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4월 1일 거짓말처럼 세상 떠난 장국영, 그가 남긴 작품들

2020-04-01 15:05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1980년대 혜성처럼 등장해 홍콩 영화기 황금기를 이끌었던 배우 장국영은 2003년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출중한 연기력과 매력적인 음색으로 배우와 가수를 넘나들며 전 세계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했다. 올해로 어느새 사망한지 17년이 된 장국영을 추모하며 그가 남긴 작품들을 살펴봤다.

영화 '영웅본색 2' 스틸. 사진 조이앤시네마
영화 '영웅본색 2' 스틸. 사진 조이앤시네마

1976년 홍콩 ATV 아시아 뮤직 콘테스트에서 2위에 입상하며 가수로 데뷔했던 장국영은 오우삼 감독 작품 ‘영웅본색’(1986)과 ‘영웅본색 2’(1987)를 통해 배우로도 이름을 알렸다. ‘영웅본색’은 흔히 홍콩 느와르로 불리는 장르의 시작이자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시리즈로, 개봉 이후 홍콩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했으며 홍콩과 일본에서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입었던 롱 코트와 선글라스가 품귀현상을 빚는 사회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영웅본색’ 시리즈는 암흑가를 주름잡았던 보스 송자호(적룡)과 경찰의 길을 걷는 그의 동생 아걸(장국영), 송자호와 함께 암흑가의 화려한 나날을 보냈으나 이제는 몰락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마크(주윤발)을 중심으로 세 남자의 우정과 복수를 그렸다. ‘영웅본색 2’에서 장국영이 피투성이가 된 채 공중전화박스에서 죽어가는 장면은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영화 '천녀유혼' 스틸. 사진 조이앤시네마
영화 '천녀유혼' 스틸. 사진 조이앤시네마

장국영은 정소동 감독 작품 ‘천녀유혼’(1987) 시리즈에 출연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며 배우로서 그가 가진 재능을 뽐내기 시작했다. 영화는 중국 청나라 시대 소설가 포송령이 지은 ‘요재지이’에 실린 ‘섭소천’을 원작으로, 가난한 서생과 처녀귀신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장국영은 극중 주인공이자 귀신을 사랑한 가난한 서생 영채신을 연기했다. 영채신은 폐허가 된 절에서 하룻밤을 보내던 중 미모로 사람을 유인해 희생시키던 처녀귀신 섭소천(왕조현)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천녀유혼’은 중국 고전을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게 재현해 깊은 감동을 선사한 작품이다. 개봉당시 영화는 첨단 특수효과와 함께 매력적인 중국 전통 의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귀신과 인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기도 했다.

영화 '아비정전' 스틸. 사진 엔케이컨텐츠
영화 '아비정전' 스틸. 사진 엔케이컨텐츠

이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하던 장국영은 왕가위 감독과 함께하며 그가 가진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왕가위 감독의 1990년 작품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은 아픈 과거를 가졌지만,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나쁜 남자 아비 역을 맡았다. 그는 배역에 완벽하게 몰입해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연기를 선보여 관객과 평단의 유례 없는 찬사를 받았으며, 영화 개봉 당시 제10회 홍콩 금상장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극중 아비가 내의 바람으로 춤을 추는 장면은 그가 가진 슬픔과 자유로운 영혼을 엿보게 만들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장국영은 왕가위 감독의 1997년 작품 ‘해피 투게더’(본제 춘광사설)에서도 유려한 연기로 큰 호평을 받았다. ‘해피 투게더’는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중국에서 이민 온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장국영은 그가 연기한 캐릭터에 완벽히 스며들었다. 극중 보영이 겪는 고뇌와 변덕, 짜증 등 온갖 감정은 장국영의 완벽한 연기를 통해 여과 없이 관객들에게 전달됐다. 왕가위 감독 특유의 음울한 색채와 함께 영화 속 두 주인공이 낡은 주방에서 탱고를 추는 장면은 깊은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영화 '패왕별희' 스틸. 사진 조이앤시네마
영화 '패왕별희' 스틸. 사진 조이앤시네마

‘패왕별희’(1993, 감독 천카이거)는 장국영이 남긴 작품 중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작품이다. 장국영의 완벽한 연기와 매력이 두드러지는 작품인 이유다. 영화는 중국 현대사 격변기를 살아가는 두 경극 배우의 인생역정을 그렸다. 장국영은 극중 경극 배우 두지를 연기했는데, 두지는 경극 ‘패왕별희’의 주인공이자 항우의 연인 우희를 연기하며, 같은 무대에 올라 항우를 연기하는 시투(장풍의)를 사랑하는 캐릭터다.

영화는 두 남자 경극 배우의 인생과 관계를 섬세하고 매혹적으로 그려내 관객과 평단의 유례없는 찬사를 받았다. 문화대혁명을 직접 겪었던 천카이거 감독은 그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현대사와 그 안에서 살아가던 개인의 삶을 조명했으며, 당시 보기 드물었던 동성애 코드 역시 적나라하게 그려내 감탄을 자아냈다. 영화는 세계 3대영화제 중 하나인 제4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대표했던 배우 장국영은 47세 일기를 마지막으로, 2003년 4월 1일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세상을 등졌다. 그는 유서를 통해 통해 “마음이 피곤해 더 이상 세상을 사랑할 수 없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남긴 작품들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를 향한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이 이어지는 이유다.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난 장국영을 다시 한번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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