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디지털 성범죄 다룬 영화 ‘걸캅스’·‘나를 기억해’, 버닝썬·n번방 현실과 차이는

2020-03-26 09:00 정찬혁 기자

[맥스무비= 정찬혁 기자]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찍은 뒤 메신저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포토라인에 섰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아동, 청소년을 포함한 피해자가 70여명에 이르는 중대한 범죄라는 이유로 조 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 SNS 발달로 이를 악용한 범죄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영화에만 있을 법한 지독한 범죄들이 현실에도 일어나고 있다.

영화 ‘걸캅스’ 스틸.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걸캅스’ 스틸.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가 특정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다. ‘걸캅스’(2019)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걸크러시 콤비의 비공식 수사를 그린 영화다. ‘걸캅스’에서 1990년대 형사기동대 출신이었지만 현재는 민원실 주무관이 된 미영(라미란)은 우연히 디지털 성범죄 단서를 발견하고 형사 지혜(이성경)와 사건을 추적한다.

영화를 연출한 정다원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몰래 카메라를 찍고 유포하는 것이 가장 비열하고 추악한 범죄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두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액션 영화로 성범죄자들을 추적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영화에서 디지털 성범죄자 일당은 클럽에서 여성에게 신종 마약을 이용해 정신을 잃게 만든 후 성범죄를 저지른다. 이들은 이를 영상으로 촬영해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올려 돈을 버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영화는 다소 코믹하게 흘러가지만 마약, 성폭행, 불법 촬영, 동영상 유포 등 심각한 범죄들을 다룬다. 이러한 범죄들은 지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승리, 정준영 등이 연루된 버닝썬 사건을 연상케 한다.

버닝썬 사건은 클럽을 찾아오는 여성 손님들에게 약물을 먹여 정신을 잃게 만든 뒤 VIP 손님들에게 연결해준 사건이다. 당시 피해 여성들의 사진 및 동영상을 촬영해 유포하는 등 심각한 성범죄가 벌어졌고, 유명 연예인들이 포함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는 해외 원정도박과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지난 9일 현역 입대했다.

영화 ‘나를 기억해’ 스틸. 사진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나를 기억해’ 스틸. 사진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나를 기억해’(2018)는 고등학교 여교사 서린(이유영)이 의문의 연쇄 범죄에 휘말리고 전직 형사 국철(김희원)과 함께 정체불명의 범인인 마스터를 추적하는 영화다. ‘나를 기억해’에서 서린은 커피를 마시고 쓰러지듯 잠에 들고, 다음 날 범인에게서 셔츠가 풀어헤쳐진 자신의 사진을 받는다. 14년 전 여고생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일어났지만 당시 가해자들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 14년이 지나 동일한 수법의 범죄가 발생하고 서린은 형사 국철과 범인을 추적한다.

영화는 본격적으로 사건이 전개되며 14년 전 피해자 여고생과 지금 서린이 동일인물임이 밝혀진다. 서린은 14년 전 사건 당시 언론에 의해 신원이 노출돼 얼굴과 이름을 바꿔 생활하고 있었다. 서린은 사건의 트라우마로 지금도 항우울제를 먹어야 한다. 동일한 수법으로 다시 한 번 디지털 성범죄 타깃이 된 서린은 협박 사진이 퍼질 것이 두려워 범인의 요구에 따른다. 영화는 개인정보, 사생활을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하고 성을 착취하는 등 n번방, 박사방 사건을 연상케 한다.

영화는 디지털 성범죄와 함께 청소년 범죄 심각성을 이야기한다. 중대한 범죄임에도 누구나 범죄에 노출돼있고 모방은 쉽다. 미성년자들이 직접 범죄 영상을 제작 및 유포하는 경우도 발생하지만 처벌이 쉽지 않고 처벌 수위도 가볍다. 영화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이유영은 “성범죄를 당한 여성들이 자신의 심정을 써놓은 책을 읽었다. 잊히지 않겠더라. 그들이 어떤 마음인지 참고했다”고 말했다. 청소년 범죄에 관해서는 “무조건적인 처벌과 용서가 답이 아니다.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 속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현실은 진행 중이며, 피해자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은 검거됐지만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범죄 영상 공유의 시초인 n번방 최초 운영자 ‘갓갓’은 검거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25일 n번방 텔레그램 사건을 대처하기 위해 검사 등 21명 인원으로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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