸. 사진 넷플릭스

“시즌1부터 안현이 어떤 인물인지를 단편적으로라도 보여 주려고 했다. 여러 과정들을 거쳐온 안현이 죽음을 맞이하는 2부 엔딩 장면은 쓰면서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절대 권력을 가진 악역 조학주(류승룡)가 큰 데미지를 당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안현과 조학주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해당 장면의 연출도, 연기도 마음에 든다. 한 시청자가 안현이 조학주를 향해 달려올 때 마치 호랑이 같았다던데 나 역시 그렇게 느꼈다. 허준호의 연륜을 누가 이길 수 있나 싶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 역시 좀비 장르의 강렬함과 정치 스릴러 장르의 긴장감을 녹여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즌2 끄트머리에 여러 의미심장한 복선을 심어놓아 다음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김은희 작가는 “시즌1이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 시즌2가 피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시즌3는 ‘한’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며 다가올 시즌3에 대한 힌트를 공개했다.

“시즌3에서는 밑바닥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보여 드리고 싶다. 시즌1, 2에 나온 배우들의 비하인드가 상세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시즌3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보니 서비(배두나)와 영신(김성규)의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고, 마지막에 잠깐 등장한 아신(전지현)의 ‘한’도 중요하게 다뤄질 예정이다. 아무래도 아신이 ‘킹덤’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가장 깊은 아픔을 가진 캐릭터지 않을까 싶다. 현재는 압록강 주변 생태계를 공부 중인데, 아마 시즌3의 배경도 그 방향으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킹덤’은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시즌3에서 창(주지훈)과 서비, 혹은 범팔(전석호)과 서비의 관계를 로맨틱하게 그려주길 원하는 의견도 속출 중이다. 이에 김은숙 작가는 “로맨스를 써보고 싶지만 제 종목은 아니다”라며 “먼저 김은숙 작가에게 도움을 구해보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킹덤' 시즌2 김은희 작가. 사진 넷플릭스
'킹덤' 시즌2 김은희 작가. 사진 넷플릭스

아이러니하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최근과 ‘킹덤’ 시즌2 공개 시기가 맞물렸다. 바이러스가 전염되며 고통받는 시민들의 현실은 드라마 속 역병이 창궐한 세상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이에 김은희 작가는 ‘킹덤’에 고의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면서도, 코로나 사태의 진정과 극복을 소망했다.

“‘킹덤’은 2011년부터 기획된 작품이지만, 이 작품과 현실이 평행이라면 극 중 서비의 대사처럼 봄이 오며 악몽이 끝나기를 바란다. ‘킹덤’은 봄이 찾아오며 생사역이 사라졌고, 우리나라도 지금 봄이 찾아오고 있다. 드라마처럼 악몽 같은 순간이 끝나고,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이유나 기자 /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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