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숨겨진 지브리 명작들

2020-04-02 08:00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지난 1월, 일본 애니메이션 황금기를 대표하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는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됐다. 이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원령공주’ ‘이웃집 토토로’ 등 추억을 자극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이 넷플릭스에 업데이트 되자 유저들은 기쁨을 금치 못했다.

만우절인 지난 1일, 넷플릭스는 지브리의 나머지 작품들을 업데이트하며 비로소 지브리를 완전히 품게 됐다. 지브리의 수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한 작품들이 가장 유명하지만, 잘 살펴보면 그밖에 숨겨진 보석과 같은 작품들 역시 수두룩하다.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 스틸. 사진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 스틸. 사진 스튜디오 지브리

걸그룹 여자친구의 대표곡 ‘귀를 기울이면’이 바로 이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지브리의 1995년작 ‘귀를 기울이면’은 가상세계 및 판타지가 주를 이루는 여타 지브리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작품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소녀 시즈쿠가 소설가의 꿈을 키우는 과정을 보여주며 장래 고민, 가슴 설레는 첫사랑 등 일상적인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는 청소년 관객들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성인 관객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며 일본 내에서 돌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귀를 기울이면’은 도쿄의 구석구석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극장에서 한 어린 아이가 스크린을 가리키며 “엄마, 저기 우리집이 보여~”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유명할 정도다. ‘귀를 기울이면’으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치른 콘도 요시후미 감독은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지난 1997년 사망했다. 당시 ‘귀를 기울이면’의 흥행으로 인해 속편이 제작될 예정이었으나, 감독의 부재로 인해 성사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애니메이션 '추억은 방울방울' 스틸. 사진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추억은 방울방울' 스틸. 사진 스튜디오 지브리

1991년작 ‘추억은 방울방울’은 ‘귀를 기울이면’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여기에 전원생활의 로망까지 피워내는 작품이다. 어렸을 적부터 도쿄에서 줄곧 살아온 타에코가 10일간의 휴가동안 농촌 체험을 위해 시골로 내려가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추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1974) ‘반딧불의 묘’(1994) 등 차분한 스타일의 작품을 주로 연출해온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국적인 과일 파인애플을 처음 먹어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던 어린 날의 이야기는 소소한 웃음과 따스한 감상을 피워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귀를 기울이면’과 ‘추억은 방울방울’이 개봉된 90년대 초반을 지나 ‘원령공주’(199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의 성공을 이어오며 황금기를 맞았다. 성공의 클라이맥스를 맛본 지브리는 2010년대에 접어들며 예전의 영광에 견줄만한 성공작을 배출하지 못했다.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마지막 작품 ‘바람이 분다’(2014)를 내놓고 은퇴를 선언하면서 지브리에 위기가 닥쳤다. 연이은 실패로 재정 위기를 맞은 지브리는 2014년 제작팀 해체를 선언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애니메이션 '추억의 마니' 스틸. 사진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추억의 마니' 스틸. 사진 스튜디오 지브리

2014년작 ‘추억의 마니’는 지브리 제작팀이 해체를 선언하기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마루 밑 아리에티’(2010)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 지브리 제작팀의 해체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고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그럼에도 ‘추억의 마니’는 지브리 팬들에게 특별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두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는 서정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매혹시켰다.

‘추억의 마니’는 마음을 닫아버린 안나가 요양 생활을 위해 바닷가 마을로 이사를 오고, 습지대의 낡은 저택에 사는 마니를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금발의 미소녀 캐릭터 마니가 애니메이션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심오한 줄거리로 인해 호불호가 갈렸지만, 예상을 벗어나는 결말이 평단으로부터 “신선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가구야 공주 이야기' 스틸. 사진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가구야 공주 이야기' 스틸. 사진 스튜디오 지브리

2013년작 ‘가구야 공주 이야기’ 역시 ‘추억의 마니’와 비슷한 수순을 거쳤다. 앞서 소개한 ‘추억은 방울방울’의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14년만에 감독 자리로 돌아오며 선보인 작품으로 꽤 화제가 됐다. 그럼에도 독특한 작화와 일본의 전통적인 이야기가 잘 통하지 못했는지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지브리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영화제에 초청되고 평단의 호평을 받는 등 작품성만큼은 인정을 받았다. 작품은 죽순 속에서 태어난 여자아이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수채화 느낌의 그림체로 표현, 한 편의 아름다운 전래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완성시켰다는 평을 얻었다.

이유나 기자 /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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