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완벽 싱크' 르네 젤위거·라미 말렉…실존인물 연기한 배우

2020-03-28 09:00 정찬혁 기자

[맥스무비= 정찬혁 기자] 배우는 극에 등장하는 인물로 분장해 연기하는 사람을 뜻한다. 배우들은 자신만의 표현방식과 해석을 더해 글 안에 갇힌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성인군자가 됐다가 때로는 희대의 악당이 되기도 하는 배우들은 유독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경우 많은 부담을 느낀다. 모두가 아는 인물일 경우 정확한 비교대상이 있기에 캐릭터를 새롭게 표현하는데 제약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배우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스크린으로 인물들을 소환한다.

영화 ‘주디’ 르네 젤위거 스틸. 사진 ㈜퍼스트런
영화 ‘주디’ 르네 젤위거 스틸. 사진 ㈜퍼스트런

‘제리 맥과이어’,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카고’, ‘콜드 마운틴’ 등으로 친숙한 르네 젤위거는 ‘주디’에서 할리우드 레전드 배우 겸 가수 주디 갈랜드로 완벽 변신해 극찬을 받았다. 영화는 주디 갈랜드가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까지 올랐던 마지막 런던 공연을 조명했다. 르네 젤위거는 전성기를 지나 공허함이 가득한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언론의 극찬과 함께 제77회 골든 글로브, 제92회 아카데미 등 주요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르네 젤위거는 공식 리허설 1년 전부터 보컬 코치와 훈련을 시작했다. 르네 젤위거는 주디 갈랜드가 노래하고 말하는 것을 꾸준히 들으며 연구했다. 르네 젤위거는 노래 외에 특유의 억양, 공연에서 쓰는 목소리 톤과 움직임을 숙달했다. 주디 갈랜드가 런던에서 공연했을 때와 르네 젤위거의 나이도 같았다. 르네 젤위거는 특수분장과 체중감량으로 주디 갈랜드와 비슷한 외모를 구현했다. 의상, 분장팀은 주디 갈랜드의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을 조사해 르네 젤위거에게 잘 어울리는 것들을 추렸다. 무대 위와 평소 의상도 전혀 다른 스타일로 표현했다. 런던 콘서트 당시 입었던 화려한 패턴 슈트부터 미키 던과 결혼식에서 입었던 의상도 동일하게 재현했다.

외형부터 노래, 목소리 톤까지 완벽히 주디 갈랜드가 된 르네 젤위거는 작은 행동, 앉는 자세까지 주디 갈랜드를 보는 듯한 연기로 감탄을 자아냈다. 루퍼트 굴드 감독은 생전 등이 굽어 있는 주디 갈랜드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묘사한 르네 젤위거의 표현력에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라디 말렉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라디 말렉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2018년 대한민국에 퀸 열풍을 불게 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라미 말렉이 퀸 보컬 프레디 머큐리로 완벽하게 변신해 열연을 펼쳤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공항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이민자 출신 파록버사라가 전설의 록 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로 세상을 뒤흔들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20곡이 넘는 퀸의 명곡과 다양한 무대를 즐길 수 있다. 높은 싱크로율로 완성된 무대들은 수많은 패러디를 낳기도 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보컬 프레디 머큐리부터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귈림 리), 베이시스트 존 디콘(조셉 마젤로), 드러머 로저 테일러(벤 하디)까지 실제 멤버들을 보는 듯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라미 말렉은 실제 프레디 머큐리의 제스처를 완벽히 표현하기 위해 무브먼트 코치 도움을 받았다. 퀸 공연과 프레디 머큐리에 관한 다양한 영상을 참고해 그의 평소 자세와 공연 퍼포먼스, 걸음걸이 등을 완벽히 구현했다.

라미 말렉은 “퀸의 노래에 담긴 주제를 파악하고, 나의 인생에 대입하며 그를 알아가려 했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라미 말렉은 프레디 머큐리의 천부적 재능과 열정, 스타성부터 이민자, 양성애자, 콤플렉스 등 다양한 면모를 표현했다. 전설적 보컬과 그의 공연을 스크린에 옮긴 라미 말렉은 ‘보헤미안 랩소디’로 제91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제76회 골든 글로브 드라마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세상을 떠난 프레디 머큐리와 달리 여전히 활동 중인 브라이언 메이는 자신을 연기한 귈림 리에 대한 소감을 직접 밝혔다. 브라이언 메이는 “처음 세트장에 가서 귈림 리를 보는 순간 거울을 보는 줄 알았다”며 높은 싱크로율을 인정했다. 그는 영화 속 퀸의 무대를 본 후 “멤버들 특유의 분위기와 퍼포먼스 스타일을 완벽하게 잡아내 놀라웠다”며 감탄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 스틸. 사진 ㈜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 스틸. 사진 ㈜쇼박스

국내에선 최근 ‘남산의 부장들’에서 이병헌, 이성민, 이희준 등이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0년대 말 중앙정보부장의 대통령 암살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40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룬 영화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 김충식 작가가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 실체와 10.26 사건에 관해 집필한 동명의 논픽션을 기반으로 한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다루지만 영화적 상상을 더하며 실존인물의 이름을 넣지 않았다. 이병헌이 연기한 김규평은 실제로는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박통(이성민)은 박정희 전 대통령, 박용각(곽도원)은 전 중앙정보부장 김형욱, 곽상천(이희준)은 대통령 경호실장 차지철이다.

영화는 김재규, 차지철,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실존 인물들의 분위기를 상당 부분 구현했다. 이병헌은 영화에서 앞머리를 자주 넘기는 모습을 보이는데 실제 인물의 습관이기도 하다.

언론시사회에서 이병헌은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더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조금이라도 왜곡시키지 않으려 했다. 오로지 시나리오에 입각해 인물의 감정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이성민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특징을 살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성민은 실리콘 귀를 제작해 붙이고, 치아를 본떠 입이 돌출돼 보일 수 있는 치아를 새롭게 낀 채 연기에 임했다. 걸음걸이, 자세, 손 모양까지 참고해 구현했다. 이희준은 작품을 위해 체중을 25kg 증량하는 등 열정을 보였다.

정찬혁 기자 / hyuck2777@maxmovie.com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 maxpress@maxmovie.com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0/ 500
      사업자등록번호 211-88-91225 l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제2016-서울강남-02630호 l 대표이사 정이은
      ㈜맥스무비 l 06099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25길 8, 301호(논현동, 유진빌딩)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 02730 | 등록일자 2013년 7월 11일 | 제호 맥스무비 닷컴 | 발행인 : 정이은ㅣ편집인 : 이은지

      Copyright ⓒ Asiatribune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