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결백'한 배우 홍경을 만나다

2020-06-15 10:38 이은지 기자

[맥스무비= 이은지 기자] 영화 '결백'은 거짓 투성인 사람들이 등장한다. 속내를 감추고 자신의 이익과 권력을 위해 두 얼굴을 한 사람들, 감정을 숨긴 채 서로의 약점을 비밀로 간직하고 공조한다. 이들 사이에 순백의 도화지처럼 깨끗한 한 아이가 있다. 그는 그 속에서 유일하게 결백한 인물이다. 한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화자(배종옥)의 아들 정수(홍경)다.

영화 '결백'에 출연한 배우 홍경. 사진
영화 '결백'에 출연한 배우 홍경. 사진

정수는 자폐성 자애를 갖고 있다.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일수도, 혹은 공범일수도 있는 정수를 연기한 홍경은 스크린 데뷔작에서 쉽지 않은 인물을 만났다. 속내를 숨겨야 하지만, 숨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배운대로 행동하고 보고 들은 것에 솔직하다. 정수의 성격일수도, 장애에서 비롯된 특징일수도 있지만, 홍경은 정수를 그 자체로 봤다.

"솔직하고 맑고, 감정 표현에 있어 굉장히 거침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봤을 때 그런 부분이 자주 보였던것 같아 좋았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정수를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해볼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방법은 많이 보고 대화를 나눠보고 겪어보는 것 뿐이었다. 복지 센터나 특수학교를 찾아 장애를 가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주변인과의 관계를 보고 이들이 어떤 생각으로 움직이는지 보고 다가가려고 노력한 결과"와 정수의 기본적인 성격이 더해져 만들어진 캐릭터가 바로 정수였다.

홍경이 정수를 만나기까지 세 번의 오디션이 있었다. 2차 오디션에서 박상현 감독을 만났고, 긴장을 많이 했지만 준비했던 연기를 보여주고 정수에 대해 궁금했던 부분을 물었다.

"2차 오디션에서 감독님을 처음 만났다. 대본은 달랐지만 정수 캐릭터였다. 긴장을 너무 많이 했었다. 준비해가서 감독님에게 내가 생각하는 정수와 내가 잘 모르겟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여쭤봤다. 그런 부분을 좋게 봐 주신거 같다. (오디션에 합격한 뒤에는)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 주셨지만, 내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줬다. 믿음을 주신 것 같다."

정수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영화에 잘 녹아들어야 하는 고민이 더 컸다. '결백'은 장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엄마와 딸, 화자와 정인, 그리고 가족 이야기였던 이유다. 정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다. 하지만 정수만 튀는 느낌을 줘서는 안됐다.

"우리 영화가 지적 장애를 중점으로 담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정수와 내가 생각하는 정수의 다른 점 보다는,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상의를 했다. 누나와 엄마 사이에서 내가 튀지 않게 어떻게 녹아 들건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내가 만든 캐릭터는 믿고 맡겨주셨던것 같다."

영화 '결백'에 출연한 배우 홍경. 사진
영화 '결백'에 출연한 배우 홍경. 사진

첫 영화였던 '결백'의 첫 현장은 여전히 생생했다. 영화의 첫 장면이다. 정수의 첫 신이기도 했다. 처음의 설렘과 동시에 큰 부담은 당연했다. '결백' 뿐만 아니라 모든 현장이 마찬가지다.

"어느 현장이나 첫 촬영은 큰 부담이다. 캐릭터를 준비해서 처음으로 합을 맞추는 것이다. '결백'에서도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 긴 신을 찍으면서 오히려 정수 캐릭터가 잘 잡힌 것 같다. 정말 심각한 상황에서 정수만 다른 감정으로 움직인다. 소중한 첫 촬영이었다."

'결백'에서 홍경은 대선배들과 연기로 호흡했다. 보고 배울 점이 많았다. 소중한 첫 촬영만큼이나 매 촬영이 소중했고 값진 경험이었다. 상대의 연기에 따라 때로는 더 많은 것이 표현되기도 하는데, 홍경에게 '결백'은 그런 순간의 연속이었을지도 모른다.

"선배님들이 매 테이크마다 다른 연기를 한다. 그런 연기를 해줄때 나 역시 그것을 받아 새로운 것들이 나왔다. 내가 연기를 하고 선배님들의 리액션을 받을 때 기억이 많이 남는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다. 선배들의 연기에 의해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연기가 나왔을 때 좋았다. 이래서 선배님들과 연기를 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곤혹스러운 촬영도 있었다. 매 장면이 어려웠지만, 유독 어려운 신이 있었다. 바로 상대 배우의 뺨을 때리는 신이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정수에게 엄마 화자가 했던 말은 "한대 맞으면 두대"였다. 누군가가 자신을 때리면 꼭 두대로 갚아줬다. 이 같은 정수의 행동으로 관객들은 폭소를 터트리기도 했지만, 촬영은 힘들었다고.

"정수 '한대 맞으면 두대'라면서 상대를 때릴 때가 있다. 그 장면이 유난히 힘들었다. 나보다 선배님들이었다. 너무 열려있는 자세로 받아줘서 후반에는 긴장이 풀렸지만, 정말 힘든 장면이었다. 하하."

영화 '결백' 스틸. 사진 키다리이엔티
영화 '결백' 스틸. 사진 키다리이엔티

영화 후반부에 정수가 정인의 심장을 내려 앉게 만드는 말을 한다. 자신의 장애가 누나 때문이냐는 물음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도 과거가 있었다. 이미 고인이 된 아버지는 정수가 가진 장애를 정인의 탓으로 돌렸다. 오래 전 도망치듯 집을 떠나온 정인이지만, '혹시'라는 생각에 정수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었을 것이다. 정수의 물음에는 정인에 대한 원망이 서려 있었을까.

"관객들이 느끼는 것에 대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수는 정인을 원망해서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수가 계속해서 자신의 장애에 대해 생각했다기 보다는 어떤 특정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정수의 서슴없는 성격으로 솔직하게 궁금한 것을 물어 봤을 것이다. 원망이라는 감정을 생각하고 연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관객들이 원망이라고 생각하면 원망일수도 있다."

홍경은 '결백'을 통해 연기보다 더 긴장된 상황과 마주했다. 바로 '결백' 언론시사회 후 이어진 기자 간담회였다. "연기보다 훨씬 긴장됐다"며 "경험이 많진 않지만 카메라 앞에는 서 봤다. 하지만 간담회는 처음이었다. 그런 자리가 더 긴장되더라. 그래서 '결백'이라는 영화가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영화 '결백'에 출연한 배우 홍경. 사진
영화 '결백'에 출연한 배우 홍경. 사진

이제 시작이다. 아직까지 여러 캐릭터를 연기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된다. 아직 순수하고 더해질 것이 많았다. 홍경이라는 배우에 캐릭터를 입히면 투명히 나올만큼 결백했다. 홍경은 "선배님들처럼 경험이 많지 않아 교훈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순 없지만, 10대나 20대에 겪었던, 성장통을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앞으로 배우 홍경의 소망을 드러냈다.

"꼭 20대가 밝지만은 않다. 그때 겪은 것을 내보이고 싶다. 내 나이대를 살아가는 친구도 그렇고 나도 그렇게 위로를 주고 받을 수 있다. 그런 작품을 많이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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