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설국열차’ 원작과는 다른 매력의 설국열차 특급 살인

2020-05-28 10:06 이유나 기자

[맥스무비= 이유나 기자] 봉준호 감독의 2013년 영화를 원작으로 한 미국의 드라마 시리즈 ‘설국열차’가 넷플릭스를 통해 1, 2화를 공개했다. 시리즈는 미국 현지에서는 첫 회에만 무려 시청자 330만 명을 동원하고 TNT 디지털 플랫폼에서 역대 가장 많이 시청된 콘텐츠 1위에 오르는 등 화제성을 입증했다. 원작의 번뜩이는 세계관을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새로운 캐릭터들을 주축으로 하며 미궁의 살인사건을 더해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로 환기시켰다.

'설국열차' 스틸. 사진 넷플릭스
'설국열차' 스틸. 사진 넷플릭스

‘설국열차’는 자본주의 사회를 1001량 열차에 축소시킨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드라마는 영화에서 자세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열차의 근원을 보여주며 첫 화가 시작된다. 그 시작은 지구온난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오늘날과 다를 바 없는 한 시대다. 빙하가 녹고 모든 생물들이 죽어나가자 과학자들이 지구의 열을 식혀 복원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지구는 더욱 꽁꽁 얼어붙어 사람이 생존할 수 없는 형태로 변질됐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선견지명이 있었던 설계자 윌포드가 거대한 방주 설국열차를 만들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대로 부유층만이 설국열차로 피신할 수 있었다. 남겨진 서민들은 얼어 죽을 운명이었다. 설국열차를 급습한 서민들은 열차의 꼬리칸에나마 탑승할 수 있었지만 결국 설국열차의 최하층민으로 몰락했다. 그 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며 일부만이 남았다.

영화는 설국열차가 달리기 시작한지 17년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하지만, 드라마는 그보다 한참 전인 7년 남짓 지난 어느 날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본격화된다. 이 시기 열차의 바깥 세계는 섭씨 -100도 내외의 극한의 환경으로 묘사된다. 방한복을 입으면 어느 정도 외부에서 버틸 수 있었던 영화와는 다르다. 최하층이 몰려 있는 꼬리칸은 유일한 배급 식품인 양갱의 배급량마저 절반으로 줄었고, 여자들은 불임에 시달리고 있다. 3년 전 한차례 반란을 일으켰던 꼬리칸 탑승객들은 다시금 반란의 불을 당기려 한다.

'설국열차' 스틸. 사진 넷플릭스
'설국열차' 스틸. 사진 넷플릭스

영화의 뼈대를 드라마에 그대로 옮긴 건 맞지만, 원작의 작품성에 기대어 드라마를 본다면 실망하게 될 지점이 존재한다. 특히 봉준호 감독 특유의 음울하고 독특한 매력이 드라마 시리즈에서는 완전히 휘발돼 아쉬움을 자아낸다. 손에 땀을 쥐게 하던 꼬리칸 탑승객들의 반란도 드라마에서는 다소 무미건조해졌다. 대신 드라마는 ‘설국열차 특급살인’으로 노선을 틂으로써 차별점을 제대로 심었다. 3등칸에서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를 추적하는 내용의 계급차이 추리물에 비중을 실어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창조한 것이다.

영화의 주역 커티스(크리스 에반스)와 남궁민수(송강호)는 이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다. 기존 영화와든 다른, 완전히 새로운 시리즈로 드라마를 바라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테다. 아직까지 영화 등장인물 중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언급된 인물은 열차의 설계자 윌포드 뿐이지만, 이 인물에도 반전이 숨겨져 있다.

미드 '설국열차' 스틸. 사진 TNT
미드 '설국열차' 스틸. 사진 TNT

드라마는 새로운 배우들이 연기한 새로운 인물들을 주축으로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을 파헤친다. 설국열차 3등칸에서 팔다리와 성기가 잘린 시체들이 발견되고, 윌포드의 대리인이자 열차의 최고위직을 위임한 멜러니(제니퍼 코넬리)는 전직 형사 레이튼(다비드 디그슨)을 꼬리칸에서 차출시켜 살인사건 수사를 맡게 한다. 이 두 캐릭터가 드라마 ‘설국열차’를 이끄는 핵심인물이다.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설국열차가 달리기 이전의 서사 역시 중간중간 풀어가며 각 캐릭터들의 위치와 처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틸다 스윈턴이 연기한 메이슨 캐릭터의 포지션은 제니퍼 코넬리가 연기한 멜러니 캐릭터가 꿰찼다. 독특하고 요란스러우면서 잔악무도한 메이슨 캐릭터만의 개성은 전혀 엿보이지 않지만, 차분하고 진중하면서도 어딘가 의뭉스러운 멜러니 캐릭터 역시 충분한 흥미를 유발한다. 배우 다비드 디그슨이 연기한 레이튼은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했던 커티스 캐릭터에 가깝다. 절대권력자 윌포드가 도사리고 있는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던 커티스와 달리, 꼬리칸 탑승객들의 자유를 위해 사건을 수사하며 전복의 기회를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설국열차' 스틸. 사진 넷플릭스
'설국열차' 스틸. 사진 넷플릭스

15세 이상 관람가였던 영화와는 다르게 19세 이상으로 관람 등급이 상향 조정된 시리즈는 확실히 추리물에 걸맞는 리얼하고 잔인한 연출이 이어진다. 아직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루즈해져가는 수사 과정이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탄력을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설국열차’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넷플릭스 공개: 5월 25일/출연: 제니퍼 코넬리, 다비드 디그스, 앨리슨 라이트, 믹키 섬너, 수잔 박, 이도 골드버그 등/연출: 제임스 호스, 매튜 오코너, 스콧 데릭슨/총괄 제작: 마티 아델스타인, 베키 클레멘츠/제작: 봉준호, 박찬욱, 이태헌, 최두호/제공: 넷플릭스/제작: 투모로우 스튜디오, CJ엔터테인먼트/별점: ★★★

이유나 기자 / lyn@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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