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위기에 몰린 극장가…”정부 긴급 지원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

2020-03-25 11:55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코로나 19 여파로 전국 극장가가 완전히 얼어붙은 가운데, 영화계가 정부의 긴급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코로나 이후 국내 영화계는 역대 최저 관객수를 기록하는 등 “업계가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리는 상황이지만,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CGV 전경. 사진 맥스무비DB
CGV 전경. 사진 맥스무비DB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 19)이 영화 산업에 위기를 초래했다. 코로나 이후 2월과 3월 국내 관객수는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으며, 매일 같이 최저 관객 수를 갱신하고 있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코로나 19 확진 환자가 급증한 지난달 19일 이후 관객 수가 급감했으며, 24일 7만명대(7만 7118명), 지난 9일 5만명대(5만 1615명)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결국 2만명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극장을 찾는 관객이 사라지니 개봉 예정이던 영화들 역시 자연스레 개봉을 미뤘다. 현재 극장에서 개봉을 예고한 영화들은 재개봉 작품이거나, 소규모 자본이 투입된 독립·예술 영화뿐이다. 박스오피스 순위도 무의미하다. 지난달 26일 개봉 후 1달이나 1위를 달리고 있는 ‘인비저블맨’은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 50만 4363명에 그쳤다.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던 영화들은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공장소 촬영은 취소됐으며, 급하게 세트를 만들어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야외 촬영 위주로 진행 중이던 작품은 아예 제작이 멈추기도 했다. 제작이 중단된 촬영 현장 스태프들은 강제로 무급 휴가를 받아야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영화계는 지난달부터 이미 영화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특별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2월 12일 영화진흥위원회가 전국 200개 극장에 손소독제를 지원했던 것에 그쳤다. 영화업계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특별고용지원업종에서도 제외됐다. 지정된 세부 업종에는 창작 및 예술관련 서비스업이 있지만 영화 산업은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영화 제작사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중소기업들에 지원하는 긴급경영안정자금 명단에서도 빠졌다. 영화관, 공연관련업 등은 포함됐지만, 영화 제작사 등은 지원 업종에서 제외된 것이다. 영화관이 포함된 것도 유의미한 지원은 아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인 만큼 전국 극장 수 83%, 스크린 수 94%에 달하는 멀티플렉스 3사가 배제됐다.

이에 대해 한 극장 관계자는 맥스무비에 “중소규모 배급사, 영화 마케팅 대행사 등 일부 사업자들은 이미 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영화 업계 전체가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어지고 있다. 영화 업계가 코로나를 버틸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석근 영진위원장이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와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지만, 한시가 급한 상황에 ‘논의 중’이라는 말은 답답할 뿐이다.

씨네Q 좌석간 거리 두기 캠페인. 사진 씨네Q
씨네Q 좌석간 거리 두기 캠페인. 사진 씨네Q

영화계는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를 향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 요청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25일 영화계는 코로나대책영화인연대회의를 구성, ‘코로나 19로 영화산업 붕괴 위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마케팅사협회, 감독조합, 여성영화인모임,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각종 영화 단체가 동참했다.

코로나대책영화인연대회의는 성명을 발표하며 “코로나 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한국 영화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영화 관람객은 하루 2만명 내외로 작년에 비해 85% 감소해 역대 최저치다. 한국 영화산업 전체 매출 중 영화관 매출이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영화관 매출감소는 곧 영화산업 전체 붕괴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영화 산업 특별고용지원 업종 선정 필요’와 ‘영화 산업 피해 지원을 위한 정부 금융 지원 정책 실행’, ‘정부 지원 예산 편성 및 영화발전기금 긴급 투입’을 건의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영진위 역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진위는 24일 사무국 공정환경조성센터에 코로나 대응 TF를 설치해 활동을 시작했다. 영화계 지원방안을 검토 및 수립하는 등 업계를 위한 대책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영진위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신속하게 극복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갖췄다.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적극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인터스텔라’(2014), ‘덩케르크’(2017)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워싱턴 포스트에 영화관 지원을 촉구하는 논평을 기고했다. 그는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생각할 때, 배우, 스튜디오, 화려함이지만, 영화 산업은 극장 입구 직원, 매표소 직원, 광고 판매 직원, 화장실 청소부 등에 관한 것이다”라며 “영화 관람은 언제나 우리에게 위안을 줬다. 정부 지원과 영화 공동체 사이의 전략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놀란 감독의 말대로 영화는 이름있는 배우와 감독, 대기업 극장들만의 세계가 아니다. 영화 산업에는 영화와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삶이 있다. 그들은 모두 우리 주변의 가족과 친구, 이웃이다. 영화 산업의 붕괴는 곧 우리 주변인들의 삶이 붕괴함을 의미한다.

지난 1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4관왕에 올라 한국 영화 100주년과 함께 기념비적인 역사를 만들었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소식은 암담할 따름이다. ‘기생충’으로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 보였던 국내 영화계는 코로나 19로 나락에 빠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손소독제, 좌석간 거리 두기 캠페인만으론 부족하다.

미국은 넷플릭스가 1천억원대의 구호 기금을 조성했고, 중국은 영화 무상 배급을 시행했다. 국내에서도 영화 업계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넋 놓고 있는다면 이제 막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국내 영화가 뒤쳐질 것임은 자명하다.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 maxpress@maxmovie.com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0/ 500
      사업자등록번호 211-88-91225 l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제2016-서울강남-02630호 l 대표이사 정이은
      ㈜맥스무비 l 06099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25길 8, 301호(논현동, 유진빌딩)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 02730 | 등록일자 2013년 7월 11일 | 제호 맥스무비 닷컴 | 발행인 : 정이은ㅣ편집인 : 이은지

      Copyright ⓒ Asiatribune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