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침입자’, 가족이라는 맹신이 무너질 때

2020-05-31 07:00 정찬혁 기자

[맥스무비= 정찬혁 기자] ‘가족’이라는 이름의 맹신이 작은 균열로 무너진다.

유능한 건축가 서진(김무열)은 25년 전 사라진 동생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어린 시절 집을 그대로 재현해 가족과 산다. 반년 전 뺑소니 사고로 아내를 잃은 그는 신경증 치료를 받고 있다. 어느 날 잃어버린 동생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은 서진은 자신이 동생이라 말하는 유진(송지효)을 만난다.

영화 ‘침입자’ 스틸.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침입자’ 스틸.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25년 만에 집에 돌아온 유진은 세월이 무색하게 금세 가족에 녹아든다. 부모님에게 깍듯하고 딸 예나(박민하)의 마음마저 사로잡아 아내의 빈자리를 채운다. 그러나 서진은 너무나 능숙하게 집안 분위기를 바꿔가는 유진이 의심스럽다. 그녀를 조사할수록 의심은 확신으로 변하지만 이미 가족들은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 ‘아몬드’ 작가로 유명한 손원평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은 자신의 기대와 다른 낯선 존재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생각하며 영화를 기획했다.

영화 ‘침입자’ 스틸.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침입자’ 스틸.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감독은 일상적인 공간과 관계의 균열에서 오는 묘한 이질감을 영화에 담았다. 유진이 집에 들어온 후 조금씩 인테리어가 바뀌고, 가족들은 서진만 모르는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상석에 앉았지만, 어느새 유진이 상석에 앉아있는 등 관계의 변화를 구도로 표현했다. 서진이 집에 들어와 거실을 바라보는 장면에선 평화롭지만 이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진 가족의 모습을 담아 마치 서진이 침입자처럼 느껴지게 연출했다.

정체를 의심하는 서진과 진실을 감춘 유진의 묘한 긴장감이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서진은 최면 치료와 약물 복용을 병행하고 있어 그의 의심이 단순히 신경증에 의한 강박인지, 아니면 정말로 유진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와 함께 가족의 의미, 가족이라 맹신했던 것들에 질문을 던진다.

영화 ‘침입자’ 스틸.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침입자’ 스틸.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아쉬운 점은 중반부까지 잘 쌓아온 긴장감이 어느새 조금씩 힘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이후 전개가 예상 가능해진 시점부터는 유진의 정체가 크게 궁금하지 않다. 정체보다는 그녀의 의도, 과거 사건과의 연결고리가 궁금해지는데 이러한 반전을 너무나 허술하게 풀어낸다. 뜬금없는 인물이 갑자기 그동안의 의문을 강의하듯 하나하나 설명하는 장면은 그동안 쌓아온 서스펜스를 무색하게 만든다. 얽혀있던 사건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의 개연성도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무열과 송지효의 열연은 빛을 발한다. 의심으로 시작해 강박과 절박함으로 터지는 서진의 감정은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유진의 의중을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들은 특별한 장치 없이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개봉: 6월 4일/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출연: 송지효, 김무열/감독: 손원평/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러닝타임: 102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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