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섬세한 여성 서사로 원작을 뛰어넘다

2020-04-22 08:00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주요 인물의 성별을 교체하며 과거의 명작을 리메이크 한 ‘크로스 젠더’ 작품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이 올봄 극장가를 찾는다. 세대가 급변하며 여성 주도적인 영화가 많이 제작되고 있지만, ‘고스트 버스터즈’(2017)를 제외하고는 크로스 젠더 장르 작품이라고 알려진 사례가 거의 없다. 이 가운데 등장한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크로스 젠더 장르의 매력을 발산하며 원작 이상의 리메이크를 선보였다.

영화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인도 할렘의 전경을 비추며 시작된다. 마을 이곳저곳을 비추던 화면은 주인공 이자벨(미셸 윌리엄스)이 아이들과 명상을 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명상 도중 장난을 치는 아이를 혼내기 보다는 장난으로 응수하는 이사벨에게서 애정과 다정함이 묻어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인도의 분위기, 천진난만한 아이들… 영화는 이사벨이 자신의 인생을 바치면서까지 인도에 남아있는 이유를 분명히 피력한다.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이사벨은 자신이 운영하는 재단과 아이들을 위해 투자금을 유치하려 한다. 이때 행운과 같이 미국에서 200만 달러라는 거액의 후원을 제안받지만, 반드시 뉴욕으로 와달라는 조건이 붙어 아이들을 떠나는 것에 찝찝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뉴욕으로 향한 이사벨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거대 미디어 그룹의 대표 테레사(줄리안 무어)를 만난다. 사교적인 테레사는 처음 만난 이사벨을 딸의 결혼식에 초대하고, 이사벨은 의뭉스러움을 느끼지만 어떻게든 후원금을 받기 위해 결혼식에 참석한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뿐인 줄 알았던 결혼식을 천천히 둘러보던 이사벨은 기이하게도 20년 전 기억을 솟구치게 하는 누군가를 마주치게 된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과거의 인물 역시 이사벨을 발견한 후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다가온다.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운명’과 ‘선택’이다. 영화는 20년 전의 선택으로 말미암아 오늘날의 비극이 있게 된 이사벨의 딜레마를 관조하며, 그의 운명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하게 펼쳐 보인다. 이사벨의 이야기, 테레사의 이야기, 테레사의 남편 오스카의 이야기가 맞물리며 이들 사이에 얽히고설킨 운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현실적이면서도 비극에 지나지 않는 이들의 사연은 보는 이들에게 경악을 선사하기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진실을 마주한 이사벨의 앞에 또 다른 선택의 기로가 나타나면서 긴장감에 무게가 실린다. 극에 달한 긴장감 속에서 인물들의 진솔한 감정이 터져 나온다. 단지 관객들을 울리기 위해 힘을 주는 신파적 코드가 아닌, 서사와 어우러져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감정선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알려졌다시피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2006년 개봉한 덴마크 영화를 할리우드식으로 변주한 작품이다. 원작은 국내에서 개봉된 적 없지만, 팬덤이 꽤 형성된 덴마크 출신 배우 매즈 미켈슨의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인지도가 꽤 높아졌다. 이 외에도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 얼굴을 알린 롤프 라스가드가 공동 주연을 맡았으며, 넷플릭스 영화 ‘버드박스’로 스타 감독 반열에 오른 수잔 비에르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금 되돌아보면 나름 세계적인 제작진이 뭉친 작품인 셈이다.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 ‘울브스’ 등을 연출한 바트 프룬디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원작이 갖고 있는 압도적인 감성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해 ‘크로스 젠더’를 선택했다. 주요 캐릭터들이 본디 남성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해지게도 섬세한 여성 서사로 탈바꿈한 이야기는 관객들을 보다 힘 있게 끌어들인다.

영화의 감성을 심도 있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매즈 미켈슨이 연기한 역할을 성별 교체한 이자벨 역에 미셸 윌리엄스가, 롤프 라스가드가 맡았던 역할을 성별 교체한 테레사 역에 줄리안 무어가 나서 호연을 펼쳤다. 여기에 빌리 크루덥이 두 여인 사이에서 운명과 마주한 남자 오스카 역을 맡아 중심을 잡는다. 세 배우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연기 대결은 시너지를 일으키며 영화 속 거듭되는 반전 스토리에 강렬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개봉: 4월 23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출연: 미셸 윌리엄스, 줄리안 무어, 빌리 크루덥, 애비 퀸/감독: 바트 프룬디치/수입·배급: 영화사 진진/러닝타임: 110분/별점: ★★★☆

이유나 기자 /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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