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나는보리’ 귀여움 가득…미소 지을 수밖에 없는 따뜻한 성장 이야기

2020-05-17 07:00 위성주 기자

[맥스무비= 위성주 기자] 코로나 19(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여파로 냉랭한 분위기가 감도 요즘, 관객 표정에 흐뭇한 미소를 자아낼 영화가 개봉 소식을 알렸다. 영화 ‘나는보리’는 가족과 같아지고 싶어 소리를 잃게 해달라는 맹랑한 소원을 비는 보리의 성장 과정을 통해, 언젠가 한 번쯤 ‘다름’으로 외로웠을 우리 모두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나는보리'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나는보리'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조그만 바닷가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열한 살 소녀, 보리(김아송)는 가족 중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짜장면과 피자를 시킬 때, 전화가 올 때, 물건을 살 때, 늘 가족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는 보리는, 자신의 가족과 다르다는 사실에 묘한 서글픔을 느낀다. 화목한 가족이지만 언제나 작은 외로움을 갖고 있던 보리는 가장 큰 폭죽을 보며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단오제에서 ‘소리를 잃고 싶다’는 맹랑한 소원을 빌기 시작한다.

영화 ‘나는보리’(감독 김진유)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한 살 보리가 가족들과 같아지고 싶은 마음에, 특별한 소원을 빌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수상을 비롯해 제24회 슈링겔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켐니츠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의 호평세례를 이끌어낸 작품으로, 단편영화 ‘높이뛰기’(2014)로 이름을 알린 김진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농인 관람객도 불편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한글 자막이 있는 배리어 프리 버전으로 제작됐다.

영화 '나는보리'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나는보리'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속 장애는 언제나 극복의 대상이다.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맞서 특별한 지위를 쟁취하는 과정의 걸림돌이며,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던 이를 비정상적 생활로 ‘전락’ 시키는 위기 요소다. 현실에서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도덕관념으로 가득 찬 우리는, 차별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더욱 그들을 ‘다름’의 선상에 몰아세운다.

영화 ‘나는보리’는 당연하듯 장애를 다름으로 인식하는 우리의 관념에 ‘정말 그럴까?’라는 물음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폭력적 잣대는 동심과 가족애로 일궈낸 따뜻한 이야기에 자연스레 허물어지고, “들리든 안 들리든, 우리 똑같아”라는 아빠(곽진석)의 부드러운 수어가 관객 마음에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특별히 대단한 갈등도, 심오한 메시지도 없는 작품임에도 영화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영화 '나는보리'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영화 '나는보리'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김진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다분히 반영됐다는 이 작품은, 코다(CODA, 농인 부모를 둔 자녀) 아이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담아내 눈길을 끈다. 극 중 잠시 소리를 잃은 척하는 보리는 언제나 친절했던 마을 이웃들이 몰래 수군대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엄마와 함께 간 시장에서 ‘장애인’ 이라며 욕하고 사기 치는 행위를 목격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는 보리의 동생 정우(이린하)는 소리가 안 들린다는 이유로 축구팀 주전에서 제외된다.

따로 놓고 본다면 마냥 부드러운 이야기는 아닐 것임에도, 보리네 가족의 자상한 미소는 관객의 마음을 따뜻한 감상에 젖어있게 만든다. 가족과 가까워지고 싶어 소리를 잃고 싶다는 보리의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소원에 미소를 짓지 않을 이가 얼마나 있을까.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보리의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언젠가 한 번쯤 ‘난 왜 다를까’라며 고민했을 우리에게 부드러운 위안을 건넨다.

어떻게 보아도 사랑스럽고 행복한 영화다. 굳이 파헤쳐 지적하자면 부족한 부분 역시 분명 있겠지만, 영화가 전하는 감동에 ‘사소한’ 부분은 무시하게 된다.

개봉: 5월 21일/관람등급: 전체관람가/출연: 김아송, 이린하, 곽진석, 허지나, 황유림/감독: 김진유/제작: 파도/배급: ㈜영화사 진진 /러닝타임: 110분/별점: ★★★☆

위성주 기자 / whi931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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