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무엇보다 찌질하고 용기 있는 사랑 이야기

2020-04-12 11:00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청춘의 색은 노을이다. 또 밤을 밝히는 네온사인 푸른빛이다. 청춘의 색채를 가득 눌러 담은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가 곧 극장가를 찾는다. 지난해 5월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얻은 이후로 약 11개월 만이다. 이 밖에도 제69회 베를린영화제,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작품은 평온하고도 수수께끼 같은 청춘 이야기를 통해 젊음의 아름다움을 떨쳤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유명 작가 사토 야스시의 초기작을 원작으로, 조금은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청춘을 지나던 작가가 쓴 청춘 이야기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선사하며 큰 사랑을 받았고, 수십여 년이 지나서야 시대를 달리해 영화화됐다. 청춘만의 감각을 십분 살리기 위해 베테랑 감독 대신 신예 미야케 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부유하는 청춘의 질감을 그대로 표현해냈다. 원작 소설과 달리 70년대에서 현대로 시점이 바뀌었지만, 그때나 지금에나 똑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따뜻한 감성을 자극한다.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스틸. 사진 디오시네마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스틸. 사진 디오시네마

극중 주인공 나(에모토 타스쿠)는 친구 시즈오(소메타니 쇼타)와 함께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서점에서 일하던 그는 점장과 사귀던 동료 사치코(이시바시 시즈카)와 눈이 맞아 연인이 된다. 사치코의 “서로 질척이지 말자”라는 약속을 전제로 가벼운 로맨스를 시작했고, 사치코는 곧 나의 룸메이트 시즈오와도 친해진다. 세 사람은 함께 모여 가장 즐겁고 평범한 순간들을 원 없이 누리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과 다른 기묘한 분위기가 감돌며 관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영화는 큰 사건사고 하나 없이 세 인물이 어울리거나 각자의 일상을 지내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제3자의 입장으로 이들을 지켜보는 건 꽤 즐겁기까지 하다. 누군가에게는 낭만일 수도 있는 세 남녀의 관계는 어느 한 명이라도 제외됐더라면 이토록 재미있고 반짝거리지 않았을 삼각형을 구성한다. 이들은 함께 클럽을 가고, 술을 마시고, 탁구를 치며, 비가 퍼붓는 길을 내달리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유치하게 놀아도 마냥 좋은 청춘의 모습은 관객들을 미소짓게 한다.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스틸. 사진 디오시네마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스틸. 사진 디오시네마

이 가운데 사치코는 청춘만이 느낄 수 있는 고민으로 점철된 인물이다. 그는 곧 없어져 버릴 것 같은 청춘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수시로 연인을 갈아치운다. 점장을 버리고 나와 만난 것처럼, 나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다른 이와의 관계를 시작하려 한다. “질척이지 말자”라는 약속은 철저히 계산된 조건이었던 셈이다. 이렇듯 사치코는 알 수 없는 감정선을 지닌 것 같으면서도, 미래를 고민하며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오늘을 살고자 집중하는 현 청춘의 모습이 가장 진솔하게 담긴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사치코의 연애관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이 언뜻 따뜻해 보이기까지 한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비틀스의 노래 타이틀 ‘앤 유어 버드 캔 싱(And Your Bird Can Sing)’에서 영화 제목을 가져왔다. “넌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졌다고 말하지, 너의 새는 춤을 춘다고 하지만, 너에게는 내가 없어”라는 노래 가사가 영화 속 나의 감정선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비틀스의 노래처럼, 영화는 무엇보다도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점차 점멸하는 사랑에 순응하느냐, 아니면 돌파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다. 사치코와의 약속으로 인해 난데없는 이별 통보에도 쿨한 척 하지만, 맹목적으로 다시 사치코를 뒤쫓는 나는 사랑에 빠진 남자의 찌질하고도 용기 있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영화 말미 복잡 미묘한 사치코의 표정에 담긴 의미를 영화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사치코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관객은 짐작만 할 뿐이지만, 결과를 알 수 없기에 나의 고백 장면에 더욱 생동감이 실린 듯하다.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스틸. 사진 디오시네마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스틸. 사진 디오시네마

청춘은 단정한 법이 없듯, 세 인물을 비추는 카메라도 연신 흐트러진다. 마치 청춘이 부러워 그 뒤를 거듭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춤추는 인물들에 맞춰 화면이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때로는 다큐멘터리처럼 조용히 관조하는 듯한 연출이 이어지는데, 이는 단순한 러브스토리 이상의 자연스럽고 리얼한 영화를 완성시키는데 일조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청춘 그 자체다. 나 역의 에모토 타스쿠는 흔들리는 청춘의 가로에 선 인물을 탁월히 소화했고, 사치코 역의 이시바시 시즈카는 잊히지 않는 눈빛과 독특한 매력으로 마성의 여인을 연기했다. 시즈오 역의 소메타니 쇼타는 조용하게 스며드는 역할에 묵묵히 임하면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빛냈다.

개봉: 4월 16일/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출연: 에모토 타스쿠, 이시바시 시즈카, 소메타니 쇼타/감독: 미야케 쇼/수입·배급: ㈜디오시네마/러닝타임: 106분/별점: ★★★☆

이유나 기자 /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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