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카페 벨에포크’ 빛나던 나, 우리를 찾기 위한 귀여운 속임수

2020-05-14 09:00 정찬혁 기자

[맥스무비= 정찬혁 기자] 인생은 매번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행복한 순간보다는 무미건조하거나 힘겨운 시간이 더 길다. 기대보다 달지 않은 인생을 견디기 위해 누군가는 좋았던 찰나의 기억을 안고 평생 살아간다. 그때의 빛나는 나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갔을까. 추억으로 남은 과거의 순간을 다시 마주할 수 있다면 무채색 삶도 다시 빛을 찾을까.

신문에 만화를 기고하던 빅토르는 신문이 온라인으로 바뀌며 직장을 잃고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가족들 대화에도 끼지 못한다. 그는 여전히 아날로그적이며 과거를 그리워한다. 그와 반대로 아내 마리안은 디지털 시대에 완벽히 적응했다. 그녀는 자율주행차를 타고 숙면을 위해 VR 기기를 이용한다. 그녀에게 남편 빅토르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 노인에 불과하다. 말싸움이 벌어지던 밤, 마리안은 빅토르를 집에서 쫓아낸다.

영화 ‘카페 벨에포크’ 스틸. 사진 ㈜이수C&E
영화 ‘카페 벨에포크’ 스틸. 사진 ㈜이수C&E

집도 직장도 잃은 빅토르는 할 일이 없어지자 아들에게 받은 핸드메이드 시간여행 초대장이 떠올라 아들의 친구 앙투안의 회사를 방문한다. 의뢰인이 원하는 시대, 순간을 완벽히 재현해 시간여행과 같은 체험을 제공하는 곳이다. 고민할 것도 없이 빅토르는 1974년 5월 16일 첫사랑을 처음 만난 순간을 의뢰한다. 빅토르는 당시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을 그림으로 그려 직원에게 전달한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다수 영화가 과거로 돌아가 지난 선택을 바꾸려고 한다면, ‘카페 벨에포크’는 그저 가상의 연극 속에서 그때의 감정을 다시 체험할 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실제로 시간을 이동하지 않고 세밀하게 꾸며진 세트장에 초대된다.

영화에서 빅토르는 거대한 세트장에 지어진 1974년 자신이 머물던 호텔과 자주 가던 카페 벨에포크를 보고 흥미를 느낀다. 수염을 밀고 당시 입던 복장으로 카페에 들어온 빅토르의 눈앞에서 첫사랑 마리안을 처음 본 순간이 재연된다. 마리안을 비롯한 카페 안에 모든 인물이 빅토르를 20대 청년으로 대한다. 빅토르 머리에만 남아있던 추억이 펼쳐지자 빅토르는 조금씩 핸드메이드 시간여행에 몰입한다.

영화 ‘카페 벨에포크’ 스틸. 사진 ㈜이수C&E
영화 ‘카페 벨에포크’ 스틸. 사진 ㈜이수C&E

1974년 카페 벨에포크는 시대에 뒤처진 빅토르에게 도피처와 같다. 아내에게 큰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새로운 일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는 건 지금 그의 모습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나이 든 자신이 더는 빛나지 않는다는 걸 아는 그는 자꾸만 방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시대와 불화를 이룬 빅토르는 허구의 무대에서 다시 시대와 조화를 이루며 실제 삶에 변화를 만든다.

‘카페 벨에포크’는 빅토르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지만, 사랑과 인생을 여러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대칭적인 인물 관계들을 배치했다. 빅토르와 마리안의 관계는 현실 속 중년 부부와 허구로 꾸며진 20대 남녀가 대조를 이룬다. 영화는 마르고가 연기하는 과거의 마리안과 현재 마리안을 의도적으로 교차하며 인물의 변화를 강조한다. 세트장에서 마리안을 연기하는 마르고는 빅토르와 호흡을 맞추는 동시에 핸드메이드 시간여행을 총괄하는 연인 앙투안과 교감한다.

‘카페 벨에포크’에서 빅토르가 경험한 핸드메이드 시간여행은 작은 속임수에 불과하지만, 현재의 자신을 변화시키는 불씨가 된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은 변하지만, 추억과 사랑은 변치 않는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한다.

개봉: 5월 21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출연: 다니엘 오떼유, 기욤 까네, 도리아 틸리에, 화니 아르당/ 감독: 니콜라스 베도스/ 수입·배급: ㈜이수C&E /공동 제공: ㈜콘텐츠판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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