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1일1깡·UBD을 대하는 비·정지훈…조롱에서 호감으로 바뀌는 순간

2020-05-18 17:03 정찬혁 기자

[맥스무비= 정찬혁 기자] 1일1깡이란 단어가 유행이다. 1일1깡은 하루에 한 번 2017년 발매한 비(정지훈)의 노래 ‘깡’을 듣거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걸 뜻한다. 1일1깡은 단순한 음악 감상이 아닌 희화화의 의도가 크다. 지난해는 그가 출연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흥행에 실패하며 관객수 17만 명을 1UBD(1엄복동)로 부르는 등 조롱의 대상이 됐다.

비 ‘깡’ 뮤직비디오. 사진 레인컴퍼니
비 ‘깡’ 뮤직비디오. 사진 레인컴퍼니

대중이 원하는 방향과 살짝 어긋난 것들도 있었지만, 비는 2000년대 가요계를 대표하는 솔로 가수이자 할리우드에도 진출한 배우로 지금도 두 분야에서 동시에 이러한 성과를 이룬 스타는 없다.

비는 1998년 그룹 팬클럽으로 데뷔했으나 그룹이 해제됐고, 2002년 ‘나쁜 남자’로 솔로 데뷔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큰 키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댄스와 선한 미소로 인기를 끌던 비는 2003년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영역을 넓혔다. 드라마에서 비는 전과자 출신에 어린아이를 둔 미혼부 상두 역을 맡아 공효진과 로맨스 호흡을 맞췄다. 지금보다 비교적 가수와 배우의 영역이 구분되던 시기였지만 안정적인 연기로 인정받았다.

‘상두야 학교 가자’ 출연과 함께 비는 2집을 발매했고 타이틀곡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 대박을 쳤다. 당시 비의 패션이 인기를 끌고 선글라스를 벗는 춤이 각종 미디어에서 패러디됐다. 다음 해인 2004년 비는 드라마 ‘풀하우스’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 스타로 발돋움했다. ‘풀하우스’는 원래 집주인이었던 지은(송혜교)이 사기를 당해 영재(비)에게 자신이 살던 풀하우스를 내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풀하우스’는 평균 시청률 30% 이상을 기록한 인기작으로 동아시아권에 수출돼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스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스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드라마 ‘풀하우스’ 이후 3집을 발매한 비는 ‘잇츠 레이닝(It's raining)’으로 2004년 연말 각종 가요대상을 휩쓸고 중국, 일본 등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솔로 데뷔 후 2~3년 만에 가수와 배우 양 영역에서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아시아권에서 폭넓은 사랑을 받은 비는 2005년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 이후로 영화에도 출연했는데 첫 작품이 2006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정신병원에서 만난 망상증을 앓는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독특한 영화로 비와 임수정이 출연했다. 영화는 제5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40회 시체스영화제 등에 초청돼 비가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는 릴리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감독 연출작 ‘스피드 레이서’(2008)에 출연했다. 할리우드 진출과 5집 ‘레이니즘(Rainism)’ 성공으로 비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영화 ‘닌자 어쌔신’ 스틸. 사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닌자 어쌔신’ 스틸. 사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2009년에는 할리우드 두 번째 영화이자 첫 주연작으로 ‘닌자 어쌔신’에 출연해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다. 비는 ‘닌자 어쌔신’에서 인간 병기로 길러진 주인공 라이조를 연기했다. 비는 라이조 캐릭터 연기와 액션을 위해 약 6개월간 무술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다. 당시 비는 체중을 감량하고 더욱 또렷한 근육질 몸매를 완성해 화제를 모았다. ‘닌자 어쌔신’ 촬영 당시 비의 몸 상태를 두고 ‘체지방 0% 몸매’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닌자 어쌔신’ 국내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비는 “이를 악물고 죽기 살기로 열심히 했다. 스턴트 과정도 크게 다칠 것 같지 않은 이상 직접 소화했다”며 고단했던 촬영 과정을 털어놨다. 2010년 비는 ‘닌자 어쌔신’으로 MTV 무비 어워드(MTV Movie Award)에서 최고 액션 스타상(Bad Ass Action Star)을 수상했다. 비는 한국인 최초로 MTV 무비 어워드 무대에 올라 직접 영어로 수상소감을 말했다.

싸이 이전에 월드스타로 불린 비는 할리우드 진출 후에도 가수, 배우 활동을 병행했다. 드라마 ‘도망자 Plan.B’(2010),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2014), ‘돌아와요 아저씨’(2016), ‘웰컴2라이프’(2019), 영화 ‘R2B:리턴투베이스’(2012), ‘자전차왕 엄복동’(2019), 중국 영화 ‘노수홍안’(2014) 등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비, 태진아 ‘라 송’ 합동 무대. 사진 KBS2 ‘뮤직뱅크’
비, 태진아 ‘라 송’ 합동 무대. 사진 KBS2 ‘뮤직뱅크’

2014년 비는 6집 ‘레인 이펙트(Rain Effect)’로 컴백, 더블 타이틀곡 ‘라 송(LA SONG)’이 독특한 후렴구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라 송’의 후렴구를 두고 “트로트 같다”, “태진아가 부른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는데 실제로 음악방송에서 가수 태진아와 합동 무대를 꾸며 화제를 모았다.

시간이 흘러 또 다시 자신의 노래가 희화화 됐지만 비는 이번에도 웃으며 넘겼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비는 인터넷 밈(meme)으로 재생산되고 있는 ‘깡’에 관해 소감을 밝혔다. 비는 방송에서 직접 댓글을 읽으며 1일1깡 문화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1일1깡으로 부족하다며 오히려 1일3깡, 식후깡을 유도하며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긴 시간 변덕스러운 대중의 시선을 견딘 스타의 내공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덕분에 방송 이후 비의 과거 노래들이 재조명되고, 조롱 섞인 시선은 호감으로 바뀌었다.

MBC ‘놀면뭐하니?’에 출연한 비. 사진 MBC
MBC ‘놀면뭐하니?’에 출연한 비. 사진 MBC

방송에서 비는 머리카락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춤추며 자신의 히트곡 무대를 선보였다. 자신의 스타일이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며 변화도 시도했다. 지난해 ‘자전차왕 엄복동’이 비난받을 때도 비는 “밤낮으로 고민하고 연기했다.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했다. 저의 진심이 느껴지길 바란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대중이 비, 정지훈을 좋아했던 건 실력과 스타성도 있지만, 언제나 진정성 있는 태도와 성실함으로 노래와 연기를 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찬혁 기자 / hyuck2777@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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