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총성 없는 전쟁, 선거 소재 작품들…’이어즈&이어즈’·‘정직한 후보’·‘킹메이커’

2020-04-07 13:26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선거는 총성이 없을 뿐 전쟁과 다름없이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는 긴박한 과정이 이뤄진다. 밝고 웃는 얼굴로 시민들 앞에 서는 정치인들의 이면과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암투는 언제나 관객들의 흥미를 돋우는 훌륭한 영화 소재다. 선거 시즌이 돌아와 온갖 유세가 펼쳐지는 요즘, 선거를 소재로 관객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했던 영화들을 살펴봤다.

영화 '킹메이커' 스틸. 사진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영화 '킹메이커' 스틸. 사진 데이지엔터테인먼트

권력이 국민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 것은 상식이지만, 아쉽게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정치인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선거 전 국민을 떠받들 듯 모시던 정치인들이 당선과 동시에 안면몰수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국민이 행사하는 신성한 권리, 투표가 어이없게 사용되는 일 역시 허다하다. 유권자는 정치인의 의도된 이미지 앞에 냉철한 이성과 판단력을 잃기 쉽다.

영화 ‘킹메이커’(2011, 감독 조지 클루니)는 이와 같은 우리 현실 정치 상황과 맞닿은 이야기를 스크린에 재현했다. 브로드웨이 연극 ‘패러깃 노스’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 레이스를 뛰고 있는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와 그의 이면, 그리고 이면을 확인하지만 정치 생명을 위해 그를 모른 척하는 캠프 홍보관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책략과 정치, 그를 넘어선 권력을 향한 열망이 어떻게 사람을 움직이는지를 스크린에 담았다. 선거 과정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충격과 함께 몰입감을 더했다. 권력을 탐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양심적 행위와 그 안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혼탁하기 그지없는 선거의 세계에 대한 신랄한 풍자면서도, ‘누가 당선되든 똑같아 관심 없어’라고 말하며 신성한 책임이자 의무를 등한시하는 국민들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다.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 사진 (주)NEW
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 사진 (주)NEW

장유정 감독 작품 ‘정직한 후보’(2020)는 진흙탕과 다름없는 국내 정치 상황을 비꼬면서도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그렸다. 영화는 2014년 브라질에서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라미란과 김무열, 윤경호, 장동주, 나문희가 출연했다.

극 중 주상숙은 나름의 이상을 품고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던 인물이지만, 어느새 거짓말이 몸에 밴 베테랑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당선을 위해 어떤 거짓말이든 서슴지 않으며, 정치적 담합을 위해 경쟁 후보와도 식사 자리에서 주식 정보를 공유한다. 영화는 주상숙이 개과천선하는 과정을 통해 국내 정치계에 대한 풍자와 이상적인 정치인에 대한 기대, 내일에 대한 희망을 그렸다.

밝게만 보이는 작품이지만, 배경 도처에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한때 주상숙을 저격하며 신랄한 비판과 조롱을 가하던 기자는 어느새 스타 기자가 돼 국회의원들과 의미심장한 미소를 주고받는다. 주상숙과 경쟁하며 이상적인 정치를 꿈꾸던 젊은 정치인은 당선 이후 과거 잘못을 깨우치기 전 주상숙과 닮아간다. ‘정직한 후보’는 아름다운 포장지 안에 현실적 한계와 문제점을 담아 씁쓸한 감상을 남겼다.

드라마 '이어즈&이어즈' 스틸. 사진 BBC
드라마 '이어즈&이어즈' 스틸. 사진 BBC

왓챠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BBC 드라마 ‘이어즈&이어즈’(2019)는 암울하게만 보이는 정치 상황에도 국민들이 올바른 선거 의식을 공유하고, 이어나가야 할 이유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어즈&이어즈’는 브렉시트 후 영국을 배경으로, 어떠한 이상도 숭고한 의지도 없는 기업가 출신 정치인 비비언 룩(엠마 톰슨)이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화려한 언변만을 무기로 수상에 선출되고, 광기 어린 정치인의 기상천외한 정책들이 평범한 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그렸다.

드라마는 근 미래에 펼쳐지는 디스토피아로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음과 동시에, 비비언 룩 캐릭터가 극단적 수사와 정책으로 국민들을 선동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극 중 비비언 룩은 전 국민이 감상하는 방송에서 욕설을 서슴지 않고,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에 대해 상관없다고 말하는 등 거칠고 황당한 말을 쏟아내지만, 오히려 국민들은 그를 지지하기 시작한다. 힘겹고 답답한 현실에 지친 국민들이 비비언 룩이 가진 당장의 호쾌한 인상에 빠져 이성적 판단 없이 열광하게 된 것이다.

비비언 룩 캐릭터는 실제 유럽과 미국, 일본 사회 등에서 등장한 대안 우파와 극우 포퓰리즘이 득세한 사회현상과 닮아 현실감을 더한다. 2010년대 이후 전 세계가 경제적 불황에 빠지자 나타난 극우주의 정당들은 이민자와 소수자를 배척하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들은 오히려 그와 같은 발언으로 표를 얻는다. 이는 1930년대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인을 지목해 탄압을 넘어 학살했던 역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히틀러는 당시 독일과 독일 국민들이 겪었던 모든 상황을 유대인 탓으로 돌리며 정권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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