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선생님과 길고양이’ 그래서 고양이는 어디에?

2020-04-14 10:36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누군가에게는 타마코라고 불리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솔라라고 불리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치히로라고 불리는 고양이가 있다. 마을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길냥이가 어느날 갑자기 홀연히 사라졌다. 과연 길냥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올 봄 극장가는 고양이 영화 풍년이다. 그 중 가장 먼저 극장을 찾은 ‘선생님과 길고양이’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은 길냥이의 귀여움으로 힐링 에너지를 전파중이다.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 사진 찬란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 사진 찬란

영화는 일본의 한적하고 조그마한 마을 구석구석을 쏘다니는 길고양이를 비추며 시작된다. 이름이 너무 많아 뭐 하나로 콕 집어서 부를 수 없는 길냥이는 고양이 중에서도 유독 ‘덕후’들이 많다는 삼색 고양이다. 미용실에서 달게 낮잠을 자던 길냥이는 잠에서 깨 동네 순찰에 나선다. 물도 마시고, 냇가도 거닐고, 밤이 되면 자주 가는 음식점에서 밥도 얻어먹는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고등학생 소녀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에 맞춰 버스정거장으로 마중을 나가기도 한다. 인간 눈에는 그저 귀엽기만 하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할 일 많은 바쁜 하루다.

'선생님과 길고양이'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은퇴한 이후 지루한 삶을 지내던 교장선생님이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의 영정사진 앞에 아내가 좋아하던 크루아상을 매일 사서 갖다 놓는 것이 선생님에게는 유일한 일과이자 낙이다. 그 낙도 제과점이 문을 닫음으로써 막을 내리게 된 가운데, 선생님의 일상에 길냥이라는 변수가 찾아온 것이다. 선생님은 외출한 사이 집에 무단 침입 한 길냥이를 보고 놀라 버럭 소리를 지르지만, 한두 번이 아닌 듯 자리에 앉아있던 길냥이는 선생님의 고함에도 꿈쩍 않는 능청스러움으로 응수한다.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 사진 찬란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 사진 찬란

하릴없이 지루함과 외로움에 잠식돼 살아가던 선생님의 일상에 소리 없이 나타난 길냥이는 묘한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영화는 길냥이를 보면 아내가 생각난다는 선생님의 외로움을 직시하며, 선생님이 받았을 슬픔을 동반한 위로를 관객에게도 생생히 전달한다. 그러다가도 길고양이가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춤으로써 극에 변곡점이 찍힌다. 그제서야 길고양이의 소중함을 알게 된 선생님은 고양이를 찾기 위해 온 마을을 들쑤시며 분투한다.

츤데레 노인과 길고양이의 조합은 관객이 기대할만한 요소를 충족시킨다. 길고양이는 가만히만 있어도 귀엽고, 선생님은 길고양이를 만나게 됨으로써 점차 변화한다. 교류랄 게 없었던 선생님은 마을 사람들과 연대하며 잠깐이나마 외로움을 잊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다만 사라진 고양이를 찾기 위해 고양이 밥을 주던 이웃사람들이 다 함께 뭉친다는 이야기는 진부한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드디어 깨달았어요.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걸…”과 같이 아련함 과다의 애니메이션 같은 대사들이 몰입을 저해하기도 한다.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 사진 찬란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 사진 찬란

일본 대표 국민배우 이세이 오가타가 주인공 선생님 역을 맡았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작품 ‘사일런스’에서의 소름 끼치던 인상은 온데간데없이, 아내를 그리워하는 츤데레 노인으로 완벽히 변신한 그는 까칠함과 푸근함을 오가는 연기를 선보였다. 코미디언 출신인 만큼 콩트 같은 연기로 소소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간혹 이러한 연기 스타일이 영화 장르와는 어우러지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길냥이 역에는 일본의 유명 고양이 배우 드롭이 나섰다. 드롭은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이세이 오가타를 비롯한 다양한 배우들과 협업하며 귀여움을 떨쳤다.

유능한 고양이 배우 드롭의 첫 주연작인 ‘선생님과 길고양이’는 제목부터 고양이를 내세운 영화치고는 고양이가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흠이다. 귀여운 고양이를 보고자 영화를 보는 애묘인들에게 극중 주인공 길냥이가 자취를 감추고부터 러닝타임 절반 이상이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은 당혹감을 안길 수도 있겠다. 마을 사람들이 사라진 길냥이를 찾아 다니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고양이의 귀여움은 사라지고, 극에 대한 흥미가 다소 반감되는 수순을 거친다.

그럼에도 영화 말미, 길냥이를 찾아다니며 마을 사람들에 마음을 열고 극에 달한 슬픔을 인정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선생님과 길고양이’가 제안하는 힐링은 막연히 과거를 잊으려 노력하는 게 아니다. 과거를 추억하는 동시에 허전한 마음을 새로운 사랑으로 채워나갈 용기와 따스함일 것이다.

개봉: 4월 9일/관람등급: 전체 관람가/출연: 이세이 오가타, 소메타니 쇼타, 피에르 타키/감독: 후카가와 요시히로/수입·배급: 찬란/러닝타임: 107분/별점: ★★★

이유나 기자 /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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