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골라줄게 | ‘타이거테일’ 감히 존 조를 통편집했다는 그 영화

2020-04-17 09:00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전 세계 존 조의 팬들은 최근 쓰디쓴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타이거테일’에 출연하기로 해 촬영까지 끝마쳤다던 존 조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통편집 당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럼에도 인성 미남 존 조는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SNS에 ‘타이거테일’ 홍보 글을 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의 애환과 후회를 그린 작품이다.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존 조는 영화에 익숙함을 느꼈을 테고, 그것은 한국과 대만이라는 국경도 초월한 깊은 유대감이었을 것이다.

영화 '타이거테일'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영화 '타이거테일' 스틸. 사진 넷플릭스

지난 10일 공개된 ‘타이거테일’은 1950년대, 대만에서 나고 자란 청년 핀쥐이가 새로운 인생을 찾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가난하지만 자유분방했던, 평생을 약속한 여인이 있었던 핀쥐이는 어머니를 위해 사랑하지 않는 여인 전전과 결혼해 대만을 훌쩍 떠나온다. ‘아메리칸 드림’을 간절히 꿈꿔왔던 그에게도 이민은 다른 의미로 포기였던 것이다.

뉴욕에 도착한 핀쥐이는 옛 연인을 잊고 식료품점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로부터 인생은 순조롭게 흘러왔지만, 그저 삭막하고 메마른 일상의 연속이었다. 아내가 임신한 사이 핀쥐이는 일하던 식료품점을 이어 맡게 됐다. 어느새 열정적이던 청춘의 모습은 사라지고 만 후였다.

영화 '타이거테일'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영화 '타이거테일' 스틸. 사진 넷플릭스

희생? 비겁한 변명? 판단은 각자의 몫

핀쥐이는 일평생 아내와 딸 모두와 감정를 교류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 여파는 중년을 맞아 본격적인 위기로 닥쳐왔다. 이별을 요구하는 아내와는 갈라졌고, 딸 안젤라와는 여전히 망망대해 같은 감정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했다. 영화는 모든 것이 핀쥐이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온 순간을 보여주며 그 회한과 공허함에 집중한다.

극중 핀쥐이의 아내 전전은 남편과 아무런 공통점도 없다고 토로한다. 이에 이웃 여자는 “나중에는 같이 오래 산 게 공통점이 될 거다”라고 말하지만, 결코 이상적인 부부관계는 아니다. 아내에게 애정을 주지 않는 남자, 남편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여자의 관계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차 뒤틀려 간다. 남자는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택해 미래를 좇았고, 여자는 교사라는 꿈을 포기한 채 가정을 꾸렸다. 그럼에도 영화는 우선적으로 핀쥐이의 사연에 충실해 그를 연민으로 바라볼 뿐이다. 누군가는 핀쥐이의 희생정신을 높이 살 수 있겠고, 누군가는 가족을 돌아볼 줄 몰랐던 그를 질책하기도 하겠지만,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영화 '타이거테일'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영화 '타이거테일' 스틸. 사진 넷플릭스

실화 바탕,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고 씁쓸한 이야기

앞서 지난해 중국계 이민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더 페어웰’이 미국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나리’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시대가 바뀌면서 미국 내 동양계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역시 이 흐름을 함께 하는 작품 ‘타이거테일’을 공개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백인은 조연으로도 출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참 이례적인 작품이다.

넷플릭스 ‘마스터 오브 제로’로 제68회 에미상 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던 앨런 양 감독이 직접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대만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앨런 양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타이거테일’을 구상했다. 앨런 양의 아버지를 모티프로 삼은 핀쥐이 역에는 ‘뮬란’, ‘더 페어웰’에 출연한 대만 출신 배우 티지 마가 중년 시절을, 대만의 젊은 배우 리홍기가 청년 시절을 맡았다. 다소 평면적인 각본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의 열연이 극의 중심을 잡으며 아메리칸 드림의 말로를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그럼에도 영화는 희망을 시사하며, 영화의 시작부터 집중해서 본 모든 이들에게 말미에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유나 기자 /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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