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판의 미로’부터 ‘그레텔과 헨젤’까지…음산하고 아름다운 잔혹동화

2020-05-26 16:20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초여름을 목전에 둔 요즘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 더운 계절에는 아름답고 신비한 잔혹동화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최근 이러한 장르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웰메이드 잔혹동화 영화들이 꾸준하게 제작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동심 파괴’지만,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베갯 맡에서 듣던 동화와 같은 친근함과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영화 '렛 미 인' 스틸. 사진 영화사구안 , 씨네그루
영화 '렛 미 인' 스틸. 사진 영화사구안 , 씨네그루

스웨덴 영화 ‘렛 미 인’(2008)을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저만의 고유한 빛깔을 내는 작품이나, 잔혹동화라는 장르에도 쏙 들어맞는 수작이다. 영화에는 창백하고 조용한 소녀 뱀파이어가 등장한다. 허나 영화는 인간을 살육하는 뱀파이어에 초점이 맞춰진 기존 뱀파이어 영화와 결이 다르다. 세상에서 소외된 소년과 소녀의 비밀스러운 로맨스를 그리며, 무엇보다도 타자와의 교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늘 못된 친구들의 괴롭힘을 당하는 12살 소년 오스칼(카레 헤데브란트)와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리나 레안데르손)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두 소년, 소녀의 사랑을 스산한 설원 위에 시적인 미장센으로, 애달프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예측 불가능하리만큼 비밀 가득한 러브스토리는 전세계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고, 이후 2010년 할리우드에서 클로이 모레츠 주연으로 한차례 리메이크 된 바 있다.

영화 ‘판의 미로’ 속 판. 사진 워너브라더스
영화 ‘판의 미로’ 속 판. 사진 워너브라더스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또 한 편의 영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2006)야말로 이 분야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할리우드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을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한 판타지 영화로, 감독 특유의 어둡고 환상적인 작품 세계가 가장 많이 반영됐다.

‘판의 미로’는 1940년대 스페인 내전이라는 슬픈 역사를 배경으로, 오필리아라는 이름의 한 소녀에게 펼쳐지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그렸다. 새아버지 비달 대위를 따라 숲속 기지로 거처를 옮긴 오필리아가 숲속에서 숨겨진 미로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기괴한 형상의 요정 판과 만나는 내용이다. 판은 오필리아가 지하 왕국의 공주 모안나이며,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세 가지 임무를 끝내면 지하 왕국에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판에게서 미래를 볼 수 있는 선택의 책을 건네받은 오필리아는 삭막한 현실을 떠나 지하 왕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오필리아의 신비로운 여정, 괴물보다 무서운 현실의 냉혹함까지 담아낸 이야기는 스토리텔링의 대가 기예르모 델 토로의 저력을 확실하게 증명해 보였다. 뿐만 아니라 사람과 염소를 합쳐놓은 듯한 숲의 정령 판, 허락 없이 음식을 먹은 아이들을 잡아먹는 괴물 등의 크리처들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우울하고 서슬 퍼런 영화의 분위기에 크게 일조했다.

영화 '슬리피 할로우' 스틸. 사진 UIP 코리아
영화 '슬리피 할로우' 스틸. 사진 UIP 코리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마찬가지로 신비로우면서도 동화 같은 매력의 작품들을 양산하며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영화감독으로는 팀 버튼을 빼놓을 수 없다.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덤보’ 등 굵직한 작품들이 가득한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1999년작 ‘슬리피 할로우’는 감독만의 음울하고 신비로운 연출이 힘을 발휘했다. 18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서양 문화에서 대대로 내려져온 목 없는 기사, 즉 듀라한 괴담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한 수사극을 펼쳤다.

영화는 미국 뉴욕의 북쪽에 위치한 산골 마을 슬리피 할로우에서 발생한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을 다뤘다. 팀 버튼 감독의 오랜 페르소나 조니 뎁이 슬리피 할로우에 발령된 젊은 수사관 크레인 역을 맡아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했다. 아직은 ‘가위손’ 시절의 이미지가 많이 남아있던 조니 뎁의 만화 같은 캐릭터는 물론, 괴담이 깃든 스토리가 자아내는 으스스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에 푹 빠져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그레텔과 헨젤' 스틸.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그레텔과 헨젤' 스틸.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앞선 영화들의 뒤를 잇는 새로운 잔혹동화가 곧 극장가를 찾을 예정이다. 미스터리 동화 ‘그레텔과 헨젤’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안데르센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새롭고 참신한 요소들을 더해 재구성한 영화다. 그레텔과 헨젤이 깊은 숲속에 위치한 마녀의 집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점은 동일하나, 기존에 오빠와 여동생이던 남매를 누나와 어린 남동생으로 바꾸고, 동화가 알려줄 수 없었던 비밀과 미스터리를 더했다.

특히 영화 ‘그것’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이 엠 낫 오케이’를 통해 할리우드의 기대주로 부상한 배우 소피아 릴리스가 주인공으로 출연해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독특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닌 소피아 릴리스는 극중 그레텔 역을 맡아 캐릭터에 걸맞은 활약을 펼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에는 나무에 매달린 신발, 붉은 연기, 달군 쇠를 거꾸로 든 남자 등, 기존 동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존재들과 장치들이 등장해 재미를 더할 전망이다. ‘그레텔과 헨젤’은 오는 7월 개봉된다.

이유나 기자 /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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